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유전(천국의아이들).Children of Paradise.1945.BW

1930-40년대는 프랑스 영화가 전성기를 이루면서 '시적 리얼리즘' 영화들이 등장하던 시기였습니다.  장 비고, 줄리앙 뒤비비에, 마르셀 카르네 등으로 대표되던 당시의 연출가들과 자크 프레베르의 낭만적 각본으로 대표되던 장르였습니다.

'인생유전'은 마르셀 카르네의 일생 일대의 역작이며 3시간짜리 거대한 대작이며 삼각관계, 사각관계로 얽힌 비극적인 사랑이야기입니다.  공연무대를 배경으로 연기하는 배우들간의 얽혀진 사랑을 담고 있습니다.  1940년대 프랑스 영화로는 정말 보기 드문 대작입니다.

1부 '범죄의 거리'  2부 '흰옷입은 남자' 이렇게 구성된 영화입니다.  범죄의 거리란 공연장이 많은 거리에서 범죄극을 주로 많이 공연한다는 것 때문에 붙여진, 프랑스에 실제 존재하는 거리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흰옷입은 남자는 여주인공과 사랑에 빠진 뱁티스테 라는 남자를 의미하고 있습니다.

1부는 사람들끼리 엮이고 관계를 맺은 과정을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시대였던 40년대, 거대한 축제의 거리 세트를 만들었고, 1,500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하여 화려한 축제와 공연의 홍보, 서커스 등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최근 영화인 '007 스펙터'의 오프닝이 연상되는 장면입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먹고살기 위해 화가의 모델 등을 전전하던 아름다운 미인 개랑스(아를레티)는 축제의 거리를 거닐다 프레데릭(피에르 브라시르)을 만납니다.
연극배우를 꿈꾸는 프레데릭은 능청맞고 여성편력이 많은 인물로 개랑스에게 작업을 걸지만 개랑스는 정중히 거절합니다.  개랑스는 라스네어 라는 악당과 친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라스네어는 명목상 작가지만 실제로는 살인, 도둑질을 일삼는 범죄자입니다.

개랑스는 라스네어를 사랑하지는 않지만 그와 가까이 지내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두 사람이 공연홍보를 구경하는 도중 라스네어는 옆 사람의 시계를 훔쳐 달아나고 개랑스가 누명을 쓸 상황에서 그 광경을 보던 마임배우 뱁티스테(장 루이 바로)가 마임연기를 통해서 개랑스의 무고함을 설명하고 그 덕분에 개랑스는 누명에서  벗어납니다.  감사의 뜻으로 장미꽃을 던져주고 떠난 개랑스, 그날부터 뱁티스테는 개랑스를 사랑하게 됩니다.  뱁티스테가 속한 공연단 단장의 딸 나탈리는 오래도록 뱁티스테를 사랑해 왔습니다.  어느날 공연도중 배우들끼리의 난투극으로 환불을 해줄 위기에서 갑자기 등장한 프레데릭으로 인하여 위기를 넘기고 프레데릭은 그날부터 단원이 됩니다.

개랑스, 프레데릭, 뱁티스테, 나탈리 이 4명의 젊은이들이 함께 엮이는 것은 개랑스와 뱁티스테의 재회로 인해서입니다.  뱁티스테는 프레데릭을 위해서 숙소를 잡아주고 혼자서 밤거리를 거닐다 우연히 어느 술집에서 개랑스와 재회하게 됩니다.
뱁티스테는 개랑스와 동행항 라스네어의 시선도 아랑곳 하지 않고 개랑스에게 춤을 청하고 라스네어의 똘마니가 방해를 하지만 호신술을 발휘하여 그를 때려눕히고 당당하게 개랑스와 떠납니다.  이 사건으로 인하여 더 이상 라스네어에게 의지하기 어려워진 개랑스를 위하여 뱁티스테는 숙소를 잡아주고 자기네 단원으로 일하라고 권합니다.
이러한 뱁티스테의 친절에 반한 개랑스는 그에게 뜨거운 시선을 보내지만 순수한 청년인 뱁티스테는 개랑스를 건드리지 않고 떠납니다.  마침 옆방에 머물던 프레데릭이 개랑스를 발견하고 개랑스는 뱁티스테 대신 프레데릭과 밤을 보냅니다.

이렇게 해서 개랑스, 뱁티스테, 프레데릭, 나탈리가 같은 공연단에서 일하게 되고 함께 마임공연을 합니다.  뱁티스테는 프레데릭을 질투하고 그날밤 소심했던 자신의 행동을 자책합니다.  그런 뱁티스테를 나탈리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공연은 대성공을 이루지만 프레데릭은 대사가 없는 마임보다는 연극을 하고 싶어 합니다.  이런 4인 사이에 한 명이 끼어드는데 바로 부유한 귀족 몽트레이 백작 입니다.  몽트레이는 개랑스에게 꽃을 보내고 그에게 사랑을 청합니다. 그의 청을 거절했던 개랑스,  하지만 어느날 라스네어가 살인미수를 벌이게 되고 개랑스는 다시 공범자로 의심받게 되는데 자신을 지키기 위하여 몽트레이 백작의 명함을 꺼내고 그때부터 몽트레이 백작과 지내게 됩니다.

이렇게 주요 인물 6명의 관계형성이 된 1부입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여기저기 전전하는 아름다운 여주인공 개랑스,  그리고 그를 둘러싼 네 남자 뱁티스테 프레데릭, 라스네어, 몽트레이 백작.  그리고 뱁티스테를 홀로 좋아하는 나탈리.


2부는 세월이 흘러 각자 자기 자리에서 자리를 잡은 가운데 다시 인연이 엮이는 내용입니다.  마임배우로 큰 명성을 얻은 뱁티스테는 나탈리와 결혼하여 아들까지 얻은 상황,  프레데릭은 연극배우로 크게 성공했고, 개랑스는 몽트레이 백작과 지내며 화려한 삶을 살고 있고,  라스네어는 감옥에 갖다 나왔고........

그 범죄의 거리로 돌아온 개랑스는 매일매일 뱁티스테의 공연을 보러 귀빈석을 몰래 찾습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프레데릭이 뱁티스테에게 귀띔을 해주고 꿈에 그리던 옛 연인을 만나러 뱁티스테는 달려가지만 미리 알고 먼저 선수를 친 나탈리로 인하여 개랑스는 떠난 후였고... 이날부터 상사병에 걸린 뱁티스테는 공연도 하지 않으며 혼자 숙소에 틀어박혀 지냅니다.  몽트레이 백작은 개랑스가 자기 대신 누군가를 끔찍히 사랑한다는 사실에 질투를 내고, 라스네어는 뭔가 껀수를 노리며 몽트레이, 프레데릭에게 차례로 접근합니다.  프레데릭은 오델로 공연을 하게 되고 그 공연장에 드디어 개랑스, 뱁티스테, 라스네어 그리고 몽트레이 백작까지 오게 되고 이 모든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의 운명을 바꾸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마치 발레극을 무대로 한 영국영화 '분홍신'이 연상되기도 하는 영화입니다. 두 영화 모두 비극적 사랑 이야기며 무대공연과 영화내용이 함께 펼쳐지고 있습니다.
'인생유전'에서도 연극공연과 마임공연이 수시로 등장하고 있는데 프랑스의 대표적 연극배우 장 루이 바로의 마임연기가 아주 일품입니다.  처음에 분장으로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하고 등장한 장 루이 바로는 길거리 마임연기를 탁월하게 보여주고 이후 생얼을 드러내자 순수한 청년의 모습으로 아를레티와 사랑에 빠지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장 루이 바로와 아를레티가 함께 공연한 마임장면에서 아를레티는 거리의 동상으로 여신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장 루이 바로의 뛰어난 마임연기가 꽤 오래 보여집니다.

장 가방과 공연한 '북호텔' '새벽' 등을 통해서 알려진 아를레티는 프랑스의 30년대 대표적 여배우지만 이 영화를 촬영할 당시 40대 중반으로 흑백영상으로 봐도 너무 나이가 확연히 든 티가 났습니다.  여러 남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지녀야 할 역할인데 너무 나이든 여배우가 나왔다는 것이 일종의 옥의 티가 된 영화입니다.  반면 남자 배우들은 순수한 분위기의 장 루이 바로, 능청스럽고 호탕한 이미지의 피에르 브라시르,  그리고 라스네어나 백작역 모두 분위기에 잘 어울렸습니다.  피에르 브라시르는 강한 캐릭터가 어울리는 배우로 장 가방 주연의 '안개낀 부두'에서 욕망과 허상에 뜬 망나니 청년 역할을 했고, 페이스 오프 영화인 수작 '얼굴없는 눈'에서 처녀들을 납치해서 얼굴을 이식하는 박사역으로 출연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허세가 강하지만 거침없는 성격의 연극배우 프레데릭역을 잘 어울리게 연기하고 있습니다.

6명이 서로 엇갈리게 사랑하며 엮이면서 꼬이게 되는 통속극적인 내용을 담은 영화로 이런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절묘하게 마임극, 연극와 어울리면서 펼쳐가는 내용입니다.  거대한 거리 세트를 통한 축제장면이 40년대 영화에서 보기 드물게 화려하게 펼쳐지고 마임연기의 매력도 톡톡히 보여줍니다.

저예산 소품이 많은 프랑스 영화중에서 40년대 헐리웃 영화 못지 않은 대작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아를레티는 가까이 클로즈업하는 장면에서는 나이든 티가 확연히 나지만 그럼에도 숙소에서 장 루이 바로를 유혹하는 듯한 장면에서는 제법 관능적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자크 프레베르의 시적인 대사가 많이 등장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축제의 거리에서 시작하여 축제의 거리에서 끝나는 비극적 사랑 이야기입니다.


ps1 : '천국의 아이들'이란 원제는 공연장의 맨 꼭대기층에서 낑겨서 보는 사람들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인생유전'이라는 개봉제목이 붙었튼데 일종의 관용적 표현인 '천국의 아이들'이란 의미를 모를 경우 원제에 대하여 직역제목에 갸우뚱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개봉제목인 '인생유전'이 나름 영화의 내용에 부합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ps2 :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이 서로 엮이는 삼각관계, 사각관계는 요즘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자주 보이는 내용과 유사합니다.  우리나라 드라마가 과거의 통속고전에서 많이 참고가 되는 느낌입니다.

ps3 : 당시 배우들의 연기 자체가 무척 연극적이라서 요즘 보면 과장되고 어색해 보이는데 그럼에도 영화속 연극무대에서의 연기는 훨씬 더 연극적이고 더 과장되어 있습니다.  그냥 연기와 연극속 연기를 다르게 하고 있는 것이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ps4 : 90년대애 필름이 많이 복원되어 그럭저럭 깨끗한 화질로 재탄생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크라이테리온에서 복원을 시켰습니다.

ps5 : 나치 점령시기에 촬영을 시작한 영화인데,  영화가 개봉되기 전에 파리 탈환이 이루어졌습니다.


인생유전
원제 : Les enfants du paradis
1945년 프랑스 영화
DVD출시제 : 천국의 아이들
감독 : 마르셀 카르네
각본 : 자크 프레베르
출연 : 아를레티, 장 루이 바로, 피에르 브라시르
마리아 카사레, 마르셀 에랑, 모리스 슐츠
피에르 르노아르, 마르셀 페레

https://m.blog.naver.com/cine212722/220710432636
Les enfants du paradis 45

인생유전(천국의아이들).Children of Paradise.1945.720p.BW

https://youtu.be/zxZI2W5y5lY
인생유전(천국의아이들).Children of Paradise.1945.BW Photo-Image
인생유전(천국의아이들).Children of Paradise.1945.BW Photo-Image
인생유전(천국의아이들).Children of Paradise.1945.BW Photo-Image
인생유전(천국의아이들).Children of Paradise.1945.BW Photo-Image

https://heisme.skymoon.info/article/SuggInfo/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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