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사랑에 대해 물었었지요...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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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사랑이 아닌 것들... 그대가 제게 물었었지요. 무엇이 사랑이냐고? 위안, 위로, 동질감, 외로움, 쓸쓸함, 그리움, 쾌락, 욕구, 종족보존욕, 소유욕, 독점욕, 정복욕, 이기심, 약오름, 허영심, 대리만족, 자기만족, 증명, 확인, 감정이입, 동화, 자기애, 자기연민 학대, 최면, 두려움, 부채감, 혐오감, 질투, 시기, 불안, 체념, 나태함, 귀찮음, 습관, 관성, 도피, 복종, 비밀, 은밀함, 거울 새로움, 신선함, 설레임, 기대감, 긴장감, 궁금증, 소일거리, 도움, 구함, 존경, 경외, 호감, 보답, 공유, 전달, 책임감, 가르침, 의무감, 투자, 거래, 절약, 변화 친근함, 친숙함, 익숙함, 휴식, 기대임, 의지함, 안락함, 편안함, 교감, 나눔, 신뢰, 믿음, 뿌듯함, 황홀감, 행복감, 일체감, 애틋함, 동정심, 연민, 보살핌, 희생, 헌신 저 위에 적혀 있는 단어들을 덜어 내고 남은 것이 비로소 사랑입니다.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주 간단한 규칙입니다. 다른 점이 있기 때문에 다른 단어로 표현 되는 것이 아닐까요? 덜어 내야 할 단어들은 마음이라는 그릇에 함께 담겨 있지만 사랑과 쉽게 헷갈리는 것들입니다. 이런 것들은 서로 서로 혹은 사랑과도 함께 연결되어 있어 마치 엉킨 끈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 중 어느것이라도 당기다 보면 사랑이란 것도 따라 올 때가 있을겁니다. 그래서 이 모두를

그대가 사랑에 대해 물었었지요...III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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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마치 그릇과 같습니다. 많은 것이 담기고 때론 비울 수 있습니다. 마음에 담기는 감정들은 바깥에서 들어오기도 하고 이미 그릇에 담겨 있던 많은 것들이 서로 섞여 새로운 감정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마음이란 그릇속에서는 언제나 많은 것들이 섞여 있고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타인이 그대에게 "좋아 한다" 라는 감정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그대는 그것을 그대의 마음에 담을 수도 있고 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담았다가도 다시 비워낼 수도 있습니다. 감정이라는 것은 단지 마음속에 담는 내용물일 뿐입니다. 비밀 하나 이야기 해 드릴까요? 사랑이라는 감정은 사실은 없는 겁니다. 사랑은 마음에 담을 수 있는 감정들 중 하나가 아니라 그 마음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사랑을 나눈다' 라는 것은 마음 일부를 나누어 주고 받는 것입니다. 그릇에 담기는 내용물이 아니라 그 그릇 일부를 떼어 주는 것입니다. 무엇이 다르냐고요? 마음을 서로 나누면 감정이라는 것과는 달리 같은 재질이기에 그릇이었던 자신의 마음이 받은 마음과 섞이게 됩니다. 그것은 마치 파란색 물과 빨간색 물이 섞이는 것과 비슷합니다. 색은 다르지만 서로 같은 물이니까요. 그리고는 다른 색의 물이 되어갑니다. 자신의 마음 자체가 바뀌어 집니다. 내용물이 아니라 그릇이 바뀌는 것입니다. 그것은 비워질 수 있는게 아닙니다. 이전과는 다른 마음,

숲속에 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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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숲속에 들어서다.. 1. Wandering about in the woods 낯선 길은 항상 두려움이다. 하물며 인적이 없는 숲은 두려움과 동시에 외로움이다. 낮은 억새의 바람소리도 으르렁 거리는 신음소리처럼 들린다. 강한 햇살도 조금도 위안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어른거리는 바람과 그림자때문에 더더욱 혼란 스럽기만 하다. 2. 숲속의 두려움 2. Fear of wood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는것 같다. 고개를 돌려 쳐다보면 아무도 없고... 다시 앞을 보면 옆에서 뭔가가 휙 지나가는듯한 느낌이 든다. 3. 숲속의 두려움을 지나서 3. Over the fear of wood 한참을 그렇게 걷다보니 내가 무엇을 두려워 했는지조차 아득하다. 그저 낯선 느낌때문이었을까? 그저 오래간 만에 왔기 때문일까? 햇살은 다시금 따스하게 보이고 정상 부근의 나즈막한 언덕은 이제서야 정상으로 돌아온 나의 느낌을 일깨워 준다. 지나온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난 지금 희망을 느낀다... 4. 그제서야 땅을 보다. 4. Look at the ground 두려움으로 두리번 거렸던 눈동자는 어느덧 안심된 마음으로 더 이상 무언가를 찾지 않는다. 얼마나 우스운가? 두렵다는 이유로 두려운 것을 찾으려 이리 저리 눈알을 굴려 댔으니.. 왜 나는 눈을 감지 못하였을까? 푸근한 숲에 젖어들면 그제서야 고개를 숙여 땅을 보며 묵묵히 생

어느 물방울의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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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물방울의 회상 한 방울.. 두 방울... 얼었던 겨울이 느끼기도 어렵게 조금씩 녹아가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시간은 흘러갑니다. 나는 흘러가는 강물 속에서 이름도 갖지 못했던 작은 물방울이었습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흘러가고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작은 굽이를 돌고 너른 모래톱을 느긋이 지나고 폭포 속으로 뛰어듭니다. 그렇게 흘러가다 보니 너무 넓고 깊어 끝을 알 수 없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이 바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따스한 햇살이 나를 감싸던 날 몸이 점점 가벼워집니다. 마침내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나는 이제 물방울이 아닌 존재가 되었습니다. 내 몸은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습니다. 아주 작은 미풍에도 바다보다 더 큰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방울이었을 때와는 비교하지 못할 만큼 가볍고 빨라졌습니다. 그때가 가장 자유로운 시간이었습니다. 끝없이 높고 넓은 세상이 보입니다. 한없이 자유롭고 편안하게 지내고 있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제는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는 지금 존재하고 있을까? 자유의 행복과 존재의 의심을 함께 간직한 채 그렇게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만났습니다. 내 몸이 하얗고 작은 너무나 아름다운 눈의 결정으로 변해갑니다. 그때가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이었습니다. 곁에

천천히 보는 세상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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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바탕의 꿈 언젠가 목숨의 위협을 받는 위험한 상황에 빠진 적이 있었다. "아.. 이젠 마지막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의 사물들이 슬로우비디오처럼 천천히 움직이면서 지난날의 삶의 모습들이 슬라이드쇼처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음직한 이런 경험은 내가 사진을 하고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살면서 보고 겪는 많은 경험들이 기억의 저편으로 잊어버린 후에도 우리의 머리속 어느 한편에서 차곡차곡 재여져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무의식속에서 현재의 우리들의 눈과 생각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것이다. 사진이라는 거울 내게 있어서 사진은 거울과 같다. 렌즈를 통해 사물의 상을 카메라에 잡는 것이라지만 사실은 렌즈뒤에 서 있는 나 자신을 찍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내 사진 속에서 언제나 나의 모습이 보려한다. 그러해서 거울과 같다고 한다. 나는 사진이라는 거울을 통해 현재의 내 모습뿐만 아니라 과거의 내 모습, 미래의 내 모습을 그려본다. 그리고 이 사진들에서처럼 미래의 내가 회상하는 현재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한다. 많은 경험과 세월을 보내고 인생의 황혼에 들어서서 할아버지가 된 내가 지금의 나를 회상본다면 그 모습은 과연 어떤 모양일까? 자랑스러울지도.. 혹은 한심해 보일지도 또는 덛없어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 사진은 그런 회상속의 내 모습을 그려본 것이다. 거친 세파속

여행 III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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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ah Jones] Seven Years 여행 III (모스크바) 러시아에 도착하니 푸슈킨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라는 싯구절이 떠올랐다. 왜 삶이 나를 속여도 슬퍼하지 말아야 할까? 지난 추억은 결국 소중해진다는 푸슈킨의 결론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준다. 사람은 과거에 사는 걸까? 아니면 미래에 사는 걸까? 현재라는 시간은 과연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 붉은 광장 == 이곳을 붉은 광장이라 부르는 것은 크라스나야 라는 러시아의 고어에서 유래한다. 원래 아름답다는 뜻을 가진 크라스나야 라는 말은 지금은 붉은 광장 이라는 말로 의미가 통하고 있지만 본래는 아름다운 광장 이라는 의미였다. 이곳을 붉은 광장이라 부르게 된 것은 17세기 이후의 일이며 15세기경만 해도 흙벽으로 둘러싸인 키타이 고로트라는 지구에 수 많은 상인들이 모여들어 노점을 벌이던 곳이다. 붉은 광장의 퇴적토는 4M 가까이 된다고 한다. 이곳을 드나들던 사람들에 의해 1세기에 1M 비율로 토사가 쌓인다고 한다. 이 사이 붉은 광장을 밟고 지나간 사람은 얼마나 많은런지... 위기를 알리는 종소리를 듣고 타타르인의 침입을 막으려고 사람들이 달려온 것은 이 곳이 붉은 광장이라 불리기 한 세기 앞의 일이다. 미닌과 보자르스키가 폴란드를 격퇴한 것은 광장에 토사가 쌓이기 시작하던 무렵이고 농민 반란의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