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키크룸로프의 작은 골목에서

하늘 No.138 [Essay] 3910
체스키크룸로프의 작은 골목에서

때로는
나뭇잎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들과도 이야기 한다.

때로는
소리 없이 지나치는 작은 바람과도 이야기를 한다.

때로는
지구 반대편 이름 없는 작은 골목에서
알지 못하는 소녀의 팔에 걸린
밝은 초록색 가방과도 이야기를 한다.

그 가방은
그녀의 몸집만큼이나 컸지만 그녀의 존재감을 주눅들게 하지 않았으며,
그 시간 그 골목에서 유일한 초록이었다.
무엇보다 그녀의 금발 머리결과도 잘 어울렸다.

아마도
소녀와 나는
사진으로 만난 백이십분의 일초 이후
스쳐서라도 다시 만날 경우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가방과도 역시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이다.

갑작스레 찾아온 만남이었고
다시는 재회를 기약할 수 없는 제대로 된 이별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들은
언제나 겪는 일상적인 만남이고
금새 잊혀질 별스럽지 않은 이별이다.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만남과 이별은
살면서 겪을 수많은 그것들 중 몇 개나 될런지...

가슴에 담겨
마음에 남을 수 있는
만남과 이별은
그것이 아프든 기쁘든 축복이리라.


https://SkyMoon.info/a/PhotoEssay/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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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정호승-수선화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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