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

하늘 No.343 [Essay] 3703
하루 1

시계 위의
하루는
언제나 같은 속도지만
유난히 긴 하루가 올 때가 있다.
...
A day always has the same speed on the clock.
Sometimes there comes an exceptionally long day.

---
AM 7:50
어떤 꿈을 꾸고 난 아침... 밤새 등을 켜둔 채 잠을 잤었다.

AM 10:34
문을 나서는 내 발걸음 소리가 낯설다
낯설음...
어쩌면 이것은 익숙함 때문일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곳 풍경들에 익숙해지고 있다.
혼란스러움이 잦아들면서 그제서야 마음속에 눌러 두었던
사치스런운 감정들이 고개를 드는 것 뿐이다.
되돌아가고 싶다.
향수병...
돌아가고 싶다...

AM 11:59
한참을 지나왔는데 나는 여전히 혼자다.
나는 너무 큰 열리지 않는 문을 만난 것 같다.

PM 2:14
길을 걷다 만난 노천 카페의 의자들...
잠시지만 내 자리를 하나 만들어 두었다.

PM 5:32
하지만 이내 일어선다.
이곳에는 온통 낯설은 자리뿐이다.
해가 지고 있다.
나는 안도한다.
나는 편안하다.
나는 따스하다.
나는 기억한다.
나는 이곳에 서 있다.

PM 6:18
일몰이 지나면 더 이상 아침의 기억을 가질 필요가 없다.

PM 8:48
오늘 하루의 기억들은 이제 닫아 둔다.
나는 되돌아갈 길을 찾는다.
밤이 온다.

AM 3: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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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빛깔 짙은 가면을 쓰고 너무나도 훌륭한 연기와 자신과 타인에 대한 기교(技巧)만을 배운 것 그것이 나의 슬픔이다 [하늘-나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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