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시계

하늘 No.318 [Essay] 3533
아버지의 시계


나의 어린 날
아버지는
아침마다 시계 태엽을 감았다.

벽에서 시간마다 댕댕거리던 괘종 시계,
도르륵 도르륵
그 시계는 조금만 수평이 안 맞으면
태엽을 다 쓰지도 못하고 멈춘다.

큼직한 기계식 손목 시계도 있었다.
이것도 한참 태엽을 감고는
귀에 붙여 째깍거리는 소리를 듣곤 하셨다.

세월이 흘러
오래 된 그 손목 시계는 고장이 났다
아버지의 손목에는 한동안 시계가 없었다.

---

어느 시계를 샀다.
크게 맘이 가지 않는
그냥 그런 시계,

고향집 내려갔을 때
아버지가 눈여겨 보시는 것 같아 드렸다.
그 시계를 내내 차고 다니셨다.

아버지의
삶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그 시계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 물건이 되었다.

시계는 다시 나에게 돌아왔다.

아버지에게나 나에게나
큰 의미 없는 시계였지만
그 시계에는
당신 삶의 조각들이 새겨져 있었다.
아버지의 시계 Photo-Image

https://SkyMoon.info/a/Poem/318  

아름다운 단어로만 꾸민 글은 예쁘게 치장한 화장과 같다. 보기는 좋겠지만 그것뿐이다. 화장 아래 민낯을 세상이 보지 못하게 가릴 뿐 변하는 것은 없다 [하늘-그려진 눈]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