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영희] 그리운 통화

하늘 No.58 [문학] 4565
[추영희] 그리운 통화 Photo-Image
[추영희] 그리운 통화

한번 주고받은 눈길만으로도
소설처럼 죽고 싶은 때가 있습니다

산다는 일이 무시로 아파 살을 부비며
밤새 편지를 써봐도
심장에 쾅쾅 박히는 수신인 불명의 낙인
아침이면 언제나 머리맡에
수북히 쌓이는 단어들의 절망

[여보세요]
[보고 싶군요]
[건강 하세요]

이 흔한 말 한번 나누기가 그리 힘든 일인지
작은 기침 소리라도

보고 싶은 인사 한마디로 들려올까
열 손가락 끝끝마다 깨물고 다이얼링 하면
그대의 깃털 같은 목소리는 부재하고
밤새도록 뒤척이는 약속의 낱말들

딸가닥 핏줄 끊어지는 소리
회선을 타고 영혼의 뿌리를 흔들며 울 때
나는 유서의 말을 준비합니다

내버려 두십시오 부디
사랑하는 자 사랑하게
그리운 자 그리워하게

살아 주십시오
살아 있어서 고마운 그대

- 차마 소중한 사람아 II - 명진출판

https://SkyMoon.info/a/HeismeNote/58  

미래를 알 수는 없지만 과거는 알 수가 있지. 고개를 돌려야 하는 약간의 수고만 하면 과거의 시간은 자네 앞에 있을 걸세. 길현은 대답했다 [하늘-대화 2 (볼 수 있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