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와 사진에 대한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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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이야기를 하려다 자기 맘대로 흘러 가버린 이야기 트랜스페어런트 (Transparent) 사전상의 의미로는 투명함 이라고 한다. 오디오 기기를 평가할 때 자주 사용되는 단어인 투명성이란 무엇인가? 소리는 보거나 만질 수 있는 구체적인 매체가 없고, 순간적으로 들을 수 있으나 곧 사라지는 추상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그 평가 역시 매우 힘들다. 그럼에도 오디오를 통해 재생되는 소리를 평가하는 기준을 간단히 정리하면 음색, 음장, 다이내믹레인지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음색이란 각 소리의 특성으로서,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같은 '도'음을 내도 소리가 다르게 들리는 근거가 된다. 즉 기본음은 같으나 그 배음이 달라 소리가 다르게 들리게 되며, 전기 전자적으로는 기음과 배음의 합성인 파형이 서로 다른 것이다. 음장이란 음악이 연주되는 공간감에 대한 평가 용어로서 임장감, 정위감 음장감 등으로 표현된다. 눈을 감고도 연주 (녹음) 실황을 상상할 수 있는 느낌을 전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다이내믹 레인지는 소리의 크기와 관련된 것으로 큰 소리와 작은 소리의 차이를 얼마나 정확히 재현해 주는가에 관련된 것이다. 사진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계조라 표현될 수 있다. 그 중 음색은, 재생음은 물론이고 실연에서도 가장 중요하다. 각 악기 고유의 소리를 얼마나 정확히 재생해 주는가는 공간감이나 크기에 앞서 가장 우선되는 상황이다. 소위 말해 피아노

여행 III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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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ah Jones] Seven Years 여행 III (모스크바) 러시아에 도착하니 푸슈킨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라는 싯구절이 떠올랐다. 왜 삶이 나를 속여도 슬퍼하지 말아야 할까? 지난 추억은 결국 소중해진다는 푸슈킨의 결론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준다. 사람은 과거에 사는 걸까? 아니면 미래에 사는 걸까? 현재라는 시간은 과연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 붉은 광장 == 이곳을 붉은 광장이라 부르는 것은 크라스나야 라는 러시아의 고어에서 유래한다. 원래 아름답다는 뜻을 가진 크라스나야 라는 말은 지금은 붉은 광장 이라는 말로 의미가 통하고 있지만 본래는 아름다운 광장 이라는 의미였다. 이곳을 붉은 광장이라 부르게 된 것은 17세기 이후의 일이며 15세기경만 해도 흙벽으로 둘러싸인 키타이 고로트라는 지구에 수 많은 상인들이 모여들어 노점을 벌이던 곳이다. 붉은 광장의 퇴적토는 4M 가까이 된다고 한다. 이곳을 드나들던 사람들에 의해 1세기에 1M 비율로 토사가 쌓인다고 한다. 이 사이 붉은 광장을 밟고 지나간 사람은 얼마나 많은런지... 위기를 알리는 종소리를 듣고 타타르인의 침입을 막으려고 사람들이 달려온 것은 이 곳이 붉은 광장이라 불리기 한 세기 앞의 일이다. 미닌과 보자르스키가 폴란드를 격퇴한 것은 광장에 토사가 쌓이기 시작하던 무렵이고 농민 반란의 주

아픔이 일년을 지날때 (대구지하철역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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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마치며 1 (캄보디아,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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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마치며 1 (캄보디아, 베트남) 유난히 매서웠던 이번 겨울에 TV 광고에 마음이 혹해서 무작정 떠난 여름으로의 여행... 영하 2도의 한국을 떠나 섭씨 39도를 넘나드는 무더위의 캄보디아를 지나 서늘한 가을 날씨의 베트남 하롱베이까지 여름옷도 겨울옷도 아닌 어정쩡한 차림으로 다녔다. 풍경들을 만나고 사람들을 보면서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마음에 남았던 것은 아직 마르지 않은 눅눅한 한 장의 노란 수건이었다. 그 곁에 소박하기 이를데 없는 몇몇의 옷가지들이 널린 빨랫줄 앞에서 나는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하롱베이의 겨울은 우리나라처럼 매섭진 않지만 내내 비가 오고 안개가 끼는 습한 기후였다. 한국의 10월 하순쯤 되는 온도에서 이런 습기는 금새 온몸을 식게 만들기 마련이다. 이런 날씨에 난방도, 전기도 제대로 없는 물 위의 판자집에서 겨울을 나는 사람들의 옷가지가 겨우 이것뿐이라니... 새롭게 페인트 칠한 판자 벽과 서로 붙어 있는 두 개의 하트를 그려둔 이 집은 신혼 살림을 막 시작한 집이었다. 수건 한 장 보송한 것 쓰기 어려운 생활속에서도 그들의 신혼은 충분히 행복할 것이다. 캄보디아에서부터 쌓였던 어떤 감정들이 이 의미 없어 보이는 수건 한 장에 마음 깊은 곳의 울림을 느꼈다. --- 여행을 다니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뒤돌아 서는 것이었다. 그저 가을날씨로만 느끼는 나는 이들의 겨울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무언가를 만나

그대가 사랑에 대해 물었었지요...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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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사랑이 아닌 것들... 그대가 제게 물었었지요. 무엇이 사랑이냐고? 위안, 위로, 동질감, 외로움, 쓸쓸함, 그리움, 쾌락, 욕구, 종족보존욕, 소유욕, 독점욕, 정복욕, 이기심, 약오름, 허영심, 대리만족, 자기만족, 증명, 확인, 감정이입, 동화, 자기애, 자기연민 학대, 최면, 두려움, 부채감, 혐오감, 질투, 시기, 불안, 체념, 나태함, 귀찮음, 습관, 관성, 도피, 복종, 비밀, 은밀함, 거울 새로움, 신선함, 설레임, 기대감, 긴장감, 궁금증, 소일거리, 도움, 구함, 존경, 경외, 호감, 보답, 공유, 전달, 책임감, 가르침, 의무감, 투자, 거래, 절약, 변화 친근함, 친숙함, 익숙함, 휴식, 기대임, 의지함, 안락함, 편안함, 교감, 나눔, 신뢰, 믿음, 뿌듯함, 황홀감, 행복감, 일체감, 애틋함, 동정심, 연민, 보살핌, 희생, 헌신 저 위에 적혀 있는 단어들을 덜어 내고 남은 것이 비로소 사랑입니다.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주 간단한 규칙입니다. 다른 점이 있기 때문에 다른 단어로 표현 되는 것이 아닐까요? 덜어 내야 할 단어들은 마음이라는 그릇에 함께 담겨 있지만 사랑과 쉽게 헷갈리는 것들입니다. 이런 것들은 서로 서로 혹은 사랑과도 함께 연결되어 있어 마치 엉킨 끈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 중 어느것이라도 당기다 보면 사랑이란 것도 따라 올 때가 있을겁니다. 그래서 이 모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