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마치며 1 (캄보디아, 베트남)

하늘 No.337 [Essay] 3547
여행을 마치며 1 (캄보디아, 베트남)

유난히 매서웠던 이번 겨울에 TV 광고에 마음이 혹해서 무작정 떠난 여름으로의 여행...

영하 2도의 한국을 떠나 섭씨 39도를 넘나드는 무더위의 캄보디아를 지나 서늘한 가을 날씨의 베트남 하롱베이까지 여름옷도 겨울옷도 아닌 어정쩡한 차림으로 다녔다.
풍경들을 만나고 사람들을 보면서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마음에 남았던 것은 아직 마르지 않은 눅눅한 한 장의 노란 수건이었다.
그 곁에 소박하기 이를데 없는 몇몇의 옷가지들이 널린 빨랫줄 앞에서 나는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하롱베이의 겨울은 우리나라처럼 매섭진 않지만 내내 비가 오고 안개가 끼는 습한 기후였다. 한국의 10월 하순쯤 되는 온도에서 이런 습기는 금새 온몸을 식게 만들기 마련이다. 이런 날씨에 난방도, 전기도 제대로 없는 물 위의 판자집에서 겨울을 나는 사람들의 옷가지가 겨우 이것뿐이라니...

새롭게 페인트 칠한 판자 벽과 서로 붙어 있는 두 개의 하트를 그려둔 이 집은 신혼 살림을 막 시작한 집이었다. 수건 한 장 보송한 것 쓰기 어려운 생활속에서도 그들의 신혼은 충분히 행복할 것이다.
캄보디아에서부터 쌓였던 어떤 감정들이 이 의미 없어 보이는 수건 한 장에 마음 깊은 곳의 울림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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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니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뒤돌아 서는 것이었다.

그저 가을날씨로만 느끼는 나는 이들의 겨울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무언가를 만나며 함부로 내 잣대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며 다짐하면서도... 그리고 그들과 나는 별개의 것이라고 애써 자위하면서도...

결국은 사람은 온전히 다를 수 없음을 알기에 발 끝을 붙잡는 무언가가 두고 뒤돌아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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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마치며 1 (캄보디아,베트남) Photo-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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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가는 삶이 있고 보내는 삶이 있고 남겨진 삶이 있었으며 기억하는 삶도 그 자리에 있었다 [하늘-부다페스트의 어느 묘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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