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대한 긴 이야기

하늘 No.153 [초기] 4201
사진에 대한 긴 이야기 Photo-Image


[California Guitar Trio] Classical Gas  


사진에 대한 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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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는 기술적인 면과 감성적인 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한때는 사진 한 장 한 장을 아주 신중하게 촬영 하던 때가 있었다. 흑백이나 칼라나 모두 자가 현상하고 자가 인화 하다보니 사진 한 장에 대한 후반 작업량이 많은 관계로 촬영을 많이 할 수가 없었다. 부주의하게 대충 대충 촬영하는 사진은 뭔가 모르게 무성의하고 의미 없게 느껴지곤 했다. 하지만 다른 편으로 생각해 보니, 감정은 시간이 필요치 않다. 없는 감정을 만들어내는게 아니라 그저 마음속의 느낌을 그대로 느끼는대는 그야말로 단 1초의 시간조차 필요하지 않다. 같은 이유로 집중이라는 것도 필요없다. 이미 기쁘고 이미 슬프고 혹은 이미 외롭고 또는 이미 즐거운데 무엇에 집중할 필요가 있을까... 기술적인 면들에 대해 너무 의존적이지 않고 싶었다. 가능하면 사진 한 장에 너무 많은 시간이나 고려를 하지 않으려 했다. 노출, 필름, 렌즈, 바디, 색온도, 각도, 빛의 강도와 방향, 산란, 반사, 공기의 성질, 바람, 습기, 프레이밍, 화각, 왜곡, 비네팅, 수차, 셔터, 조리개, 아웃포커싱, 색혼합, 주제부, 계조 범위, 존의 이동, 타이밍........ 이 수 많은 단어들을 머리속에서 지우려 애쓴다. 대신 내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내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나는 어떻게 세상을 보고 있는가... 누군가가 한글철자법을 배우고 워드프로세서를 배우고 프린트하고 제본하는 법을 배웠다고 해서 소설이나 시를 쓰는 법을 배운것은 아니다. 어쩌면 전혀 별개의 이야기일것이다. 사진에 무언가를 담을려면 담는 방법을 마스터함에 앞서서 담을 거리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그 당시의 나의 결론이었다. 보도 사진이나 사진을 업으로 하는 프로사진에 대해서 이런 생각도 해 보았다. 신문에 담아야 할 사진은 그 사진이 차지한 공간에 수백자의 글로 써넣는것보다 더 큰 전달력이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강한 맛이 풍겨야 한다. 그것을 하지 못한다면 그 공간은 그냥 수백자의 글로 대체되고 사진은 제외될것이다. 하지만 나는 신문에 담을 사진을 하는 것이 아니다. 세밀히 천천히 봐주지 않는 (사실은 시간떼우기나 단순한 궁금증이 대부분인) 독자들의 눈에도 쉽게 뜨일만한 강한 느낌의 사진을 원하지 않는다. 나에게 사진에는 강한 메세지가 담겨야 한다는 사진기자들의 사진론에 마음이 끌리지 않는다. 그의 사진 기술이 수십년의 노하우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그와 나는 사진을 하는 이유가 다르기 때문이다. 팔아야 한 사진은 고객이 사야 할 마음이 들게 하는 사진이 최고의 목표일 것이다. 불행히도 그 고객들은 대부분이 사진에 비전문적인 지식과 부족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주머니를 열게 할려면 흔히 보지 못하는 풍경이나 인물, 신기한 것들, 혹은 보통 카메라 촬영기술이나 장비로는 촬영할 수 없는 진하고 강렬한 색감이나 기법들의 사진들이어야 할 것이다. 이런 사진은 대부분 비정상적인 노출(심한 언더나 오버)이나 기타 방법들로 강렬한 색감들.. 평생 보통 눈으로는 거의 보기 힘든 어떤것들을 제공하게 된다. 그리고 깊은 의미들보다는 당장 구매 욕구를 유발하는 지극히 자극적인 맛이 풍겨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 나의 경우와는 맞지 않다. 나는 사진 팔아서 먹고 살아야 하는 프로사진 작가도 아니기때문이다. 프로 사진들을 하는 사람들의 기술적 부분은 당연히 일반인에 비해서 뛰어나고 배워야 할 기술들이 많겠지만 그들의 사진의 목적까지 따라하는 것은 맞지 않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나의 사진 속에는 강렬한 메세지도, 강렬한 톤도 강렬한 색도 인위적으로 넣으려 하지 않는다. 항상 보는 세상 풍경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그대로 담기를 원할 뿐이다. 내 마음이 정리되지 않고 내 마음을 내가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면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쩌면 껍데기일뿐이리라. 결국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내 마음이기 때문이다.

- 하늘의 세상을 보는 마음 - No.1 사진에 대한 긴 이야기 Photo-Image - 문 (門) - Contax T3, Carlzeiss T* Sonnar 35/2.8 2003.03.15 오후 5시 일몰무렵 Czech, Praha, Kodak MAX 400

체코의 프라하의 대통령 궁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이 사진에서 전체적으로 상하로 구분하여 상단은 노을빛에 물든 노란 빛이다. (색온도로는 25000도 근방) 이 광원은 20도 이하의 각도로 비춰지는 태양의 직사광이다. 광선의 위치는 정면 0도 기준 순사광으로 25도 정도의 거의 순광에 가깝다. 화면 하단의 짙은 암부속의 금속의 연약한 반사와 디테일을 위해서 400 필름을 사용했다. 촬영 높이는 기마자세로 찍었으니 가슴 높이이다. 화면의 아랫부분은 약간은 헤이즈와 흐린 하늘로부터 떨어지는 천공광으로 색온도 11,000도 이상의 푸른 빛이다. 방향은 바로 머리꼭대기에서 떨어진다. 이 광으로 인해서 하단부는 푸른빛이 돈다. 이렇게 천공광이 비치는 이유는 뒷편의 성당 건물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면의 좌측 하단부에는 작은 붉은 빛(태양의 직사광)이 들어온다. 창살은 약 2.5미터에서 35미리로 촬영했기때문에 왜곡이 생기는 과정에서 미묘하게 교정되어 좌측으로 기울어진듯.. 혹은 우측으로 기울어진듯 보이는 착시 현상을 일의키고 있다. 이 사진에서 가장 큰 주제는 광선을 직접 받는 창살이 아니다. 보여야 할 장소이지만 보이지 않는 창살의 그림자이다. 그 있어야 할 그림자를 찾다보면 흘러가게 되는 시선의 흐름이다. 또한 사람은 통과할 수 없지만 빛들은 아무런 손실없이 지나가고 있는 장면들... 문이란 사람에게서야 들어가고 나오는 걸 허락 받아야 하는 문이지만 빛에게는 아무런 의미없는 것일 뿐이다. 창살에 붙은 장식물은 윗쪽의 붉은 배경이나 아랫쪽의 푸른 배경에 관계없이 노란 빛을 띄고 있다. 중앙부 좌측의 팔십자 모양의 장식물은 뒷배경에 보이는 길의 끝(소실점)을 감추고 있다. 시선의 흐름은 사진의 좌측 하단의 들어오는 작은 붉은 빛(색의 대비가 가장 강렬한), 그리고 건너뛰어 우측하단부에서 시작하여 좌측 중간의 팔십자(겹십자) 문양, 그리고 우측 상단으로 흘러간다. (혹은 그 역순일 수도 있다.) 결국 이 사진은 대각선 구도이지만 이 문은 그것을 가로막고는 수직구도로 보이도록 한다. 어쩌면 빛을 따라가지 않으면 이 사진은 강렬한 금속의 느낌을 표현하는 수직구도의 사진일 것이다. 하지만 빛을 따라가다보면 이 사진은 면면이 빛의 이동과 그에 따른 색의 변화를 찍은 흐름과 변화가 강조된 대각선 구도의 사진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 사진은 그때의 나의 마음을 표현 한 것이고 그 사진 (나의 마음)을 쉽게 이해하고 쉽게 들어와서는 쉽게 말해버리는 보통의 사람들이 들어 올 수 없도록 마음의 문을 만들어 닫아 둔 것이다. 나는 때로는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서 피사체를 선택하는게 아니라 주제를 감추기 위해서 피사체를 선택할 때도 있다.

No.2 사진에 대한 긴 이야기 Photo-Image - 독일, 뤼데스하임, 드로셀가세 - Leica M6, Leica M-Summilux 35/1.4 2003.03.14, 구름 20~40% 중 해가 구름속에 잠시 들어간때 (중간 정도 두께의 뭉게구름) 노출보정, 조리개, 셔터속도 : F11, 1/250s, +0.7 독일 뤼데스하임, 드로셀가세, Fuji AutoAuto 200 No.3 사진에 대한 긴 이야기 Photo-Image - 명곡 뒷산에서의 산책 - Leicaflex SL, Vario-Elmar f4/70-210 2002.11.30, 순역광, 수직방향으로 30도 근방 명곡 뒷산, Fuji Superia 100

작년 겨울 사진입니다. 그냥 한 장 더 올려 봅니다. 눈이 베일듯한 이 느낌을 좋았습니다.

Photography : 하늘 Edited, Arranged, Produced : 하늘 [관련 연작] 나에게 사진은 SkyMoon.info 사진에 대한 긴 이야기 Photo-Image [California Guitar Trio] Classical Gas (Pathways) 사진에 대한 긴 이야기 Photo-Image https://youtu.be/AiLjq_bySqg

https://skymoon.info/a/PhotoEssay/153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다면 친절한 말을 하라 [오드리 햅번]

대나무 숲의 속삭임 (해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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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를 사랑하나? 한 편의 영화(映畵)처럼 강(江)이 떠나고 포플러가 자라고 바람과 함께 흐린 날이 왔다. - 최돈선의 엽서(葉書) 중의 일부 - Nikon 35Ti, F3.5, 평균측광에서 -0.5, TRX 400, 확산에 의한 수직광(광원은 좌측 순사광), 구름 90% (중간 두께) 언젠가 제가 '사진은 거울과 같다' 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관련 연작 : 내 안의 거울 1 (사세보)) 사실은 세상의 모든 사물들은 거울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모든 빛을 반사하는게 아니라 제가 가진 색만을 반사한다는 것이 다를 뿐입니다. 사실은 우리는 사물 자체을 볼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보는 빛들이란 건 사실은 수 많은 입자들이 사물에 부딪힌 후 반사되는 그 어떤 것이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세상을 반사로, 온도로, 냄새로 그리고 느낌으로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옅은 구름이 가득 낀 흐린날... 빛은 구름이라는 확산판으로 인해 태양의 위치에 관계 없이 수직으로 마치 비처럼 곧게 내립니다. 그리고 저기압으로 지상의 공기는 보통때보다 더 많은 수분과 먼지를 가지게 됩니다. 우리의 눈은 부족한 광량으로 인해 홍채는 열리게 되고 이에 따라 우리가 느끼는 심도는 얕아지고 비네팅이 생겨서 시야가 좁아 집니다. (관련 연작 : 해가 지는 시간) 이런 비네팅과 주변의 정물이 잘 안보이는 느낌을

세월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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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 디스크는 물리적 형태가 직접적으로 소리로 변환 되는 형식이다. 그렇다보니 진동, 충격, 스크래치 등에는 아주 취약 하다. 음악을 들을때면 뒤에서 사람이 지나가도 걸음마다 소리가 한쪽으로 기우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정전기와 스크래치 등으로 LP 표면에서 나는 이런 찌직거림은 지금이야 간혹 음악에 일부러 삽입하기도 하지만, 한참 LP 를 들을 시절에는 대단한 스트레스였다. 지금도 LP 라고 하면 정전기 방지용 스프레이 냄새가 먼저 떠오르곤 한다. 디지탈 방식의 CD 가 나오고 CD 초창기 시절에는 어느 라디오 방송에서는 CD 음악 방송만 해주는 코너를 운용하기도 했었다. 새로운 기술이라는 최면이 서서히 걷힐 무렵 사람들은 되려 LP 를 그리워하곤 했다. 그들의 주장들은 때로는 너무 지나친 감이 있어서 CD 는 차갑고 LP 는 인간적이라는 양분론까지 나오게 되었다. 이제 고화질 공중파 방송, 고화질 DVD, SACD, DVD-Audio 등 더욱 고샘플링되어 인간의 감각을 훨씬 뛰어 넘는 범위까지 저장된 매체들이 서서히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아날로그의 느낌까지 전해주는 디지탈이라는 멋진 문구로 치장을 하고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어느 것이 더 "좋은" 것인가? 에 시선을 뺏기면 때론 잊지 말아야 할 것까지 잊게 되는 우를 범할 때가 있다. 누구도 최고로 "좋은" 것을 추구하라고 강요한 적이 없는데 나도 모르게 "좋은" 것은 취하여야

Now 사진에 대한 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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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는 기술적인 면과 감성적인 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한때는 사진 한 장 한 장을 아주 신중하게 촬영 하던 때가 있었다. 흑백이나 칼라나 모두 자가 현상하고 자가 인화 하다보니 사진 한 장에 대한 후반 작업량이 많은 관계로 촬영을 많이 할 수가 없었다. 부주의하게 대충 대충 촬영하는 사진은 뭔가 모르게 무성의하고 의미 없게 느껴지곤 했다. 하지만 다른 편으로 생각해 보니, 감정은 시간이 필요치 않다. 없는 감정을 만들어내는게 아니라 그저 마음속의 느낌을 그대로 느끼는대는 그야말로 단 1초의 시간조차 필요하지 않다. 같은 이유로 집중이라는 것도 필요없다. 이미 기쁘고 이미 슬프고 혹은 이미 외롭고 또는 이미 즐거운데 무엇에 집중할 필요가 있을까... 기술적인 면들에 대해 너무 의존적이지 않고 싶었다. 가능하면 사진 한 장에 너무 많은 시간이나 고려를 하지 않으려 했다. 노출, 필름, 렌즈, 바디, 색온도, 각도, 빛의 강도와 방향, 산란, 반사, 공기의 성질, 바람, 습기, 프레이밍, 화각, 왜곡, 비네팅, 수차, 셔터, 조리개, 아웃포커싱, 색혼합, 주제부, 계조 범위, 존의 이동, 타이밍........ 이 수 많은 단어들을 머리속에서 지우려 애쓴다. 대신 내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내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나는 어떻게 세상을 보고 있는가... 누군가가 한글철자법을 배우고 워드프로세서를 배우고 프린트하고 제본하는 법을

그들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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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통화 - 추영희 - 한번 주고받은 눈길만으로도 소설처럼 죽고 싶은 때가 있습니다 산다는 일이 무시로 아파 살을 부비며 밤새 편지를 써봐도 심장에 쾅쾅 박히는 수신인 불명의 낙인 아침이면 언제나 머리맡에 수북히 쌓이는 단어들의 절망 [여보세요] [보고 싶군요] [건강 하세요] 이 흔한 말 한번 나누기가 그리 힘든 일인지 작은 기침 소리라도 보고 싶은 인사 한마디로 들려올까 열 손가락 끝끝마다 깨물고 다이얼링 하면 그대의 깃털 같은 목소리는 부재하고 밤새도록 뒤척이는 약속의 낱말들 딸가닥 핏줄 끊어지는 소리 회선을 타고 영혼의 뿌리를 흔들며 울 때 나는 유서의 말을 준비합니다 내버려 두십시오 부디 사랑하는 자 사랑하게 그리운 자 그리워하게 살아 주십시오 살아 있어서 고마운 그대 - 차마 소중한 사람아 II - 명진출판 악마님과 메이르님을 촬영해 보았습니다. 가끔 염장샷 포즈를 취하긴 하지만 제가 볼 땐 보기 좋기만 하네요 ^^ 바디 빌려주신 질랸님, 렌즈 빌려주신 뽀맥님 노출용 마루타 해 주신 데이트센터님 때마춰 출타하셔서 맘 편하게 촬영에 임하게 할 수 있었던 사진 이야기 사장님 등등에게.. 감사의 인사를.... 모델로 고생하신 메이르님과 악마님께.. 감사~ Photography : 하늘 Edited, Arranged, Produc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