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게츠 이야기(雨月物語).Ugetsu Monogatari.1953.BW

돈과 폭력(권력)에 대한 남성적인 욕망이 현실에서의 가족 또는 여성들에게 얼마나 많은 희생과 고통을 강요하는지를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대립시켜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미조구치 겐지의 대표 시대극이다

1776년에 발표된 총 9편으로 구성된 괴담소설 雨月物語 (우게츠 모노가타리)의 이야기 중에서 2편을 인용했다고 한다

<우게츠 이야기>의 기괴한 얘기들이 현대인의 마음에 와 닿을 때 더욱 다양한 환상을 일으킨다
이 영화는 이러한 환상 속에서 새롭게 생겨난 이야기이다

때는 일본 전국시대, 전쟁으로 어수선한 시골 마을
질그릇을 구워 파는 겐주로와 미야기 부부 그리고 겐주로의 여동생 오하마와 남편 토메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쟁중의 특수로 많은 이윤을 남긴 겐주로는 돈의 욕망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겐주로의 아내 미야기는 그저 아무 탈 없이 오손도손 행복하게 사는 것이 소망인 여성이다

"자~ 이 먹을 것을 봐!, 다 돈 덕분이지, 돈이 없으면 살기가 고달파지지"

"당신이 늘 내곁에만 있어준다면 더 바랄게 없어요~"

또 다른 남성인 토베이는 무사가 되고 싶어하는 인물이다

그는 아내의 잔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병사들 틈으로 달려가 꿈(욕망)을 이루려는 존재다

돈을 쫓는 겐주로와 무사(권력)가 되려는 토베이는 각각의 다른 욕망을 쫓아 달려가는 인물들이다

군대가 마을을 침입한 위기의 순간에도 두 남자의 끈질긴 욕망의 집념은 그칠 줄을 모른다

겐주로는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미야기의 말에도 개의치 않고 가마속의 질그릇에 집착하며 토베이는 병사들의 갑옷과 창을 훔치는데 위험을 무릅쓴다  (무사가 되려면 갑옷과 창이 필요하다는 말에~)

질그릇을 무사히 꺼내온 이들은 그것들을 시장에 팔기 위해 강을 건넌다

이들이 강을 건너기 시작하는 이 지점에서부터 영화는 현실 세계와 환상의 세계로 분리된다

탐미적 미학을 추구하는 미조구치 겐지의 유려한 미장센이란 바로 이런 것~

롱 쇼트와 딥 포커스로 이루어진 화면은 이들 인물들의 정서를 깊게 파고들지 않으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사실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겐주로는 물건을 팔아오겠다며  미야기와 아들을 강가에 내려놓고 떠난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이들과 남아있는 미야기 사이는 (앞으로 있을)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되는 듯하다

아내와 자식을 두고 시장에 물건을 팔러 온 겐주로에게 묘령의 여인이 나타난다

이 여인은 영주의 딸 와카사이다

쿠츠키 저택으로 물건을 배달해 달라는 그녀의 요청을 받은 겐주로는 그녀의 모습에 잠시 넋이 빠진다

강가에 내려놓은 미야기와 아들을 비춘 후에 다음 장면에서 와카사에게 흔들리는 겐주로를 비추는 화면, 감독은 대조되는 장면을 앞뒤로 배치시키면서 인물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이탈해가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돈이라는 욕망을 쫓던 겐주로가 그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한 후에 미모의 귀족 여성이라는 2차적인 욕망에 부딪히는 순간 현실 세계(아내와 아들)는 지워지기 시작한다

이는 토베이의 이야기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릇을 팔아 번 돈을 갑옷과 창을 구입하는데 사용하는 토베이는 무사가 된 것인냥 창을 휘두른다

이후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오하마가 무사들에게 겁탈당하는 장면이 놓인다

토베이가 무사의 꿈을 향해 한발짝 더 나아가는 순간 그의 현실 세계(아내)는 짓밟힌다

겐주로가 비단옷을 받아들고 좋아하던 아내의 모습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는 순간 와카사가 다시 등장해 그를 쿠츠키 저택으로 이끈다

욕망의 분출이 누구러지려는 찰나 환상은 욕망을 부추긴다

겐주로가 쿠츠키 저택으로 들어가는 순간 겐주로의 욕망은 실현된다

이 환상의 세계에서 겐주로는 현실을 망각하고 쾌락에 빠져든다

함께 밤을 보낸 겐주로와 와카사를 비추던 카메라가 서서히 왼쪽으로 이동하면 두 사람의 목욕신이 이어진다

그리고 또다시 왼쪽으로 카메라가 패닝하면 롱 쇼트로 잡힌 두 사람의 놀이 장면~

스크롤 쇼트로 불려진 이 연속된 쇼트는 겐주로가 환상의 세계에 빠져 완전히 현실과 분리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은 현실 세계에서 고통받고 있는 미야기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토베이는?

남이 세운 공로(적장의 목)를 가로채 그렇게 꿈꾸던 무사가 된 토베이는 우연히 들른 술집에서 창녀가 되어버린 오하마를 발견한다

"전쟁이 사람을 바꿔 놓았어~!"

영화의 초반에 미야기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미야기와 오하마는 전쟁의 직접적인 피해자이다

하지만 겐주로는 전쟁으로 인한 특수가 돈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환상에 빠지고 토베이 역시 전쟁 속에서 자신의 신분 상승을 노린다

이처럼 여성들에게 상처와 고통인 전쟁이 남성들에게는 욕망의 대상이 된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실제로 미조구치 겐지가 7살이었을 때 14살이던 친누나가 게이샤로 팔려갔었다고 한다

와카사가 현실 세계의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은 우연히 만난 도인(승려)에 의해 밝혀진다

초췌하게 야위어가는 겐주로는 도인이 써 준 부적의 도움으로 환상의 세계를 벗어난다

집으로 돌아온 겐주로는 또한번 환상의 세계를 경험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와카사로 구분되는 쾌락적 욕망의 주체로서가 아닌 미야기가 가진 희생과 사랑의 주체로서의 환상의 세계이다

배고픔에 허덕이는 병사들의 창에 쓰러졌던 미야기가 만들어낸 환상의 세계는 촛불이 있고 화롯불이 있으며 따뜻한 음식이 있다

집안을 한바퀴 도는 겐주로를 따라 움직이는 카메라의 패닝으로 이 환상의 세계는 탄생한다

남편에게 따뜻한 음식을 먹이고 동이트는 아침까지 남편의 곁에서 바느질을 하는 아내, 그리고 문틈으로 빛이 들어오면서 다시 현실의 세계로 넘어온다

꼭 무언가를 잃어야 깨달음이 있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

"마침내 지금에서야 내가 꿈꾸던 남편을 볼 수 있게 되었어요 이런게 제가 생각하는 삶이에요 ~"

미야기의 내레이션을 끝으로 겐주로와 토베이는 성실하게 현실을 살아간다

부질없는 남성들의 욕망을 제어하기 위한 도구로써 여성의 희생을 합리화시키는 점은 왠지 탐탁치는 않다

욕망(전쟁)을 내세운 가해자로서의 책임은 어디에도 없다

돌아와 준 것만으로도 대만족인 것인가?

우게츠 이야기 (雨月物語: Ugetsu Monogatari)

http://blog.daum.net/filmnote/844

우게츠 이야기(雨月物語).Ugetsu Monogatari.1953.BW

https://youtu.be/C8Z3DYtUP0E
우게츠 이야기(雨月物語).Ugetsu Monogatari.1953.BW Photo-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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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heisme.skymoon.info/article/SuggInfo/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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