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소개] 자크 타티(Jacques Tati) 그리고 윌로(Hulot)

하늘 No.75 [영화] 5295
[영화소개] 자크 타티(Jacques Tati) 그리고 윌로(Hulot) Photo-Image
[영화소개] 자크 타티(Jacques Tati) 그리고 윌로(Hulot)

1950년부터 약 20여년간 다섯편의 장편 영화를 발표한 프랑스의 코미디 영화의 대가 자크타티의 영화 모음입니다.

이 중 첫번째 영화인 축제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4편의 영화에서 주인공이 윌로(Monsieur Hulot) 이며 자크 타티 감독이 직접 연기했습니다.
그래서 자크 타티 하면 윌로가 떠오르게 됩니다.

자크타티의 영화를 모르는 사람도 윌로의 캐릭터를 보면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파이프 담배, 중절모, 키 큰 레인코트 신사, 그리고 그의 특유의 포즈)

윌로의 연기는 마임적인 성격이 많으며 영화에서도 거의 대사가 없거나 있어도 그냥 웅얼거리는듯 들립니다.
윌로씨의 휴가 영화를 보면 윌로가 약간 난청인듯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시끄러운지 모르고 음악을 크게 듣는 장면)

언제나 예의 바르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몸에 익어 있는 순박한 프랑스 노신사의 모습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코미디 영화이고 영화의 내용은 윌로를 중심으로 한 소동과 에피소드를 다루지만 그의 영화는 단순한 슬랩스틱 코미디와는 다릅니다. 몰개성, 비인간로 변화되어 가는 현대 사회의 초입에서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인간성' 이라는 하나의 큰 주제가 그의 영화 내내 흐르고 있습니다.
영화의 촬영이나 편집을 보면 영화사적으로도 많은 중요한 변화를 이끌었다 할 만큼 높은 수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번에 자크 타티의 영화 네 편을 정리해 봤습니다. 오래된 영화고 프랑스 영화라 그런지 자막도 딱 맞는 것이 없어서 제가 직접 번역하거나 편집이 안 맞는 다른 한글 자막을 수정해 두었습니다.

- Heis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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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타티 영화 [영화소개] 자크 타티(Jacques Tati) 그리고 윌로(Hulot) Photo-Image [영화소개] 자크 타티(Jacques Tati) 그리고 윌로(Hulot) Photo-Image 윌로씨의 휴가 (Les Vacances de Monsieur Hulot, 1953) (관련 자료) 움직임마다 소동을 만드는 인물 윌로씨가 처음 등장하는 <윌로씨의 휴가>는 제목 그대로 그와 여러 사람들이 휴가를 맞아 해변의 휴양지에 도착한 다음부터 휴가가 끝나자 떠나기까지의 과정을 일정하게 나아가는 스토리의 흐름없이 보여준다. 플롯이 존재하지 않는 이 영화는 안과 밖, 밤과 낮, 행동의 반복 같은 요소들을 가지고 리듬을 만들면서 구조를 구축한다. 그러면서 영화 자체가 90분 정도에 담긴 휴가처럼 되어버린다. 이렇게 해서 <윌로씨의 휴가>가 미묘한 방식으로 혁신을 이룬 것에 대해서는 많은 평자들이 지적한 바 있는데, 그 가운데 데이브 커라는 평론가는 이 영화에서 타티는 영화를 고전적 내레이션과 결정적으로 결별케 만든 첫 번째 인물이라고 쓴 바 있다. 그는 이 영화가 없었다면 모던 시네마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영화소개] 자크 타티(Jacques Tati) 그리고 윌로(Hulot) Photo-Image [영화소개] 자크 타티(Jacques Tati) 그리고 윌로(Hulot) Photo-Image 나의 삼촌 (Mon Oncle, 1958) (관련 자료) 윌로씨는 조카를 학교에서 집까지 데려다주느라 자신이 거주하는 낡지만 안락한 지역과 누이 부부가 사는 초현대식 디자인으로 지어진 저택 사이를 왔다갔다 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많은 평자들로부터 르네 클레르의 <우리에게 자유를>과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1936)를 떠올리게 했던 이 영화는 그같은 반복의 왕복 과정에서 두 가지 생활 방식을 대조해서 보여준다. 그러면서 두 가지 다른 세계 속에 사는 사람들의 행태에 대한 흥미로운 관찰도 제공한다. 타티의 코미디에서 반복의 요소와 사운드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려주는 이 영화는 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과 오스카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영화소개] 자크 타티(Jacques Tati) 그리고 윌로(Hulot) Photo-Image [영화소개] 자크 타티(Jacques Tati) 그리고 윌로(Hulot) Photo-Image 플레이타임 (Playtime, 1967) (관련 자료) 타티의 가장 야심적인 프로젝트라 할 <플레이타임>은 타티 자신의 말을 빌리면 "가장 사소한 각본을 70mm로 찍은 영화"다. 영화에는 영화사상 최고로 과대망상가적인 세트 가운데 하나인 '타티빌'을 거니는 사람들 사이의 짧은 스침들 이외에는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 관객은 그 큰 화면 속의 주로 먼 거리에서 찍은 이미지를 스스로 돌아다닐 수밖에 없다. 영화학자 노엘 버치는 <플레이타임>이 그래서 여러 번 보아야 할 뿐 아니라 스크린으로부터 상이한 거리에서도 보아야만 하는 영화, "진정으로 '열린' 영화"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플레이타임>은 사운드 면에서 보면 여러 소리들이 주의깊게 구성된 일종의 '소음영화'라 불릴 수도 있다. 비록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영화라고는 해도 영화 후반부 점차 무정부적 에너지를 높여가는 45분간의 로열가든 시퀀스는 단연 압권이다. [영화소개] 자크 타티(Jacques Tati) 그리고 윌로(Hulot) Photo-Image [영화소개] 자크 타티(Jacques Tati) 그리고 윌로(Hulot) Photo-Image 트래픽 (Trafic, 1971) (관련 자료) 사실 타티는 더이상 윌로씨를 스크린에 등장시키고 싶지 않았으나 윌로씨라는 '스타'가 없으면 제작비를 얻기가 힘들 것 같아 타협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윌로씨는 가장 분명한 '임무'를 부여받는다. 자동차 회사에서 디자인 일을 하는 그는 새 캠핑카를 국제자동차박람회가 열리는 암스테르담까지 끌고 가야 한다. 영화는 그 목적지까지 가는 여정을 따라가면서 타티 특유의 거리를 두면서도 초연하지 않는 시선으로 사람들이 환경에 어떻게 탄력적으로 반응하는지를 유쾌하게 관찰한다. 현대사회가 만들어내는 형태와 색채로부터 아름다움을 이끌어내는 타티의 능력도 눈여겨볼 만하다.
현대인에 대한 관찰을 통해 유머를 끌어내다 타티는 거의 재난발생자라 불러도 무방한 이 서투른 인물(과 다른 여러 인물들)을 주로 때에 어울리지 않게 현대화가 이뤄진 공간 속으로 데려간다. <나의 삼촌>에서 보듯이 윌로씨는 갈색의 소박한 세계에 속한 인물이고 따라서 기계음이 울리는 세계로 오면 뜻하지 않은 사고를 일으키고 만다. 사실 타티는 그뿐만이 아니라 후자에 속한 사람들조차 그들 세계에서 이상한 행동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흔히 타티의 영화가 현대화와 기계화가 인간을 부조리하게 잠식하는 현상에 대한 비판을 담는다고 말한다. 동일한 맥락에서 일단의 건축가들은 초현대적 건물로 현대 문명의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영화 <나의 삼촌>이 공개적으로 자신들을 조롱했다며 격한 반응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타티가 이를테면 전전(戰前)의 르네 클레르(<우리에게 자유를>, 1931)와 인민주의의 전통을 공유하기는 해도 그의 날카로운 풍자정신까지 같이 하는지는 의문이다. 풍자의 시선을 갖는다는 것에 우열의 문제를 관련짓지 않고 말하자면, 타티의 비교적 온화한 시선에서는 풍자라는 단어에 결부되는 격한 예리함이 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다. 아무래도 타티의 관심사는 현대의 조건을 비판하는 것보다는 그 안에서 이상하게도 탄력적으로 반응하는 인간들을 관찰하는 쪽에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트래픽>에서 여러 운전자들의 다양한 행동들을 담은 숏들을 보라). 장 뤽 고다르가 적절하게 이야기한 대로 타티는 낯선 것을 관찰하는 데 남다른 재능을 갖고 있는 시네아스트이고 그로부터 유머를 끌어낼 줄 아는 코미디 작가이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하게는 그로부터 신비로움과 아름다움과 시성(詩性)을 발견해낼 줄 아는 사람이다. 예컨대 <플레이타임>은 그토록 비정하게 보였던 현대 도시에서 깊은 한숨을 뱉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패턴'에서 어떤 묘한 아름다움을 보는 것으로 끝맺었던 사실을 떠올려보자. [영화소개] 자크 타티(Jacques Tati) 그리고 윌로(Hulot) Photo-Image 플롯의 독재에서 해방된 다성성의 영화 확실히 타티의 영화는 무언가 초조함이나 강박관념을 가진 이들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건 그의 영화가 구축되는 형식적인 설계를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우선 그것에는 보는 이의 정신을 한쪽으로 열심히 모으게 하는 스토리의 흐름이란 게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윌로씨의 휴가>에서 보듯이 타티의 것은 사건과 사건이 인과관계의 연쇄를 이룬다기보다는 순간과 순간이 시간의 흐름을 형성해서 구조를 만들어내는 식의 영화이다. 그렇게 플롯의 독재로부터 벗어나는 그의 영화는 그 자체를 어떤 중심적인 인물의 독재로부터도 해방시킨다. 타티가 연기하는 윌로씨는 우리의 눈에 익은 인물이기는 해도 결코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주인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실 그가 자신의 캐릭터를 가지고 궁극적으로 만들어보고자 했던 것은 그 인물도 엑스트라 같은 존재로 축소되어 존재하는 식의 영화였다. 영화평론가 장 앙드레 피시의 표현을 빌리자면 가우디만큼이나 대담한 건축가이면서 세실 B. 드밀보다 더 나은 전략가이자 버스비 버클리보다 더 뛰어난 안무가인 타티는, 이같은 '민주주의'의 정신을 정교하게 만들어진 그의 화면 위에서도 구현해내려 했다. 그래서 그의 화면에서는 전면의 디테일과 후면의 디테일이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관련을 맺으려 하고 의미의 독재에서 풀려난 이런저런 의미를 알아들을 수 없는 말과 소음과 음악이 한데 어울려 일종의 화음을 빚어낸다. 이렇게 해서, 마치 서커스 공연을 담은 타티의 마지막 작품인 <퍼레이드>가 관객을 끌어들이는 것처럼 타티는 관객에게도 그 자신들의 자리를 내주는 영화를 만들려 했다. 아마도 앙드레 바쟁의 이상에 근접할 것 같은 이런 영화야말로 진정 민주주의적인 영화이고 또 다성성(多聲性)의 영화라 부를 수 있는 것이었다. 당연히 많은 평자들은 드라마투르기와 인물의 기능, 시청각적인 공간 등의 측면에서 타티의 영화가 전통을 완전히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기존의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형식상의 혁신을 이뤄냈다고 평가한다. 그래서 유명한 촬영감독인 라울 쿠타르에게 고다르가 자신과 프랑수아 트뤼포를 비교하면서 했던 말("나는 시네마를 만들지 영화 작품을 만들지는 않는다. 반면에 프랑수아는 영화들을 만든다")을 끌어와 본다면, 타티 역시 필름이 아닌 '시네마'를 만든 시네아스트라 간주해야 할지도 모른다. 또는 타티에 대한 뛰어난 비평서를 쓴 영화학자 미셸 시옹의 말로 하자면, 타티는 그것만의 생물군(群)과 땅, 산소 등이 완비된 영화적 우주를 만들어낸 사람이었다. 삶이 경의를 표해야 하는 그런 우주. [영화소개] 자크 타티(Jacques Tati) 그리고 윌로(Hulot) Photo-Image 영화를 위해 모든 것을 내건 완벽주의자 그 어떤 표현을 쓰던 간에, 타티가 이룩한 바는 자기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것을 표현해내고자 영화작업의 모든 구석에까지 통제력을 발휘하고자 쏟았던 노고의 결과였다(다른 말로 이건 열정이라고 부를 수 있다). 트뤼포가 지적한 대로 타티는 로베르 브레송과 함께 지독한 완벽주의자의 양대 모범이 될 만한 인물이었다. 타티의 영화 속 한숏 한숏이 그의 그런 면모를 예상케 하지만 그 절정은 역시 <플레이타임>의 제작이라고 봐야 한다. 이 한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타티는 <축제> <윌로씨의 휴가>의 권리와 자기 집을 저당잡혀가며 돈을 모았다. 그리고는 소피아 로렌에게 개런티를 주는 것보다는 싸게 든다며 영화 속의 공간을 직접 지었다. 흔히 '타티빌'(Tativille)이라 불리는 거대한 영화의 세트를 건설하는 데만 다섯달이 소요되었고 영화는 3년이 걸려 완성되었다. <플레이타임>은 그렇게 타티의 온 노고가 들어가 만들어진 영화였건만 흥행에서는 참패를 기록하고 말았다. 그래서 힘들었지만 여하튼 살인은 저지르지 않았다고 말했던 타티가 은행 빚을 갚는 데만 10년 가까이 걸렸다. <플레이타임>의 타티를 보노라면 '예술로서 영화의 역사란 돈을 잃은 영화들의 역사'라는 말 옆에 '예술로서 영화의 역사란 제작과정에서 피폐해진 감독들이 만든 영화들의 역사'라는 말도 덧붙여야 할 것 같다. 그 피폐해진 이들이 우리를 즐겁게 만든다. [영화소개] 자크 타티(Jacques Tati) 그리고 윌로(Hulot) Photo-Image 시네21 자료 참조 [영화소개] 자크 타티(Jacques Tati) 그리고 윌로(Hulot) Photo-Image [영화소개] 자크 타티(Jacques Tati) 그리고 윌로(Hulot) Photo-Image
2019.09.28 Written, Edited, Arranged, Produced : 하늘 https://SkyMoon.info [영화소개] 자크 타티(Jacques Tati) 그리고 윌로(Hulot) Photo-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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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언덕에 들어서서 한참을 올라 산 마루를 돌고 바로 보이는 큰 포플러 나무를 지나면 그제야 도시(都市)는 한 눈에 보인다. [하늘-도시2 (都市)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