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시] 자화상(自畵像) - 윤동주

하늘 No.129 [인용] 5434
자화상(自畵像) -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 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펄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追憶)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https://SkyMoon.info/a/Poem/129  

한 번을 걸으면 남은 걸음은 하나가 줄겠지. 한 번을 웃으면 남은 웃음은 하나가 줄겠지. 언젠가 내가 마지막 걸음을 거둘 때 입가에 웃음이 있었으면 참 좋겠다. [하늘-삶의 편린을 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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