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키크룸로프의 작은 골목에서

하늘 No.138 [Essay] 4044
체스키크룸로프의 작은 골목에서

때로는
나뭇잎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들과도 이야기 한다.

때로는
소리 없이 지나치는 작은 바람과도 이야기를 한다.

때로는
지구 반대편 이름 없는 작은 골목에서
알지 못하는 소녀의 팔에 걸린
밝은 초록색 가방과도 이야기를 한다.

그 가방은
그녀의 몸집만큼이나 컸지만 그녀의 존재감을 주눅들게 하지 않았으며,
그 시간 그 골목에서 유일한 초록이었다.
무엇보다 그녀의 금발 머리결과도 잘 어울렸다.

아마도
소녀와 나는
사진으로 만난 백이십분의 일초 이후
스쳐서라도 다시 만날 경우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가방과도 역시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이다.

갑작스레 찾아온 만남이었고
다시는 재회를 기약할 수 없는 제대로 된 이별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들은
언제나 겪는 일상적인 만남이고
금새 잊혀질 별스럽지 않은 이별이다.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만남과 이별은
살면서 겪을 수많은 그것들 중 몇 개나 될런지...

가슴에 담겨
마음에 남을 수 있는
만남과 이별은
그것이 아프든 기쁘든 축복이리라.


https://SkyMoon.info/a/PhotoEssay/85
체스키크룸로프의 작은 골목에서 Photo-Image
체스키크룸로프의 작은 골목에서 Photo-Image
체스키크룸로프의 작은 골목에서 Photo-Image

https://SkyMoon.info/a/Poem/138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펄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追憶)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윤동주-자화상]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