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풀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하늘 No.215 [문학] 1 7,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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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기형도 -


나는

맹장을 달고도

초식할 줄 모르는

부끄러운 동물이다


긴 설움을

잠으로 흐르는 구름 속을 서성이며

팔뚝 위로 정맥을 드러내고

흔들리는 영혼으로 살았다


빈 몸을 데리고 네 앞에 서면

네가 흔드는 손짓은

서러우리만치 푸른 신호

아아

밤을 지키며 토해낸 사랑이여

그것은 어둠을 떠받치고 날을 세운

그 아름다운 혼인 것이냐


이제는 부리를 내리리라

차라리 웃음을 울어야 하는 풀이 되어

부대끼며 살아보자

발을 얽고 흐느껴보자


맑은 날 바람이 불어

멍든 배를 쓸고 지나면

가슴을 울쿼 솟구친

네가 된 나의 노래는

떼지어 서걱이며

이리 저리 떠돌 것이다


https://SkyMoon.info/a/HeismeNote/215  

나무를 보며 새를 닮았다 하고 바람 소리에서 짐승의 울음소리를 들으려 합니다. 나무에 겹쳐진 새의 머리와 날개 때문에 멀쩡히 있는 나무가 사라지고 바람 소리와 똑같이 우는 짐승은 없으니 진정한 바람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하늘-세상을 보는 마음]
  1 Comments
하늘 2018.08.24 17:30  
별지기  | 2018.08.21. 18:40
무념속에 뭔가 느껴지는것 한번쯤 생각해 보게
하는것 같아 좋은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