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풀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하늘 No.215 [문학] 1 6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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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기형도 -


나는

맹장을 달고도

초식할 줄 모르는

부끄러운 동물이다


긴 설움을

잠으로 흐르는 구름 속을 서성이며

팔뚝 위로 정맥을 드러내고

흔들리는 영혼으로 살았다


빈 몸을 데리고 네 앞에 서면

네가 흔드는 손짓은

서러우리만치 푸른 신호

아아

밤을 지키며 토해낸 사랑이여

그것은 어둠을 떠받치고 날을 세운

그 아름다운 혼인 것이냐


이제는 부리를 내리리라

차라리 웃음을 울어야 하는 풀이 되어

부대끼며 살아보자

발을 얽고 흐느껴보자


맑은 날 바람이 불어

멍든 배를 쓸고 지나면

가슴을 울쿼 솟구친

네가 된 나의 노래는

떼지어 서걱이며

이리 저리 떠돌 것이다


https://SkyMoon.info/a/HeismeNote/215  

가능하면 부지깽이를 손에 들고 있으란 이야기라네. 하지만 그것을 쥐었다고 잘 타는 불을 자꾸 쑤셔대면 연기도 많이 나고 자칫 꺼지기도 하지. 부지깽이는 그저 주변에 불이 크게 나거나 꺼지지 않게 하려고 있는 것일 뿐 자주 쓸 일이 없다네 [하늘-대화 6 (마음 속 모닥불)]
  1 Comments
하늘 2018.08.24 17:30  
별지기  | 2018.08.21. 18:40
무념속에 뭔가 느껴지는것 한번쯤 생각해 보게
하는것 같아 좋은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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