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인] 슬픔의 힘

하늘 No.327 [문학] 5716
슬픔의 힘
- 권경인 -

남은 부분은 생략이다
저 물가, 상사화 숨막히게 져내려도
한번 건넌 물엔 다시 발을 담그지 않으리라
널 만나면 너를 잃고
그를 찾으면 이미 그는 없으니
십일월에 떠난 자 십일월에 돌아오지 못하리라

번뇌는 때로 황홀하여서
아주 가끔 꿈속에서 너를 만난다
상처로 온통 제 몸 가리고 서 있어도
속이 아픈 사람들의 따뜻한 웃음
오래 그리웠다

산을 오르면서 누구는 영원을 보고 누구는 순간을 보지만
애써 기다리지 않아도 갈 것은 가고 올 것은 온다
사람이 평생을 쏟아부어도 이루지 못한 평화를
온몸으로 말하는 나무와 풀꽃같이
그리운 것이 많아도 병들지 않은
무욕의 정신이여

그때 너는 말하리라
고통이라 이름한 지상의 모든 일들은
해골 속 먼지보다 가볍고
속세의 안식보다 더한 통속 없으니
뼈아픈 사랑 없이는
어떤 하늘도 견뎌낼 수 없다는 것을

기다리지 않아도 마침내 밤이 오고
마지막 새소리 떨어져내릴 때


연작 : 지난 가을에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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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면 부지깽이를 손에 들고 있으란 이야기라네. 하지만 그것을 쥐었다고 잘 타는 불을 자꾸 쑤셔대면 연기도 많이 나고 자칫 꺼지기도 하지. 부지깽이는 그저 주변에 불이 크게 나거나 꺼지지 않게 하려고 있는 것일 뿐 자주 쓸 일이 없다네 [하늘-대화 6 (마음 속 모닥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