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쓴 편지

하늘 No.382 [Poem] 4043
사진으로 쓴 편지 Photo-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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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쓴 편지

언젠가 사진에 시간이 있으면 좋을 것같다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오후엔 오후처럼 보이고 오전엔 오전처럼 보이기를...
하지만 그것이 언제나 맞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오후여도 오전처럼 새벽처럼 볼 수도 있는 일이지요.
...

낙옆들이 가득 쌓인 숲을 지나 이곳에 도착해보니
가을이지만 새로 돋아난 대나무 잎이 약한 빛에서도 밝은 녹색으로 빛나고
사계절 언제나 여름색을 지닌 눈향나무는 이름처럼 편안히 누워 있었습니다.

늦가을 낙엽을 흩날리던 나무가 담장 너머로 슬쩍 내려보고 있더군요.
찬찬히 보니 그도 아직 화려하고 고운 단풍 색의 잎을 제법 달고 있었습니다.
그 나무는 과거 큰 가지 하나가 잘린 상처가 남아 있었지만
힘차고 굳센 팔을 펼치며 여유롭게 가지를 바람에 맡겼습니다.

오후의 그곳에 서서
새벽처럼 그 장면을 바라본 건 제 바람이었지만
그 풍경을 만들어낸 사람과 대상들이
하루의 시작에 보이는 새벽 톤과 참 잘 어울려서 좋았습니다.

그렇게
눈으로 본 풍경과 마음으로 보았던 풍경을 겹쳐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https://SkyMoon.info/a/Poem/382  

낯선 길은 두려움이다. 인적이 없는 숲은 두려움과 동시에 외로움이다. 낮은 억새의 바람소리도 으르렁 거리는 신음소리처럼 들린다. 밝은 햇살은 조금도 위안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바람과 어른거리는 그림자 때문에 더욱 혼란스럽기만 하다. [하늘-숲 속에 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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