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키크룸로프의 작은 골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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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키크룸로프의 작은 골목에서

때로는
나뭇잎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들과도
이야기 한다.

때로는
느낄 사이도 없이 지나치는
작은 바람과도 이야기를 한다.

때로는
지구 반대편에서 살고 있는
이름 없는 작은 골목에서
알지 못하는 소녀의 팔에 걸린
밝은 초록 소박한 가방과도 이야기를 한다.

그 가방은
그녀의 몸집만큼이나 컸지만
그녀의 존재감을 주눅들게 하지 않았으며,
그 시간 그 골목에서 유일한 초록이었다.
무엇보다 그녀의 금발 머리결과도 잘 어울렸다.

아마도
소녀와 나는
서로의 삶에서
스쳐서라도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가방과도 역시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이다.

갑작스레 찾아온 만남이었고
다시는 재회를 기약할 수 없는
재대로 된 이별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들은
언제나 겪는 일상적인 만남이고
금새 잊혀질 별스럽지 않은 이별이다.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만남과 이별은
살면서 겪을 수많은 그것들 중 몇 개나 될런지...

가슴에 담겨
기억할 수 있는
만남과 이별은
그것이 아프던 기쁘던 축복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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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키크룸로프의 작은 골목에서

때로는
나뭇잎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들과도
이야기 한다.

때로는
이름도 없이 눈에 보이지도 않고
느낄 사이도 없이 곁을 지나치는
작은 바람 한 줌과도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때로는
지구 반대편에서 살고 있는
이름 없는 작은 골목의 알지 못하는 소녀의
팔에 걸린 밝은 초록의 소박한 가방과도 이야기를 한다.

그 가방은
그녀의 몸집만큼이나 컸지만
그녀의 존재감을 주눅들게 하지 않았으며,
그 시간, 그 골목에서는 유일한 초록이었으며
그녀의 금발 머리결과도 잘 어울렸다.

아마도
소녀와 나는
내 삶에서는 혹은 그녀의 삶에서 역시
다시는 스쳐서라도 만나지 못할 사이일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가방과도 역시
나는 다신 만나지 못할 것이다.

갑작스레 찾아온 만남이고
다시는 재회를 기약하지 못하는
재대로된 이별이다.

그러나 그 일들은 흔히 겪는 일상적인 만남이고
10분도 채 기억하기 어려운 별스럽지 않은 이별이다.

내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이별과 만남은
살면서 겪게 되는 수백만번의 이별과 만남중
지극히 소수인 몇개일 뿐이다.

그러하기에
기억할 수 있고
내 가슴에 담길 수 있는
만남과 이별은
그것이 아프든 기쁘든
대단한 축복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