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상 위의 천사] 여행 (3)

하늘 No.91 [Poem] 3733
여행 (3)


나는집앞의50번버스를30분정도기다린끝에
그버스종점인북부정류장에도착했다. 3920원
이라는돈을지불하고곧장안동으로향하는직
행버스의정면에서오른쪽두번째좌석창쪽에
앉아있었다.늦은시간이어서인지승객이많지
않았다. 버스가움직이기시작할때왠숙녀가급
하게올라탔다. 그녀는몸의균형을잃었는지
잠시비틀거리다내게실례합니다라고말하고
내옆좌석에앉았다. 여인의몸이팔꿈치와다리
가느껴졌다.나는얼굴을붉히고가만히있는수
밖에없었다.잠시후그녀는상냥스러운목소리
로나에게좌석을바꾸자고말했고난말도못하
고일어나자리를바꾸었다. 이후로그녀는한
번도창밖에서시선을돌리지않았고나는시종
버스에설치된재미없는비디오만보았다.
그녀는안동에도착했을때다시한번실례합니
다라고고운목소리로내게말했고나는또아무
말도못하고길을만들었다. 그녀는테가검은
안경을쓰고있었으며웃으면이쁘게보조개가
패일듯한복사꽃두볼을갖고있었다. 어둠이
짙어지는그무더운여름속으로그녀는에어컨
의보호를아무런주저없이옅은하늘색의긴옷
자락의흔들림을뒤로한채신머리카락을흩날
리며걸어갔다.


/ 하늘의 내 책상 위의 천사 (1993-1996) : 시 파트 재작성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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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가지는 약하나 다른 나무를 묶는 끈이 된다 [하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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