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림] 길

하늘 No.223 [문학] 4287
[김기림] 길 Photo-Image
길 - 김기림

나의 소년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빛에 호져
때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자주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번 댕겨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지를 모른다는
동구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애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두움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준다.

연작: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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