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대한 긴 이야기

하늘 No.153 [초기] 4219
사진에 대한 긴 이야기 Photo-Image


[California Guitar Trio] Classical Gas  


사진에 대한 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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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는 기술적인 면과 감성적인 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한때는 사진 한 장 한 장을 아주 신중하게 촬영 하던 때가 있었다. 흑백이나 칼라나 모두 자가 현상하고 자가 인화 하다보니 사진 한 장에 대한 후반 작업량이 많은 관계로 촬영을 많이 할 수가 없었다. 부주의하게 대충 대충 촬영하는 사진은 뭔가 모르게 무성의하고 의미 없게 느껴지곤 했다. 하지만 다른 편으로 생각해 보니, 감정은 시간이 필요치 않다. 없는 감정을 만들어내는게 아니라 그저 마음속의 느낌을 그대로 느끼는대는 그야말로 단 1초의 시간조차 필요하지 않다. 같은 이유로 집중이라는 것도 필요없다. 이미 기쁘고 이미 슬프고 혹은 이미 외롭고 또는 이미 즐거운데 무엇에 집중할 필요가 있을까... 기술적인 면들에 대해 너무 의존적이지 않고 싶었다. 가능하면 사진 한 장에 너무 많은 시간이나 고려를 하지 않으려 했다. 노출, 필름, 렌즈, 바디, 색온도, 각도, 빛의 강도와 방향, 산란, 반사, 공기의 성질, 바람, 습기, 프레이밍, 화각, 왜곡, 비네팅, 수차, 셔터, 조리개, 아웃포커싱, 색혼합, 주제부, 계조 범위, 존의 이동, 타이밍........ 이 수 많은 단어들을 머리속에서 지우려 애쓴다. 대신 내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내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나는 어떻게 세상을 보고 있는가... 누군가가 한글철자법을 배우고 워드프로세서를 배우고 프린트하고 제본하는 법을 배웠다고 해서 소설이나 시를 쓰는 법을 배운것은 아니다. 어쩌면 전혀 별개의 이야기일것이다. 사진에 무언가를 담을려면 담는 방법을 마스터함에 앞서서 담을 거리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그 당시의 나의 결론이었다. 보도 사진이나 사진을 업으로 하는 프로사진에 대해서 이런 생각도 해 보았다. 신문에 담아야 할 사진은 그 사진이 차지한 공간에 수백자의 글로 써넣는것보다 더 큰 전달력이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강한 맛이 풍겨야 한다. 그것을 하지 못한다면 그 공간은 그냥 수백자의 글로 대체되고 사진은 제외될것이다. 하지만 나는 신문에 담을 사진을 하는 것이 아니다. 세밀히 천천히 봐주지 않는 (사실은 시간떼우기나 단순한 궁금증이 대부분인) 독자들의 눈에도 쉽게 뜨일만한 강한 느낌의 사진을 원하지 않는다. 나에게 사진에는 강한 메세지가 담겨야 한다는 사진기자들의 사진론에 마음이 끌리지 않는다. 그의 사진 기술이 수십년의 노하우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그와 나는 사진을 하는 이유가 다르기 때문이다. 팔아야 한 사진은 고객이 사야 할 마음이 들게 하는 사진이 최고의 목표일 것이다. 불행히도 그 고객들은 대부분이 사진에 비전문적인 지식과 부족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주머니를 열게 할려면 흔히 보지 못하는 풍경이나 인물, 신기한 것들, 혹은 보통 카메라 촬영기술이나 장비로는 촬영할 수 없는 진하고 강렬한 색감이나 기법들의 사진들이어야 할 것이다. 이런 사진은 대부분 비정상적인 노출(심한 언더나 오버)이나 기타 방법들로 강렬한 색감들.. 평생 보통 눈으로는 거의 보기 힘든 어떤것들을 제공하게 된다. 그리고 깊은 의미들보다는 당장 구매 욕구를 유발하는 지극히 자극적인 맛이 풍겨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 나의 경우와는 맞지 않다. 나는 사진 팔아서 먹고 살아야 하는 프로사진 작가도 아니기때문이다. 프로 사진들을 하는 사람들의 기술적 부분은 당연히 일반인에 비해서 뛰어나고 배워야 할 기술들이 많겠지만 그들의 사진의 목적까지 따라하는 것은 맞지 않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나의 사진 속에는 강렬한 메세지도, 강렬한 톤도 강렬한 색도 인위적으로 넣으려 하지 않는다. 항상 보는 세상 풍경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그대로 담기를 원할 뿐이다. 내 마음이 정리되지 않고 내 마음을 내가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면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쩌면 껍데기일뿐이리라. 결국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내 마음이기 때문이다.

- 하늘의 세상을 보는 마음 - No.1 사진에 대한 긴 이야기 Photo-Image - 문 (門) - Contax T3, Carlzeiss T* Sonnar 35/2.8 2003.03.15 오후 5시 일몰무렵 Czech, Praha, Kodak MAX 400

체코의 프라하의 대통령 궁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이 사진에서 전체적으로 상하로 구분하여 상단은 노을빛에 물든 노란 빛이다. (색온도로는 25000도 근방) 이 광원은 20도 이하의 각도로 비춰지는 태양의 직사광이다. 광선의 위치는 정면 0도 기준 순사광으로 25도 정도의 거의 순광에 가깝다. 화면 하단의 짙은 암부속의 금속의 연약한 반사와 디테일을 위해서 400 필름을 사용했다. 촬영 높이는 기마자세로 찍었으니 가슴 높이이다. 화면의 아랫부분은 약간은 헤이즈와 흐린 하늘로부터 떨어지는 천공광으로 색온도 11,000도 이상의 푸른 빛이다. 방향은 바로 머리꼭대기에서 떨어진다. 이 광으로 인해서 하단부는 푸른빛이 돈다. 이렇게 천공광이 비치는 이유는 뒷편의 성당 건물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면의 좌측 하단부에는 작은 붉은 빛(태양의 직사광)이 들어온다. 창살은 약 2.5미터에서 35미리로 촬영했기때문에 왜곡이 생기는 과정에서 미묘하게 교정되어 좌측으로 기울어진듯.. 혹은 우측으로 기울어진듯 보이는 착시 현상을 일의키고 있다. 이 사진에서 가장 큰 주제는 광선을 직접 받는 창살이 아니다. 보여야 할 장소이지만 보이지 않는 창살의 그림자이다. 그 있어야 할 그림자를 찾다보면 흘러가게 되는 시선의 흐름이다. 또한 사람은 통과할 수 없지만 빛들은 아무런 손실없이 지나가고 있는 장면들... 문이란 사람에게서야 들어가고 나오는 걸 허락 받아야 하는 문이지만 빛에게는 아무런 의미없는 것일 뿐이다. 창살에 붙은 장식물은 윗쪽의 붉은 배경이나 아랫쪽의 푸른 배경에 관계없이 노란 빛을 띄고 있다. 중앙부 좌측의 팔십자 모양의 장식물은 뒷배경에 보이는 길의 끝(소실점)을 감추고 있다. 시선의 흐름은 사진의 좌측 하단의 들어오는 작은 붉은 빛(색의 대비가 가장 강렬한), 그리고 건너뛰어 우측하단부에서 시작하여 좌측 중간의 팔십자(겹십자) 문양, 그리고 우측 상단으로 흘러간다. (혹은 그 역순일 수도 있다.) 결국 이 사진은 대각선 구도이지만 이 문은 그것을 가로막고는 수직구도로 보이도록 한다. 어쩌면 빛을 따라가지 않으면 이 사진은 강렬한 금속의 느낌을 표현하는 수직구도의 사진일 것이다. 하지만 빛을 따라가다보면 이 사진은 면면이 빛의 이동과 그에 따른 색의 변화를 찍은 흐름과 변화가 강조된 대각선 구도의 사진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 사진은 그때의 나의 마음을 표현 한 것이고 그 사진 (나의 마음)을 쉽게 이해하고 쉽게 들어와서는 쉽게 말해버리는 보통의 사람들이 들어 올 수 없도록 마음의 문을 만들어 닫아 둔 것이다. 나는 때로는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서 피사체를 선택하는게 아니라 주제를 감추기 위해서 피사체를 선택할 때도 있다.

No.2 사진에 대한 긴 이야기 Photo-Image - 독일, 뤼데스하임, 드로셀가세 - Leica M6, Leica M-Summilux 35/1.4 2003.03.14, 구름 20~40% 중 해가 구름속에 잠시 들어간때 (중간 정도 두께의 뭉게구름) 노출보정, 조리개, 셔터속도 : F11, 1/250s, +0.7 독일 뤼데스하임, 드로셀가세, Fuji AutoAuto 200 No.3 사진에 대한 긴 이야기 Photo-Image - 명곡 뒷산에서의 산책 - Leicaflex SL, Vario-Elmar f4/70-210 2002.11.30, 순역광, 수직방향으로 30도 근방 명곡 뒷산, Fuji Superia 100

작년 겨울 사진입니다. 그냥 한 장 더 올려 봅니다. 눈이 베일듯한 이 느낌을 좋았습니다.

Photography : 하늘 Edited, Arranged, Produced : 하늘 [관련 연작] 나에게 사진은 SkyMoon.info 사진에 대한 긴 이야기 Photo-Image [California Guitar Trio] Classical Gas (Pathways) 사진에 대한 긴 이야기 Photo-Image https://youtu.be/AiLjq_bySqg

https://skymoon.info/a/PhotoEssay/153  

기억되지 않음의 가벼움, 그래서 슬픔, 그리하여 행복 함 [하늘-혼자 있는 시간]

Now 사진에 대한 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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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는 기술적인 면과 감성적인 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한때는 사진 한 장 한 장을 아주 신중하게 촬영 하던 때가 있었다. 흑백이나 칼라나 모두 자가 현상하고 자가 인화 하다보니 사진 한 장에 대한 후반 작업량이 많은 관계로 촬영을 많이 할 수가 없었다. 부주의하게 대충 대충 촬영하는 사진은 뭔가 모르게 무성의하고 의미 없게 느껴지곤 했다. 하지만 다른 편으로 생각해 보니, 감정은 시간이 필요치 않다. 없는 감정을 만들어내는게 아니라 그저 마음속의 느낌을 그대로 느끼는대는 그야말로 단 1초의 시간조차 필요하지 않다. 같은 이유로 집중이라는 것도 필요없다. 이미 기쁘고 이미 슬프고 혹은 이미 외롭고 또는 이미 즐거운데 무엇에 집중할 필요가 있을까... 기술적인 면들에 대해 너무 의존적이지 않고 싶었다. 가능하면 사진 한 장에 너무 많은 시간이나 고려를 하지 않으려 했다. 노출, 필름, 렌즈, 바디, 색온도, 각도, 빛의 강도와 방향, 산란, 반사, 공기의 성질, 바람, 습기, 프레이밍, 화각, 왜곡, 비네팅, 수차, 셔터, 조리개, 아웃포커싱, 색혼합, 주제부, 계조 범위, 존의 이동, 타이밍........ 이 수 많은 단어들을 머리속에서 지우려 애쓴다. 대신 내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내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나는 어떻게 세상을 보고 있는가... 누군가가 한글철자법을 배우고 워드프로세서를 배우고 프린트하고 제본하는 법을

곰배령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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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배령 할아버지 곰배령 초입에는 집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허름한 시골집이 하나 있다. 그 집의 노인은 마당 한켠에 앉아서 집 앞으로 지나는 산책로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쩌다가 지나는 사람들이 그에게 말이라도 붙일라치면 그의 지루한 오후는 끝나고 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운 시간이 된다. "산 길이 좁은데 등산을 하는 갑소?" "예, 그래도 사람도 없이 한적한 길이라 참 좋습니다" "길이 좁아서 나무라도 한 짐 해올라치면 길가 나뭇가지가 걸려서 영..." "하하. 그렇겠네요." "그래도 계곡물이 길 따라 있어 산 길 쉬엄쉬엄 오르며 가기는 좋지. 그래도 나는 이렇게 마당에 앉아서 지나는 사람 보는 게 제일이더만..." "경치 좋은 곳에서 쉬시며 느긋이 바라보니 좋으시겠어요" "말도 마. 얼마 전에 위암으로 수술해서 죽만 먹어야 해. 영 힘이 안 나니 하루에 반은 이렇게 쉴 수밖에..." "어르신 인상이 참 좋으신데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뭐 다 삭은 노인네 찍어서 뭐하게.. 허허. 혹 잘 나오면 한 장 보내주면 좋고..."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그 노인은 수줍게 한 마디 꺼낸다. "커피라도 한 잔 타 줄까?" "아니요. 괜찮습니다." 거동도 편치 않다는 할아버지에게 차마 커피까지 얻어먹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돌아서서 내려오던 산을 계속 내려왔다. 차 안에서 카메라 장비를 정리하며 문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