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배령 할아버지
곰배령 할아버지
곰배령 초입에는
집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허름한 시골집이 하나 있다.
그 집의 노인은
마당 한켠에 앉아서
집 앞으로 지나는 산책로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쩌다가 지나는 사람들이
그에게 말이라도 붙일라치면
그의 지루한 오후는 끝나고
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운 시간이 된다.
---
"산 길이 좁은데 등산을 하는 갑소?"
"예, 그래도 사람도 없이 한적한 길이라 참 좋습니다"
"길이 좁아서 나무라도 한 짐 해올라치면 길가 나뭇가지가 걸려서 영..."
"하하. 그렇겠네요."
"그래도 계곡물이 길 따라 있어 산 길 쉬엄쉬엄 오르며 가기는 좋지. 그래도 나는 이렇게 마당에 앉아서 지나는 사람 보는 게 제일이더만..."
"경치 좋은 곳에서 쉬시며 느긋이 바라보니 좋으시겠어요"
"말도 마. 얼마 전에 위암으로 수술해서 죽만 먹어야 해. 영 힘이 안 나니 하루에 반은 이렇게 쉴 수밖에..."
"어르신 인상이 참 좋으신데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뭐 다 삭은 노인네 찍어서 뭐하게.. 허허. 혹 잘 나오면 한 장 보내주면 좋고..."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그 노인은 수줍게 한 마디 꺼낸다.
"커피라도 한 잔 타 줄까?"
"아니요. 괜찮습니다."
거동도 편치 않다는 할아버지에게 차마 커피까지 얻어먹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돌아서서 내려오던 산을 계속 내려왔다.
차 안에서 카메라 장비를 정리하며 문득 그 '커피 타 줄까' 하는 이야기가 할아버지의 수줍은 생활비 마련의 방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내가 조금만 더 세심히 얼굴을 바라보고 말씀을 듣고 있었더라면 그 속마음을 알아챘을 텐데... 할아버지 인상을 사진에 담겠다고 카메라만 보던 내 눈이 그의 마음을 보았더라면 참 따뜻했을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었을 텐데...
https://SkyMoon.info/a/PhotoEssay/206
곰배령 초입에는
집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허름한 시골집이 하나 있다.
그 집의 노인은
마당 한켠에 앉아서
집 앞으로 지나는 산책로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쩌다가 지나는 사람들이
그에게 말이라도 붙일라치면
그의 지루한 오후는 끝나고
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운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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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길이 좁은데 등산을 하는 갑소?"
"예, 그래도 사람도 없이 한적한 길이라 참 좋습니다"
"길이 좁아서 나무라도 한 짐 해올라치면 길가 나뭇가지가 걸려서 영..."
"하하. 그렇겠네요."
"그래도 계곡물이 길 따라 있어 산 길 쉬엄쉬엄 오르며 가기는 좋지. 그래도 나는 이렇게 마당에 앉아서 지나는 사람 보는 게 제일이더만..."
"경치 좋은 곳에서 쉬시며 느긋이 바라보니 좋으시겠어요"
"말도 마. 얼마 전에 위암으로 수술해서 죽만 먹어야 해. 영 힘이 안 나니 하루에 반은 이렇게 쉴 수밖에..."
"어르신 인상이 참 좋으신데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뭐 다 삭은 노인네 찍어서 뭐하게.. 허허. 혹 잘 나오면 한 장 보내주면 좋고..."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그 노인은 수줍게 한 마디 꺼낸다.
"커피라도 한 잔 타 줄까?"
"아니요. 괜찮습니다."
거동도 편치 않다는 할아버지에게 차마 커피까지 얻어먹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돌아서서 내려오던 산을 계속 내려왔다.
차 안에서 카메라 장비를 정리하며 문득 그 '커피 타 줄까' 하는 이야기가 할아버지의 수줍은 생활비 마련의 방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내가 조금만 더 세심히 얼굴을 바라보고 말씀을 듣고 있었더라면 그 속마음을 알아챘을 텐데... 할아버지 인상을 사진에 담겠다고 카메라만 보던 내 눈이 그의 마음을 보았더라면 참 따뜻했을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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