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800KM 도보여행 (Camino de Santiago) - 2/2
산티아고 성지 순례길 여행기 입니다.
제가 작성한 글은 아니고 다른 분의 글인데 링크가 깨질까 해서 보존 차원에서 받아 둔 자료 입니다.
원문 링크 : http://todayhumor.com/?travel_11812
가능하면 작성자가 직접 올리신 위의 링크를 이용하시기를 권장드립니다.
원문의 의미를 해치지 않은 범위에서 띄어 쓰기 및 줄 바꿈 등 약간의 교정, 교열을 했습니다.
작성자 : 닥날개
등록시간 : 2015.05.14 18:07:29
2부를 시작하기에 앞서서..
1부 말미에 제가 여행중이라는 느낌으로 글을 쓴 것이 많은 분들의 오해를 일으킨것 같습니다. ㄷㄷㄷㄷㄷㄷ
저희는 모든 여행을 마치고 6월에 한국에 들어와서 알콩 달콩 잘 지내고 있습니다 ^^;;
여행기를 쓰는동안 과도한 감정 이입이 되어서 그만 오해를 부를만한 글을 적어버렸네요.
죄송합니다. ㅠ_ㅠ
2부 시작하겠습니다.
빛내림을 찍은 뒤 또 저희는 열심히 걷습니다.
좌우로 펼쳐진 황량한 풍경과 그 사이를 지나 끝 없이 펼쳐진 길...
이렇게 마냥 걷다 보니 저절로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느냐 같은 거창한 문제가 아니라 굉장히 작은것에도 감동 받고 감사하게 됩니다.
아직 고원지대가 끝나지 않았는데 물이 나타납니다.
안내판을 보니 운하라고 합니다. 배를 띄울 목적이 아닌 농작지를 위한 운하같습니다.
운하를 따라 걷는 것도 운치가 있고 좋습니다.
어젯밤 푹 쉬어서 컨디션이 좋았지만 오전 11시경 마을에 도착해서 다음 마을까지의 거리를 보니 어중간합니다.
거기까지 갔다간 분명히 퍼질것 같습니다.
체력 관리를 위해서 오늘은 이만 접기로 합니다.
다음날 아침 멋진 일출을 뒤로 하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오늘은 자동차 도로를 따라 나란히 나 있는 흙길로 주우욱~ 가면 됩니다.
저 멀리 도착지가 가물 가물 보입니다. 까마득합니다. ㄷㄷㄷㄷㄷㄷ
가는 길에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한 부부가 아이 셋을 데리고 순례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모든 짐을 캐리어에 싣고 편하게 걸어가고 남편이 유모차와 캐리어를 모두 끌고 가고 있습니다.
멋있네요. 저는 자신 없습니다.
열심히 걷고 있는데 뒤에서 음악 소리가 들려옵니다.
뒤를 돌아보니 훤칠한 총각 둘이 걸어오고 있는데 한 명이 우크렐레를 연주하며 오고있습니다.
저희도 다 같이 즐거워집니다. 역시 음악의 힘은 위대합니다. ^^;;
고원지대는 이제 점점 지쳐갑니다. 매일 같은 풍경에 같은 길입니다.
와이프의 말마따나 몸은 힘들고 눈만 호강하고 있습니다.
계속 걷기만 하면 심심하니까 계속 아내와 대화를 합니다.
이것 저것 실없는 농담도 하고, 노래도 같이 부르고, 미래를 함께 설계하기도 하고...
지금 생각해도 신혼여행으로는 최고인것 같습니다.
중간에 만나는 외국인 친구들 모두 저희의 신혼여행을 축복해주고 부러워합니다 ^^;;
지금껏 계속 운 좋게 피해가던 비구름이 저희를 따라다니기 시작합니다.
저는 귀찮아서 우의를 준비 안했고 와이프는 준비했는데 준비하길 잘한 것 같습니다.
땡땡이 무늬가 모두를 즐겁게 해줍니다. ^^;;;
1부에 잠시 등장했던 택사스 아가씨를 다시 만나서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로렌이라는 이름의 쾌활한 아가씨는 자신의 생일에 맞추어 걷고 있다고 합니다.
계획대로 걷다 보면 생일날 산티아고에 도착한다는군요. 괜찮은 계획인것 같습니다. ^^
다리 위를 힘들게 지나고 있는데 저 멀리 기차가 달려옵니다.
후다닥 뛰어가서 카메라를 들이대자 기관사 아저씨가 저를 보시고 경적을 울려줍니다.
저도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습니다. ㅋㅋ
비가 그치고 하늘이 개입니다.
땅이 촉촉하게 식은것이 맑은 날보다 오히려 걷기 편합니다.
낡은 가리비모양이 저희의 갈 길을 안내해줍니다.
저희보다 앞선 누군가가 돌을 올려 놓았네요.
도보 순례자도 많지만 자전거 순례자도 정말 많습니다.
"부엔 까미노~" 라고 말하며 휘리릭~ 스쳐지나가는 동지들.. 너무 부럽습니다. ㅠ_ㅠ
그늘도 없는 길을 한참 걷다가 지쳐서 쉬고 있는데
프랑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오셔서 괜찮냐고 물어봅니다.
제가 보기엔 당신이 더 지쳐보이는데 저희를 걱정해 주시니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
날이 완전히 개어서 파란 하늘이 드러났습니다.
물 웅덩이에 비춰 진 하늘이 너무 이쁩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비는 하늘이 땅으로 내려온 것이다 라는 생각이요.
와이프한테 말했더니 헛소리하고 있답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같으니라고...
까미노 안내표지판이 마치 하늘로 올라가라는 듯합니다.
제 마음은 이미 저 하늘로 올라가 있습니다.
성지 순례란 이런것 같습니다. 모든것을 버리고 하늘로 올라가는길...
인생 자체가 순례길 아닐까요?
풍경은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인데 몸이 너무 괴롭습니다.
도대체 언제쯤 걷는게 익숙해 질지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먼저 걸어보고 두번째 걷는 친구한테 물어봤더니 도착하기 전날까지도 괴롭답니다. ㅡㅡㅋ
전날 숙소에서 만난 노르웨이 아저씨 스톡도 피곤해서 쉬고 있습니다.
노르웨이 사람들의 유별난 안전 의식. 노르웨이 사람들은 유별나게 저 형광색을 사랑합니다. ^^;;;
저희에게 베낭 제대로 매는 법도 알려주시고
코고는 사람은 죽여버린다고 협박도 하신 아름다운 분이십니다. ㅡ,.ㅡa
하늘이 땅에 내려왔습니다.?
이것을 보면서 와이프한테 이거 바라 내말이 틀렸나? 이랬더니
인정합니다.
역시 비는 하늘이 땅으로 내려온게 맞습니다.
저희는 하늘로 올라가고 싶은데 어찌 방법이 없을까요? ^^;;;
공사중인 운하에도 하늘이 내려 와 있습니다.
원래 맑고 좋은 하늘인데 비 온 뒤엔 더더더더더더욱 맑습니다.
이런 날은 한 100KM 걷고 싶을까요? 절대 아닙니다.
당장 그늘에 들어가서 쉬고 싶습니다. ㅠ_ㅠ
슬슬 마을이 가까워 옴을 느낍니다.
산티아고에 도착하기 전 가장 큰 도시인 레온이 가까워져서 모두들 들떠있습니다.
7부능선을 넘은 기분입니다.
공립 알베르게에서 가벼운 파티를 했습니다.
완전 저렴한 와인을 나눠 마시며 웃고 즐기고 게임하고...
역시 한국인들은 음주가무에 능합니다.
나이, 성별, 인종, 출신 모두 상관 없이 우리는 그냥 순례자입니다.
이태리 아재의 저 숨길 수 없는 귀여움!!!
술 들어가면 원래 다들 이러고 놀잖아요? ㅋ
다음날 레온에 도착했습니다.
스페인에서 20여년간 살고 계시는 한국분을 우연히 만나 근사한 저녁도 얻어먹고
드디어 맥도날드를 찾아서 눈물 젖은 후렌치후라이를 먹기도 하고... (그런데 생각처럼 맛있지가 않았습니다. ㅠㅠ)
그런데 순례가 계속 될수록 왠지 도시에서는 오래 머물고 싶지가 않습니다.
어서 어서 자연에 묻히고 싶습니다.
저희가 정말 좋아하는 '카페 콘 레체' ?
프랑스에선 카페 오레, 우리말로 하면 밀크 커피 정도 되려나요? ㅎㅎ
카페에 들어가서 보카디요스랑 이것 하나면 한 끼 식사가 해결됩니다.
멀리서 이 표지판을 보더니 와이프가 쫄래쫄래 걸어가서 말 없이 포즈를 취해줍니다.
그런데 30 표지판이 거슬립니다. 시속 3키로도 못내는데 30키로가 왠말이냐!!!
이 스페인 아가씨들은 놀랍겠지만 모두들 십대입니다.
부활절 방학을 맞이 해서 순례길을 걷고 내일이면 집으로 돌아간답니다.
작은 산을 넘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니 이럴수가!!!
어떤 센스 있는 농부 아저씨가 건너편 동산에 꽃을 이용해서 노란색 화살표를 크게 그려 놓았습니다.
하늘에서 이 장면을 보고 싶습니다.
이제는 익숙 해진 비포장도로...
기계적으로 터벅 터벅 걷다 보면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가우디가 설계 하고 짓다가 내팽개친 비운의 박물관입니다.
원래는 성당 건물로 짓던 건데 주교와의 불화로 4층까지만 건설하고 돌아가버렸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1~4층과 5층의 스타일이 다른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스토르가의 대성당...
성당도 좋지만 역시 저는 자연이 좋습니다. 어서 어서 벗어나고 싶어요.
센스쟁이 순례자가 그려 놓은 이쁜 무지개...
이번 순례를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로 나누면
이제 위기를 지나 절정을 향해 치닫는 느낌입니다.
순례를 마치기까지 1500M 짜리 산을 두개를 넘어야 하는데 드디어 이번 순레 코스의 최고점에 도달했습니다.
꼭대기에는 매우 많은 편지가 놓여있었는데 재미있는 사연을 하나 보자면 20대 청년이 나중에 오게 될 자신의 아이에게 편지를 써놓은것이 있더라구요.
그 청년 지금쯤 결혼은 했을런지 모르겠네요. ^^;;;
이 산을 내려가고 또 다시 1500M 짜리 산을 하나 넘으면 끝입니다.
그냥 터벅터벅 한 걸음씩 걸었을 뿐인데 저는 1500M 위에 와 있습니다.
인생 뭐 있겠습니까 작은 걸음 하나 하나 걷다 보면 정상에 오르는거죠~
구름따위 그냥 사진 배경으로 쓰는겁니다~
산 중턱에 너무나 아름답고 깨끗한 마을입니다.
갈 길이 멀었는데 이 곳 레스토랑에서 순례자 정식을 먹고 쉬느라 3시간이 훌렁 지나가 버렸습니다.
이날 11시간동안 걸었습니다.
갈 길은 많이 남았는데 계속되는 내리막길이라 속도는 안나고 하늘은 자꾸 발길을 붙잡고....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7시가 다 되었더라구요. ㄷㄷㄷㄷㄷㄷ
결국 다음날엔 도시까지 8KM를 걷고 나머지 거리를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합니다.
제 무릎은 다 나았지만 와이프의 평발은 불치병이거든요.
템플 기사단의 성입니다.
중세 시대에는 순례자들이 큰 재산을 가지고 순례를 떠나는 경우가 많아서 강도의 위협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이에 한 기사단이 은행과 호위의 역할을 대신해 주던것이 이 기사단의 유래라고 합니다.
나중엔 이 기사단의 힘이 너무 커져서 국가에서 없애 버렸다는 슬픈 전설이 있네요. ㄷㄷㄷㄷㄷㄷ
버스를 타고 20여 키로미터를 이동했습니다.
단돈 1.5유로... 40분..... 마치 타임머신을 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왠지 죄를 지은 것 같습니다. 몸은 편한데 마음이 불편합니다.
하지만 이미 일정을 많이 초과한 뒤라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전 날 푹 쉰 덕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1500M 짜리 산이 만만하게 다가옵니다.
산을 오르는데 낌새가 이상합니다. 바람이 축축하고 무릎이 쿡쿡 쑤십니다.
네... 결국 폭우를 만나서 잠시 쉬고 있습니다. ㅋ
마냥 쉬고만 있을 수가 없어서
비옷을 꺼내 입고 출발합니다.
노르웨이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나쁜 복장은 있어도, 나쁜 날씨는 없다."
네... 제 복장이 나빠서 저는 속옷까지 다 젖었습니다. ㅠ_ㅠ
지금껏 많은 여행을 다니고 많은 사진을 찍었는데
항상 느끼는것이지만 카메라는 사람 눈을 따라오려면 100억 광년은 멀었다는겁니다.
이 날의 감동이 왜 카메라에는 담기지 않는 것일까요??
그나마 제일 저와 맞는 카메라가 D700입니다.
항상 1년에 한번씩 바뀌던 카메라가 8년째 그대로이니 말입니다.
산 꼭대기 마을에 비 맞은 강아지...
산을 오르느라 무리했던지 와이프의 발을 대신해주던 등산 스틱.. 아니 대걸레봉이 그만 부러져버렸습니다.
한 달여간 정말 수고가 많았구나... 편히 쉬렴... ㅠ_ㅠ
힘겹게 힘겹게 산을 올라 드디어 산티아고가 있는 갈리시아 주로 넘어갑니다.
이제 정말 끝이 보입니다. ㅠ_ㅠ
구름인지 안개인지 속으로 저희를 인도하고 있는 노란색 화살표...
화살표만 있다면 앞 날이 가려져 있어도 안심입니다.
나중에 제 아이들에게 노란색 화살표같은 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
구름에 덮인 산꼭대기 마을...
우비에 덮인 아름다운 부인...
산 꼭대기의 숙소 모습입니다.
커다란 방에 2층 침대가 빼곡히 들어차 있습니다.
짐을 정리하고 지친 몸을 쉬기 위해 바쁩니다.
숙소에서 바라본 전경입니다. 아름답지만 저기를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합니다.
바람이 부는 산 정상에 순례자 동상이 서 있습니다.
제 와이프도 서 있습니다.
한걸음 한걸음 산을 내려갑니다.
올라갈 때와 같습니다만 한층 더 조심해야 합니다.
내려갈 때 방심하면 크게 다칩니다.
인생도 그렇습니다. 내리막 길에서 더더더더 조심해야 안다칩니다.
재미있는 순례자 길 안내판.
어딜가나 인기있는 땡땡이 우비...
지금은 노르웨이에서 고이 잠들어 있습니다. ㄷㄷㄷㄷㄷㄷ
풀에 이슬인지 비인지가 맺혀 있네요.
가끔 이런 사진을 찍는데, 다른 분들이 찍는것처럼 감성 있게 찍을 수가 없습니다.
누가 저 좀 지도해 주세요. ㄷㄷㄷ
굉장히 역사 깊은 수도원입니다.
한때 가장 컸던 수도원이라는데
저는 스페인 역사를 잘 모르기 때문에 큰 감동이 없이 그냥 지나쳤습니다.....
산티아고가 가까워지니 곳곳에 이런 조각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제 마음에도 저 만의 조각이 완성되고 있습니다.
숲길을 지나는데 숲속에 뭐가 움직이길래 바라보았더니
뜨헉~ 백마가 있습니다. 마치 유니콘같습니다.
제 뒷모습입니다. 가방에 매달린것은 과자가 아니라 비상식량입니다.
지치고 탈진했을때 저 것을 섭취하면 30분은 너끈히 걸을 수 있습니다. ㅋㅋ
비온 뒤 하늘은 언제나 기분 좋은 파란색입니다.
하늘이 땅에 내려와서 잠시 쉬고 있습니다.
해가 뜨면 다시 돌아가겠죠~
마치 WALL-E 같은 모양의 건널목입니다. ^^
길을 걷다가 쉬고 있는데 한 쪽에서 구름이 마구 마구 몰려옵니다.
비가 올까 두려워 서둘러 걸음을 옮깁니다.
길을 걷다보니 저 앞에 걷고 있는 아주머니와 와이프의 가방이 같습니다.
"자기야 출동!!" 즐거운 설정샷 성공입니다. ^^
이런 작은 재미들로 저희는 행복해 질 수 있는 경지에 오른것 같습니다.
포르토마린이라는 마을에 왔는데
그동안 당하지 않아 방심했는지 Bed-bugs 한테 된통 물렸습니다.
오른쪽 손가락서부터 팔꿈치까지 30~40방 물린것 같습니다.
최악입니다. 그나마 버물리 덕에 가려움은 어느정도 가십니다.
포르토마린의 성당입니다. 지금까지의 성당과는 모양이 사뭇 다릅니다.
강가의 도시라서 안개가 엄청납니다.
안개를 뚫고 걸음을 재촉합니다. 해가 떠오르면 안개가 사라지겠지요.
해가 뜨면서 사라지고 있는 안개...
너무나 신기한 장관이라 한 동안 걸음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림자를 따라가는 여행... 끝이 보이니 왠지 아쉽네요.
중간에 대단한 행렬을 만났습니다.
말을 타고 산티아고까지 가다니!!!!!
부.. 부럽긔!!!!!
갈리시아 지방의 유명한 토속음식인 문어요리 '뿔뽀' 입니다.
먹어본 감상은.... 음....
해산물은 역시 한국, 일본이 ?오!!!!!!!
하루만 더 가면 산티아고에 도착합니다.
그저 처음과 똑같이 작은 걸음을 걷고 있을 뿐인데 어느새 저는 목적지까이 와 있습니다.
저 언덕 너머로 제가 지금껏 걸어 온 800KM의 길이 남아 있겠죠. 길은 저희를 기억하려나 모르겠습니다.
집 마당에서 놀고 있는 꼬마아이가 동양인이 신기한지 한참 쳐다봅니다.
너무 귀여워서 아이 아부지한테 허락받고 사진을 찍으려니까 아빠 뒤로 숨어버리네요.
아이고 귀여운것~
산티아고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순레자들 모두 이 비석을 만지고 기념촬영을 합니다.
갑자기 비가 쏟아져서 우의를 꺼낼 틈이 없어
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일회용 비옷을 꺼냈습니다.
아이고 이뻐라~!!! ㅋ
미사가 오전 11시라서 바로 성당으로 들르지 않고?
산티아고 변두리에 있는 언덕의 숙소에 하루 더 묵기로 했습니다.
왠지 힘들었던 여행을 성급히 마무리 하고 싶지 않은 기분... 아시나요?
네... 어쨌든 저희는 도착했습니다.
큰 감동이 몰아칠 줄 알았는데 그냥 담담합니다.
여행이 끝났다는게 아쉬울 뿐입니다.
여기서 다시 출발지로 되돌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산티아고 대성당...
미사에 참석하고, 거대한 향로가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보고,
첫날 같이 출발했다가 헤어진 사람들을 이 곳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이산가족 상봉때처럼 막 끌어 안게 됩니다.
서로 연락처를 주고 받고 서로의 행복을 빌어줍니다.
1부에서 같이 사진찍었던 친구들도 다시 만났습니다.
그 사람들이 처음엔 저를 못알아봤어요. 살이 너무 빠져서 ^^;;;
니 뱃살 어디갔냐? 이러면서 놀라더라구요. ㅋ
산티아고까지의 여행은 끝마쳤지만 왠지 모를 아쉬움에 땅 끝까지 가보기로 합니다.
그 옛날 콜롬버스가 미국을 발견하기 전에는
이곳이 세상의 끝이라고 여겨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명이 피니스테라 입니다.
바닷가의 길을 조금 올라가면....
0.00 KM 라고 씌여있는 첫 이정표가 있습니다.
이제 진짜 끝났다는 생각에 참 많은 생각이 듭니다.
시원하고 아쉬운 그 기분...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우리 둘다 말 없이 한참을 저 먼 수평선을 바라봅니다.
많은 순례자들이 이곳에서 신발을 태우는데
저희는 신발이 하나밖에 없어서 태울 수가 없습니다. ^^
돌아오는 길에 멋있는 건물...
역시 건축의 나라 스페인...
산티아고에서의 여행을 끝마치고,
저희는 바르셀로나로 넘어갔습니다.
순례자 모드를 해제하고 관광객 모드로 바꿨습니다. ^^
구엘 공원도 가보고, FC바르셀로나 경기장도 구경하고, 소매치기도 당해보고 ㅡ,.ㅡa
스페인에서의 여행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3개월간의 필리핀여행, 2개월간의 노르웨이여행, 1개월간의 스페인여행...
저희의 신혼여행은 이제 끝이 나고
진짜 인생여행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인생길도 순례길과 똑같이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이 있겠죠.
어떤 길이 펼쳐지더라도 저희는 한걸음 한걸음 묵묵히 걸어 나갈 자신을 얻었습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커다란 무언가가 가슴속에 한 가득 들어있는 기분입니다.
아.. 또 하나의 작은 선물이 있습니다.
여행을 마치자 마자
저희의 2세가 생겼답니다~
맑은 공기를 마시고 열심히 걸어서 만든 튼튼한 체력을 바탕으로 건강하고 이쁜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딸도 태어났습니다.
순례길을 다녀와서 제 가치관이 변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확신이 생겼을 뿐입니다.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행복해 질 수 있다는 확신이요.
저희는 2021년에 아이들과 함께 다시 이 길을 걷기로 했습니다.
그때 다시 뵙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꾸벅!
원문 링크 : http://todayhumor.com/?travel_1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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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4
Written, Photography : 닥날개 (2015.05.14)
Edited, Arranged, Produced :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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