곰배령 할아버지

하늘 No.206 [연작] 1 5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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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식] 꽃, 새, 눈물  


곰배령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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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배령 할아버지

곰배령 초입에는
집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허름한 시골집이 하나 있다.

그 집의 노인은
마당 한켠에 앉아서
집 앞으로 지나는 산책로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쩌다가 지나는 사람들이
그에게 말이라도 붙일라치면
그의 지루한 오후는 끝나고
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운 시간이 된다.
"산 길이 좁은데 등산을 하는 갑소?" "예, 그래도 사람도 없이 한적한 길이라 참 좋습니다" "길이 좁아서 나무라도 한 짐 해올라치면 길가 나뭇가지가 걸려서 영..." "하하. 그렇겠네요." "그래도 계곡물이 길 따라 있어 산 길 쉬엄쉬엄 오르며 가기는 좋지. 그래도 나는 이렇게 마당에 앉아서 지나는 사람 보는 게 제일이더만..." "경치 좋은 곳에서 쉬시며 느긋이 바라보니 좋으시겠어요" "말도 마. 얼마 전에 위암으로 수술해서 죽만 먹어야 해. 영 힘이 안 나니 하루에 반은 이렇게 쉴 수밖에..." "어르신 인상이 참 좋으신데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뭐 다 삭은 노인네 찍어서 뭐하게.. 허허. 혹 잘 나오면 한 장 보내주면 좋고..."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그 노인은 수줍게 한 마디 꺼낸다. "커피라도 한 잔 타 줄까?" "아니요. 괜찮습니다." 거동도 편치 않다는 할아버지에게 차마 커피까지 얻어먹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돌아서서 내려오던 산을 계속 내려왔다. 차 안에서 카메라 장비를 정리하며 문득 그 '커피 타 줄까' 하는 이야기가 할아버지의 수줍은 생활비 마련의 방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내가 조금만 더 세심히 얼굴을 바라보고 말씀을 듣고 있었더라면 그 속마음을 알아챘을 텐데... 할아버지 인상을 사진에 담겠다고 카메라만 보던 내 눈이 그의 마음을 보았더라면 참 따뜻했을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었을 텐데...
- 하늘의 세상을 보는 마음 - 곰배령 할아버지 Photo-Image
Photography : 하늘 Edited, Arranged, Produced : 하늘 2004.10.09 강원도 곰배령 Contax NX Contax Carlzeiss T* Vario-sonnar 28-80mm f/3.5-5.6 Kodak T400CN [Special Thanks] 곰배령 할아버지 :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즐거웠습니다. 사진 허락 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SkyMoon.info 곰배령 할아버지 Photo-Image
[송창식] 꽃, 새, 눈물 (1집, 16집) 곰배령 할아버지 Photo-Image 곰배령 할아버지 Photo-Image https://youtu.be/q7aJpYAhVng https://youtu.be/nNYE08yxumk
그대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 한 방울 떨어져서 꽃이 되었네 그 꽃이 자라서 예쁘게 피면 한 송이 꺾어다가 창가에 앉아 새처럼 노래를 부르고 싶어 지는 봄 서러워 부르고 말아 아아아아 가누나 봄이 가누나 아아아아 지누나 꽃이 지누나 그대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 한 방울 떨어져서 꽃이 되었네 그 꽃이 자라서 예쁘게 피면 한 송이 꺾어다가 창가에 앉아 새처럼 노래를 부르고 싶어 지는 봄 서러워 부르고 말아 아아아아 가누나 봄이 가누나 아아아아 지누나 꽃이 지누나

https://skymoon.info/a/PhotoEssay/206  

땅 속에 있던 씨앗들은 햇살이 비치면 싹을 틔우고 비가 오면 잎새가 나고 바라보노라면 꽃이 피어납니다. 그리고 바람이 불면 다시 씨앗이 맺힙니다 [하늘-옥상 화단에서 바람을 보다]
  1 Comments
하늘 2018.09.01 18:17  
뷰렛 : 아아 그 사진 이로군요 이 사진을 볼 때마다 느끼지만 할아버지의 웃음이 너무 좋습니다...^^ 정말 마음이 허하시군요 제가 하늘님 마음 조금은 이해합니다...

하늘 : 비가 시원스럽게 잘 오네요~ 우산 없었는데 집에 오고 나니 비가 와유.. ㅋ.. 좋아유.. 왠지 모르게 스릴있는 느낌~ ^.^

뷰렛 : 좋은 사진은 그냥 바라만 봐도 웃음이 나오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어떤 미사여구로도 표현이 쉽지 않아요...^^ 그 맛이 사진 찍는 맛인듯 합니다.

하늘 : 절대 동감입니다.. ^^ 그 맛에 사진에 빠지게 되는 가 봅니다. ^^; 감사합니다. 꾸뻑..

bluecyan : 예전 사진 기억나는 듯 해유~~ 저런 사연이 있는 줄 몰랐네유~ 흑백의 느낌이 세월의 흐름을 더욱 강조해주는 느낌이고 선예도 또한 좋아 질감이 더 살아보여 느낌이 강조됩니다. 또한 저 웃음속에 세월에 흐름과 환희, 회한 등 칠정의 느낌이 담겨있네요~~^^*

Now 곰배령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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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배령 할아버지 곰배령 초입에는 집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허름한 시골집이 하나 있다. 그 집의 노인은 마당 한켠에 앉아서 집 앞으로 지나는 산책로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쩌다가 지나는 사람들이 그에게 말이라도 붙일라치면 그의 지루한 오후는 끝나고 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운 시간이 된다. "산 길이 좁은데 등산을 하는 갑소?" "예, 그래도 사람도 없이 한적한 길이라 참 좋습니다" "길이 좁아서 나무라도 한 짐 해올라치면 길가 나뭇가지가 걸려서 영..." "하하. 그렇겠네요." "그래도 계곡물이 길 따라 있어 산 길 쉬엄쉬엄 오르며 가기는 좋지. 그래도 나는 이렇게 마당에 앉아서 지나는 사람 보는 게 제일이더만..." "경치 좋은 곳에서 쉬시며 느긋이 바라보니 좋으시겠어요" "말도 마. 얼마 전에 위암으로 수술해서 죽만 먹어야 해. 영 힘이 안 나니 하루에 반은 이렇게 쉴 수밖에..." "어르신 인상이 참 좋으신데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뭐 다 삭은 노인네 찍어서 뭐하게.. 허허. 혹 잘 나오면 한 장 보내주면 좋고..."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그 노인은 수줍게 한 마디 꺼낸다. "커피라도 한 잔 타 줄까?" "아니요. 괜찮습니다." 거동도 편치 않다는 할아버지에게 차마 커피까지 얻어먹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돌아서서 내려오던 산을 계속 내려왔다. 차 안에서 카메라 장비를 정리하며 문득

기억의 편린(片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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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우리 - 김민기 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 내가 전에 올라가 보았던 작은 봉우리 얘기 해줄까? 봉우리... 지금은 그냥 아주 작은 동산일 뿐이지만 그래도 그때 난 그보다 더 큰 다른 산이 있다고는 생각지를 않았어 나한테는 그게 전부였거든... 혼자였지 난 내가 아는 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있었던 거야 너무 높이 올라온 것일까? 너무 멀리 떠나온 것일까? 얼마 남지는 않았는데... 잊어버려! 일단 무조건 올라보는거야 봉우리에 올라서서 손을 흔드는거야 고함도 치면서 지금 힘든 것은 아무 것도 아냐 저 위 제일 높은 봉우리에서 늘어지게 한숨 잘텐데 뭐... 허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저기 부러진 나무등걸에 걸터 앉아서 나는 봤지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작은 배들이 연기 뿜으며 가고 이봐, 고갯마루에 먼저 오르더라도 뒤돌아 서서 고함치거나 손을 흔들어 댈 필요는 없어 난 바람에 나부끼는 자네 옷자락을 이 아래에서도 똑똑히 알아 볼 수 있을테니까 말야 또 그렇다고 괜히 허전해 하면서 주저앉아 땀이나 닦고 그러지는 마 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식혀주겠지 뭐 혹시라도 어쩌다가 아픔 같은 것이 저며 올때는 그럴땐 바다를 생각해 바다... 봉우리란 그저 넘어가는 고갯마루일 뿐이라구...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 우리 땀 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