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짠 맛을 잃은 바닷물처럼

하늘 No.39 [문학] 7220
짠 맛을 잃은 바닷물처럼
- 류시화 -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걸까

마치 사탕 하나에 울음을 그치는 어린아이처럼
눈 앞의 것을 껴안고
나는 살았다

삶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태어나
그것이 꿈인 줄 꿈에도 알지 못하고
무모하게 사랑을 하고 또 헤어졌다

그러다가 나는 집을 떠나
방랑자가 되었다

사람들은 내 앞에서 고개를 돌리고
등 뒤에 서면 다시 한번 쳐다본다

책들은 죽은 것에 불과하고
내가 입은 옷은 색깔도 없는 옷이라서
비를 맞아도
더 이상 물이 빠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걸까
무엇이 참 기쁘고
무엇이 참 슬픈가

나는 짠 맛을 잃은 바닷물처럼
생의 집착도 초월도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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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알 수 없는 흐름을 타고 모를 곳을 향해 흘러간다. 그리고 멀리 바라볼 수 있는 눈에게 지나간 흔적을 보여 주었다. 나는 그의 곁을 걸으며 많은 질문을 던진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선 하나 무심히 그려줄 뿐이었다 [하늘-바다, 곁을 걷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