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숲의 속삭임 (해설판)

하늘 No.159 [초기] 4499
대나무 숲의 속삭임 (해설판) Photo-Image


[정수년]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  


대나무 숲의 속삭임 (해설판)
대나무 숲의 속삭임 (해설판) Photo-Image


누가
나를
사랑하나?

한 편의
영화(映畵)처럼
강(江)이 떠나고

포플러가 자라고
바람과 함께
흐린 날이 왔다.

- 최돈선의 엽서(葉書) 중의 일부 -


- 하늘의 세상을 보는 마음 -

No. 1
대나무 숲의 속삭임 (해설판) Photo-Image
Nikon 35Ti, F3.5, 평균측광에서 -0.5, TRX 400, 확산에 의한 수직광(광원은 좌측 순사광), 구름 90% (중간 두께)

언젠가 제가 '사진은 거울과 같다' 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관련 연작 : 내 안의 거울 1 (사세보)) 사실은 세상의 모든 사물들은 거울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모든 빛을 반사하는게 아니라 제가 가진 색만을 반사한다는 것이 다를 뿐입니다. 사실은 우리는 사물 자체을 볼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보는 빛들이란 건 사실은 수 많은 입자들이 사물에 부딪힌 후 반사되는 그 어떤 것이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세상을 반사로, 온도로, 냄새로 그리고 느낌으로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옅은 구름이 가득 낀 흐린날... 빛은 구름이라는 확산판으로 인해 태양의 위치에 관계 없이 수직으로 마치 비처럼 곧게 내립니다. 그리고 저기압으로 지상의 공기는 보통때보다 더 많은 수분과 먼지를 가지게 됩니다. 우리의 눈은 부족한 광량으로 인해 홍채는 열리게 되고 이에 따라 우리가 느끼는 심도는 얕아지고 비네팅이 생겨서 시야가 좁아 집니다. (관련 연작 : 해가 지는 시간) 이런 비네팅과 주변의 정물이 잘 안보이는 느낌을 만들려 했지만... 손에 들고 있는 이 카메라 (35Ti) 는 비네팅이 거의 없는 렌즈였습니다. 그래서 하늘에서 비처럼 내리는 빛들이 상대적으로 잘 반사되는 아스팔트 도로를 중앙에 배치하고 반사율이 낮은 볏잎들을 주변에 두었습니다. 사실 이 사진은 앞으로 가는 도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는 사진입니다. 도로의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에서 바라보는 풍경.. 익숙한듯 하지만 낯설음을 주게 됩니다. 사실은 운전하면서는 왠만해선 보기 어렵겠지요. 중앙선 위반 하기 전엔 말이죠.. ^^; 그래서 이 연작의 첫번째 사진이 되었습니다. 만일 도로 오른편에서 찍은 사진이고 그렇게 되면 전진하는 상태가 될것이고 연작의 다음 내용은 저 멀리 보이는 나무 숲들이 되었을 겁니다. 만일 연작의 내용이 지금처럼 대나무 숲에 대한 이야기라면 마지막 사진이 되었을 것입니다. 시선은 도로의 중앙선을 타고 화면 중앙 (우측) 하단에서 중단을 거쳐서 좌측 상단으로 흘러 갑니다. (혹은 그 반대) 도로켠의 전봇대가 그 흐름을 인도합니다. 제가 즐기는 황금분할선 (우측 중상단)에는 두번째 전봇대를 두었습니다. 첫번째 전봇대가 그 위치에서 비켜 난것은 전봇대는 사진의 중심이 아니라 그저 흐름을 안내하는 인도자이기 때문에 전봇대들이 시선을 뺏지 말라고 그렇게 두었습니다. 크게 비네팅이 없는 사진이지만 이런 구성으로 화면의 주변부에는 시선을 두지 않게 되고 그 흐린 날의 출발과 그를 되돌아 보는 느낌을 만들어 보려 노력했습니다.

No. 2 대나무 숲의 속삭임 (해설판) Photo-Image Konica FS-1, Hexanon AR 135/2.5, F5.6, 평균 +0.7, 상단 순광, 구름 60% (옅은 두께)

구름이 많이 옅어졌습니다. 언뜻 언뜻 푸른 색의 하늘이 비치곤 합니다. 대나무 줄기가 정말 거울처럼 반사된다고 상상해 보세요. 대나무 줄기에 비치는 그 하늘의 색들이 보이시나요? 빛은 완전 수직은 아니지만 순상단 (약 70도)에서 떨어지고 있습니다. 대나무가 하늘을 바라보는 것처럼.. 나는 이 대나무 줄기에 반사되는 하늘을 바라봅니다. 나와 대나무는 모두 같은 곳을 보고 있습니다. 나는 대나무가 무엇을 보는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시 궁금해 합니다.

No. 3 대나무 숲의 속삭임 (해설판) Photo-Image Nikon 35Ti, F8, 평균측광에서 -1.3, TRX 400, 좌측 순사광, 구름 60% (옅은 두께)

시선을 내려서 그렇게 하늘을 바라보는 대나무들을 봅니다. 대나무는 여전히 하늘을 바라보지만 나는 그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대나무들을 봅니다. 빛은 좌상중단에서 우하중단으로 흘러오고 있습니다. 대나무 잎들에 산란된 빛입니다.그 흐름을 좀 더 잘 보이게 하기 위해서 빛이 들어오는 입구 (우측)에 색이 조금 더 흰 대나무를 위치 했습니다. 이제 그 조금 흰색의 대나무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No. 4 대나무 숲의 속삭임 (해설판) Photo-Image Nikon 35Ti, F8, 평균측광에서 -1, TRX 400, 수평 순광, 구름 60% (옅은 두께)

더욱 시선을 내립니다. 이제는 대나무 줄기에 비치는 내 모습을 보게 됩니다. 빛의 방향은 수평으로 순광으로 나를 지나서 대나무 줄기에 갑니다. 뒤에서 수평으로 오는 광선은 No 6 번부터 설명됩니다. 이제서야 대나무와 나는 마주보고 있게 됩니다. 나는 대나무와 대화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대나무는 무언가 말을 건네려 합니다.

No. 5 대나무 숲의 속삭임 (해설판) Photo-Image Konica FS-1, Hexanon AR 135/2.5, F5.6, 평균 -0.7, 수평 순광+상단 수직광, 구름 60% (옅은 두께)

모두 멈춰있는 대나무 중에 하나가 살짝 기울여 나를 바라봅니다. 나는 이야기 합니다. 대나무는 듣고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였나고요?.. 비밀입니다. ^^; 이야기 하는 대나무 뒤에 대나무 숲 사이로 구멍난 (No2) 공간으로 빛이 떨어집니다. 빛은 수평과 수직이 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대나무를 비추어 줍니다.

No. 6 대나무 숲의 속삭임 (해설판) Photo-Image Nikon 35Ti, F8, 평균측광에서 -0.3, TRX 400, 수평 반사역광, 구름 40% (옅은 두께)

문득 뒤에서 오는 빛들 (수평역광).. 그리고 그 속삭임이 궁금해 집니다. 그래서 뒤돌아 보았습니다. 앞에서 이야기 했던(No5) 그 대나무와 같은 모양으로 기울어진 한 작은 대나무를 보게 됩니다. 하지만 뒤에서의 속삭임은 그가 한게 아니었습니다. 길은 마른 흙길인데 진흙이라서 밝은 상태 였습니다. 50도 정도로 반사되어 들어왔던 순역광입니다. 우측 중하단 부분에 황금분할선으로 흘러들어오는 빛이 보입니다.

No. 7 대나무 숲의 속삭임 (해설판) Photo-Image Konica FS-1, Hexanon AR 135/2.5, F4, 평균 +1, 수평 반사역광, 구름 30% (옅은 두께)

그것은 대나무 잎과 이름 없는 잡초가 나누는 이야기 였습니다. 나는 방금 대나무에게 (No5) 하소연 하던 것도 잊고 그 대화를 옅듣습니다.

No. 8 대나무 숲의 속삭임 (해설판) Photo-Image Konica FS-1, Hexanon AR 135/2.5, F4, 평균 +1.3, 수평 반사역광, 구름 30% (옅은 두께)

그렇겠지요.. 그렇지요... 방금 했던 나의 푸념은 그저 쓸데 없는 고민이었을 뿐이라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물 흐르듯.. 바라만 보면 될것을...

No. 9 대나무 숲의 속삭임 (해설판) Photo-Image Konica FS-1, Hexanon AR 135/2.5, F3.5, 평균 +2.3, 수평 반사역광, 구름 30% (옅은 두께)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지만... 다들 저마다 아름다운 것이겠지요. 세상 무엇도 여리지 않은 것이 없고.. 강하지 않은 것이 없을 겝니다... 나는 고개를 끄떡입니다.

No. 10 대나무 숲의 속삭임 (해설판) Photo-Image Konica FS-1, Hexanon AR 135/2.5, F8, 평균 0, 수평 반사순광, 구름 20% (푸른 하늘)

이제 그 대나무 숲을 빠져나옵니다. 밖에서 본 대나무 숲은 언제 그런 속삭임들이 있었냐는듯... 무심해 보이기만 합니다. 세상은 그렇게 귀기울여야만 들을 수 있는 소리들과 시선을 주어야만 보이는 사물들이 있나 봅니다. 마음을 열어야만 나눌 수 있는 무언가들이 있을 것입니다.

No. 11 대나무 숲의 속삭임 (해설판) Photo-Image Konica FS-1, Hexanon AR 135/2.5, F8, 평균 +1, 순사광, 구름 20% (푸른 하늘)

이제는 가벼운 마음입니다. 그래서 하늘을 쳐다 보았습니다. 대나무 잎의 녹색을 푸른 하늘과 참 잘 어울립니다. 하늘은 이제 파랗게 되었습니다. 녹색을 죽이지 않기 위해 +1 로 노출을 오버합니다.

No. 12 대나무 숲의 속삭임 (해설판) Photo-Image Konica FS-1, Hexanon AR 135/2.5, F4, 평균 +1.7, 사광, 구름 80% (중간두께)

의미 없이 지나가는 듯한 저 새처럼 의미 없어 보였던 나를 스쳐갔던 시간들이... 조금만 더 정성들여 바라보면 많은 의미들이 담겨 있음을 느낍니다. 이 사진은 실제는 No1 다음에 촬영된 사진입니다. 우측 상단이 해가 있는 부분입니다. 각도를 맞추어서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움직이는 새의 모습을 잡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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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 가장 처음에 인용되었던 최돈선의 엽서 중 일부 인용된 부분을 제 마음대로 풀어 쓴 내용입니다. 그리고 대나무 숲에서 그 대나무와 제가 나누었던 대화의 내용일지도.... 누가 나를 사랑하나? ...... 누가 나를 기억하고 누가 나를 소중히 여길까 하는 회의가 찾아 들 때가 있습니다. 한 편의 영화(映畵)처럼 강(江)이 떠나고 ...... 시간은 때론 현실감없이 강물처럼 흘러가는것 같습니다. 그런 무의미함들이 허무함을 전해 줍니다. 포플러가 자라고 바람과 함께 흐린 날이 왔다. ...... 하지만.. 나로 인해 세상은 조금씩 변하기도 하고 때론 힘들 일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 이 연작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길을 떠나며 지나가다 그는 대나무 숲을 만나고 숲속의 한 대나무에게 푸념을 늘어 놓습니다. 대나무는 그저 듣기만 합니다. 때론 작은 격려를 해 주기도 합니다만 대부분 담담할 뿐입니다. 문득 그는 자신의 뒤에서 서로 이야기 하는 작은 속삭임을 옅듣게 됩니다. 그리고 그 대화를 옅들으면서 자신의 푸념들이 부질없음을 깨닫습니다. 새로운 의미들을 스스로 찾게 됩니다. 이읔고 그 대나무 숲을 나와서 푸른 하늘을 보니 평안한 마음을 얻게 됩니다. ----- 의미 없이 반복 되는 단순한 일상들에 지친 사람들이 잠시나마 쉴 수 있는 여유과 편안함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배경음악은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 입니다.. 결국 이 연작의 여행은 그렇게 삶(우리의 삶이 있는 세상)속에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 떠난 것이이었습니다. - 언젠가 어느분에 제게 사진 연작을 어떻게 만들고 구성하냐고 질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부족하고 매끄럽진 않지만 저 나름대로의 방법을 한번쯤은 설명해서 정리해보고자 해서 정리한 글입니다. -

Photography : 하늘 Edited, Arranged, Produced : 하늘 2003.07.26 경주 오릉, 남촌 도예마을 입구 Nikon 35Ti, Nikkor 35/2.8 Konica FS-1, Hexanon AR 135/2.5 Fuji Reala 100 Kodak TRI-X 400(TRX) [관련 연작] 내 안의 거울 1 (사세보) 해가 지는 시간 SkyMoon.info 대나무 숲의 속삭임 (해설판) Photo-Image [정수년]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 대나무 숲의 속삭임 (해설판) Photo-Image https://youtu.be/AttVzD7KFeg

https://skymoon.info/a/PhotoEssay/159  

모두가 같은 무엇이지만 여전히 그것은 서로 다른 무엇이다 [하늘-그것은 서로 다른 무엇이다]

가을에 (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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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촌 -----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지워지는 어린 날 희미해져가는 추억 과거의 상념 슬플 건 없지만 가슴 한 켠으로 느끼는 허전함 이젠 기억으로만 남을 이곳의 시간들에게 소리 없는 작별 인사를 한다. 그때는 키가 낮은 나였으리라. 작게 흐르는 시냇물을 기뻐했으리라. 그 시간들에게 안녕을 고한다. 안녕... 너와집 ----- 벼농사가 되지 않아서 초가를 이지 못하였다. 거친 나무들을 내내 깍아 지붕을 이고 벽을 치고 그리고 그곳에서 살았다. 삶의 가치가 소유에 있지 않음을 아프게 바라보며 나는 그들의 삶의 흔적을 찾는다. 성긴 나무벽 사이로 들어치는 바람보다 더한 추위를 느끼는 가슴이 시린... 철길 ----- 그것은 삶의 길이었다. 이 거친 산야에서 탈출을 위한 쇠로 만든 길 그것이 유일한 희망이라 생각했다. 한낱 검은 돌이지만 희망으로 가는 차표라고 생각했다. 아. 강원도 ----- 거칠고 지긋지긋한 나무와 돌들이 아름다운 모습이란 걸 느끼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산중턱을 깍아 화전을 일구면서 그들이 볼 수 있는 것은 쟁기를 부러뜨리는 거친 돌뿐이었을테니... 끝없는 산과 산 깊어 가는 가을 삶에서 한걸음 물러서서 상념을 떠올리다. A. 탄광촌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지워지는 어린 날 희미해져가는 추억 과거의 상념 슬플 건 없지만 No

Now 대나무 숲의 속삭임 (해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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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를 사랑하나? 한 편의 영화(映畵)처럼 강(江)이 떠나고 포플러가 자라고 바람과 함께 흐린 날이 왔다. - 최돈선의 엽서(葉書) 중의 일부 - Nikon 35Ti, F3.5, 평균측광에서 -0.5, TRX 400, 확산에 의한 수직광(광원은 좌측 순사광), 구름 90% (중간 두께) 언젠가 제가 '사진은 거울과 같다' 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관련 연작 : 내 안의 거울 1 (사세보)) 사실은 세상의 모든 사물들은 거울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모든 빛을 반사하는게 아니라 제가 가진 색만을 반사한다는 것이 다를 뿐입니다. 사실은 우리는 사물 자체을 볼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보는 빛들이란 건 사실은 수 많은 입자들이 사물에 부딪힌 후 반사되는 그 어떤 것이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세상을 반사로, 온도로, 냄새로 그리고 느낌으로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옅은 구름이 가득 낀 흐린날... 빛은 구름이라는 확산판으로 인해 태양의 위치에 관계 없이 수직으로 마치 비처럼 곧게 내립니다. 그리고 저기압으로 지상의 공기는 보통때보다 더 많은 수분과 먼지를 가지게 됩니다. 우리의 눈은 부족한 광량으로 인해 홍채는 열리게 되고 이에 따라 우리가 느끼는 심도는 얕아지고 비네팅이 생겨서 시야가 좁아 집니다. (관련 연작 : 해가 지는 시간) 이런 비네팅과 주변의 정물이 잘 안보이는 느낌을

어느 물방울의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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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물방울의 회상 한 방울.. 두 방울... 얼었던 겨울이 느끼기도 어렵게 조금씩 녹아가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시간은 흘러갑니다. 나는 흘러가는 강물 속에서 이름도 갖지 못했던 작은 물방울이었습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흘러가고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작은 굽이를 돌고 너른 모래톱을 느긋이 지나고 폭포 속으로 뛰어듭니다. 그렇게 흘러가다 보니 너무 넓고 깊어 끝을 알 수 없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이 바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따스한 햇살이 나를 감싸던 날 몸이 점점 가벼워집니다. 마침내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나는 이제 물방울이 아닌 존재가 되었습니다. 내 몸은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습니다. 아주 작은 미풍에도 바다보다 더 큰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방울이었을 때와는 비교하지 못할 만큼 가볍고 빨라졌습니다. 그때가 가장 자유로운 시간이었습니다. 끝없이 높고 넓은 세상이 보입니다. 한없이 자유롭고 편안하게 지내고 있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제는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는 지금 존재하고 있을까? 자유의 행복과 존재의 의심을 함께 간직한 채 그렇게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만났습니다. 내 몸이 하얗고 작은 너무나 아름다운 눈의 결정으로 변해갑니다. 그때가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이었습니다. 곁에

나에게 사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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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서 사진은 무엇일까? 사진을 시작하면서 처음에 그저 신기함으로 다가 오던 기계와 인화물들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에게 사진은 어떤 의미로 남아 있는건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 적이 있다. 나에게서 사진은 일기 혹은 거울과 같은 의미이다. 나는 일기 쓰는 대신 혹은 거울속에 내 모습을 바라보는 것처럼 사진을 한다. 말이야 그럴 듯 하지만 그냥 일기를 계속 쓰면 될 일을 왜 필름 버려 가며 사진 찍고 다니고 있는걸까? 어쩌면 마음 속의 이야기들을 누구에겐가 터놓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을지도 ... 하지만 한편으론 그렇게 나의 속 마음 모든 것을 내놓기 싫은 자기보호 본능도 있음을 무시하지 못한다. 적당히 암호화 되고 또 적당히 공개되는 어떤 방법.. 그 방법을 사진에서 찾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제한된 지면에 사진을 실어야 하는 보도사진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한 장의 사진에 모든 것을 담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스크롤만으로 무제한 늘어나는 컴퓨터 모니터에서 보는 사진이라면 구지 읽기 어렵고 만들기 어려운 압축 과정을 거치려 하지 않는다. 그냥 일기 쓰듯 한 장 한 장 풀어 내려 갈 뿐이다. 그런 나에게 기존의 사진이론은 무의미 할 때가 많다. 노출과 심도, 구도와 분할, 배치와 조합들은 나에게는 큰 구속력이 되지 않는다. 미약하게나마 관심있는 부분은 선과 흐름이지만 이 역시도 그저 개인적인 약간의 관심일뿐이다. 결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