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의 행복

하늘 No.367 [Essay] 3573
캄보디아에서의 행복

처음 이곳에 도착해서는 아이들이 이렇게 손가락을 하나 치켜드는 것을 보고는 무슨 뜻인지 몰랐었는데 한참이 지나서 가이드가 이야기 해주기를 <B>"1달러만 주세요"</B> 라는 뜻이라 한다.

이곳의 물가와 인건비를 생각해서 1달러만 주세요 라는 것을 우리나라 말과 시세로 환산하여 번역하면 <B>"3만원만 주세요"</B> 라는 뜻이 된다.

이 나라에서 어린아이에게 이렇게 큰 돈이 생길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관광객이라도 워낙 많은 구걸자를 만나기 때문에 처음 한두번 말고는 좀처럼 주머니를 열지 않는다. 관광객 입장에서 구걸이 아니라 무언가를 사주고 싶어도 살만한 것도 없다.

관광객이 많아서 외화가 유입되는 씨엠립은 그나마 상황이 좋은 것이다. 북부 산간지방에서는 하루가 아닌 한달의 수입이 1달러를 넘지 못하는 곳도 있다. 가난하다 말다 하는 정도가 아니라 돈 자체가 아예 없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이들은 아직도 물물교환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들을 '원달러피플' 이라고 부른다.

이런 그들의 삶이 고달프고 가난하고 괴로울 것이라 잠시 생각해 본적이 있다. 그러나 곧 그 생각이 옳지 않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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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80년대까지 계속된 학살(1,2차)로 인하여 전 인구의 1/3이 넘는 인구들이 죽임을 당했던 전 세계적으로도 사람에 의한 대재앙으로 꼽는 유명한 킬링필드의 주인공들이다. [킬링필드 참고자료 :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ED%82%AC%EB%A7%81%ED%95%84%EB%93%9C

그들을 죽인 자들 역시 캄보디아인이었으며 같은 국가, 같은 동족으로부터 살해 당했다. 분노를 표출할 곳도 없다. 살해한 자 역시 이웃이었으며 아들이었으며 친지였다.

살인을 주도한 폴포트의 혁명군 중 많은 숫자가 12세 ~ 16세의 어린 아이들이었으며 이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깨닫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다.
잔악한 살인일수록 깊은 충성심이라 생각하며 비싼 총알을 쓰지 않고 싼 가격으로 많은 인원을 죽이기 위해 비닐 봉투로 머리를 씌우고 톱처럼 생긴 열대식물 줄기로 목을 자르고 어린 아이는 다리를 잡고 야구배트처럼 머리를 벽에 쳐서 죽였다. 가격이 싼 살인이라는 말이 어떻게 존재할 수가 있을까. 그렇지만 존재했었다.

얼마전까지도 전쟁으로 인하여 아직도 많은 무기들이 민간에 있으며 이로 인해 쉽게 살인이 이루어지고 또 그만큼 쉽게 잊혀진다. 이곳에서는 매춘을 하는 10대 소녀들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이들 중 많은 비율이 이미 에이즈환자이다.

이들은 지난 수십년간, 그리고 지금도 죽음에 익숙해져 있다.

이들에게 현재는 천국이다.
주변에 살인을 당하는 사람들이 점점 적어지고 차츰 죽음에서 멀어지고 있는 중이다. 수십년의 극심한 고통과 두려움을 벗어나는 지금의 하루 하루는 그들에게는 행복으로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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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행복은 살아 있음 이다.
살아 있는 이순간이야 말로 가장 경이롭고 행복한 순간이다.

어쩌면 신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축복은 "생존" 일 것이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고통일지라도 감당할 의사를 가지고 있지만 그 사실을 가끔씩 잊을 때가 있다.

<B>이들에게 부과 가난을 가지고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삶에 대한 불경한 이야기일 뿐이다.</B>

<I>이 글은 2004년도에 쓰여진 글입니다. 지금의 캄보디아 상황을 그때보다는 훨씬 더 좋은 상황이 되었으며 이 글은 현재에는 맞지 않은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I>


캄보디아에서의 행복 (캄보디아)
https://SkyMoon.info/a/PhotoEssay/181
캄보디아에서의 행복 Photo-Image

https://SkyMoon.info/a/Poem/367  

나무를 보며 새를 닮았다 하고 바람 소리에서 짐승의 울음 소리를 들으려 합니다. 나무에 겹쳐진 새의 머리와 날개 때문에 멀쩡히 있는 나무가 사라지고 바람 소리와 똑같이 우는 짐승은 없으니 진정한 바람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하늘-세상을 보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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