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물방울의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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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물방울의 회상 한 방울.. 두 방울... 얼었던 겨울이 느끼기도 어렵게 조금씩 녹아가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시간은 흘러갑니다. 나는 흘러가는 강물 속에서 이름도 갖지 못했던 작은 물방울이었습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흘러가고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작은 굽이를 돌고 너른 모래톱을 느긋이 지나고 폭포 속으로 뛰어듭니다. 그렇게 흘러가다 보니 너무 넓고 깊어 끝을 알 수 없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이 바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따스한 햇살이 나를 감싸던 날 몸이 점점 가벼워집니다. 마침내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나는 이제 물방울이 아닌 존재가 되었습니다. 내 몸은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습니다. 아주 작은 미풍에도 바다보다 더 큰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방울이었을 때와는 비교하지 못할 만큼 가볍고 빨라졌습니다. 그때가 가장 자유로운 시간이었습니다. 끝없이 높고 넓은 세상이 보입니다. 한없이 자유롭고 편안하게 지내고 있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제는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는 지금 존재하고 있을까? 자유의 행복과 존재의 의심을 함께 간직한 채 그렇게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만났습니다. 내 몸이 하얗고 작은 너무나 아름다운 눈의 결정으로 변해갑니다. 그때가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이었습니다. 곁에

나에게 사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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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서 사진은 무엇일까? 사진을 시작하면서 처음에 그저 신기함으로 다가 오던 기계와 인화물들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에게 사진은 어떤 의미로 남아 있는건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 적이 있다. 나에게서 사진은 일기 혹은 거울과 같은 의미이다. 나는 일기 쓰는 대신 혹은 거울속에 내 모습을 바라보는 것처럼 사진을 한다. 말이야 그럴 듯 하지만 그냥 일기를 계속 쓰면 될 일을 왜 필름 버려 가며 사진 찍고 다니고 있는걸까? 어쩌면 마음 속의 이야기들을 누구에겐가 터놓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을지도 ... 하지만 한편으론 그렇게 나의 속 마음 모든 것을 내놓기 싫은 자기보호 본능도 있음을 무시하지 못한다. 적당히 암호화 되고 또 적당히 공개되는 어떤 방법.. 그 방법을 사진에서 찾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제한된 지면에 사진을 실어야 하는 보도사진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한 장의 사진에 모든 것을 담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스크롤만으로 무제한 늘어나는 컴퓨터 모니터에서 보는 사진이라면 구지 읽기 어렵고 만들기 어려운 압축 과정을 거치려 하지 않는다. 그냥 일기 쓰듯 한 장 한 장 풀어 내려 갈 뿐이다. 그런 나에게 기존의 사진이론은 무의미 할 때가 많다. 노출과 심도, 구도와 분할, 배치와 조합들은 나에게는 큰 구속력이 되지 않는다. 미약하게나마 관심있는 부분은 선과 흐름이지만 이 역시도 그저 개인적인 약간의 관심일뿐이다. 결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