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없는 곳에서

하늘 No.10 [Diary] 4979
사람이 없는 곳에서
In places without people

1. 기억은 시간 속에 흔적으로 남다.
Memories remain as traces in time.

2. 떠나 간 자리에 서서 그 기억을 바라 보다.
I stand where they has left and see their memories.
 
3. 열리지 않는 문을 두드리다
It knocks on the door that will not open.


...
일 년이 흘렀다.
어떤 사람들은 떠났고 어떤 사람들은 아직 떠나지 못했다.
이방인인 나는 떠난 빈 자리를 옅보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이곳의 풍경 속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행복과 희망과 고통과 절망을 내가 이해하거나 느끼려는 마음조차 그들의 기억에 대한 모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는 걷고, 걷고, 그저 걸을 뿐이었다.

나는 여기의 삶과 기억들에 대해서 "기록"을 하려는 마음은 없다.
그것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저 어떤 이가 떠나고 남은 자리에 서서 그들이 바라 본 세상을 다시 한번 바라 보고 싶었다.

이곳을 떠난 이들이 더 아름다운 곳에서 더 풍요롭고 더 많이 행복하기를....
아무도 알지 못할 작은 마음의 배웅을 한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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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없는 곳에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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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없는 곳에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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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구 용호동 용호농장

용호농장 마을은 육지에서 보면 장산봉과 그 언덕이 이 지역과 천연의 벽이 되고 마을은 가파른 경사의 좁은 남쪽 지역이다. 이 마을에서 보면 바로 앞에 오륙도가 보인다. 바닷바람을 바로 맞는 지역이라 주거 환경이 좋지 않았지만 바다가 넓게 보여 일제시대에 포대 진지를 구축했었다.

1946년 부산 감만동 상애원(호주,미국 선교부 설립)에서 보호되던 한센병 환자들이 소록도로 강제 이주 되던 중 전염성이 없는 음성 환자들은 용호동 지역으로 이주 되었다. 자신의 의지나 잘못이 아닌 채로 강제 이주 될 당시에도 이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밤에 몰래 도둑처럼 배로 와야 했다.

이후 자연스럽게 외부 출입이 제한되었고 이주된 사람들은 용호농장이라는 공동체를 이루어 닭, 계란, 돼지 사육과 가내 수공업 하청등으로 생계를 유지하였다. 그들은 일년 내내 바람이 멈추지 않아 채소밭도 어려운 척박하고 추운 경사진 산 언덕에서 유배지처럼 살게되었지만 서로 도와가며 그들의 삶을 개척해 나갔다.
처음에 이주 된 270명으로 시작한 마을은 이후 7000명까지 늘어나 새로운 고향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렇게 버려졌던 곳이었는데 경제가 발전하며 전망이 좋다는 이유로 재개발이 진행 되었고 세상은 그들이 어렵사리 만들어낸 그 고향에서 그들을 다시 쫒아내었다.

현재 이 지역은 LG메트로시티, GS하이츠자이, W, 오륙도SK뷰, 쌍용예가, 일신님아파트, 롯데캐슬아인스 등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며 부산의 부촌 지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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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질 수 있는 시간은 과거라는 이름의 그것뿐이다 [하늘-일년을 함께 한 노래를 들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