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정사>란 이름으로 알려진 이 영화의 원 제목은 [l'avventura]로, 우리말로는 `모험`이란 뜻이다. 사실상 영화의 내용은 '정사'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로셀리니 감독과 평론가 앙드레 바쟁 등이 칸영화제에서 공개 지지를 선언했고 결국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으며 그를 일약 세계적인 감독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야유를 퍼부었던 관중과 평론가들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두 시간 이십분이라는 시간동안 영화는 아주 느슨하게 지루할 정도로 흘러갔다.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던 '안나'라는 여자는 초반부에 갑자기 사라져 버리고 -실종이라것 이외에는 아무런 단서도 없었다- 다시는 등장하지 않았다.
서사의 전개 역시 매끄럽지 못했다. 갑자기 안나가 없어진 것도 그렇지만, 안나를 찾으면서 안나의 친구와 사랑하게 되는 것도, 게다가 감정에 충실한 듯 이루어간 사랑이었지만 마지막부분에서 그 사랑하는 여인을 침대에 두고 창녀와 놀아나는 것도 그렇다.
그러나 오히려 기존 영화의 서사방식과는 너무나 다른 형태의 영화의 진행에 지루한 듯 하면서도 그것이 매력으로 다가와 긴 시간을 약간의 두근거림으로 보냈지만 결국 영화의 마지막을 접했을 때 남겨진 것은 우울함과 약간의 권태, 그리고 모호함 투성이었다.
'안나'의 실종이외는 이렇다 할 중심 사건이 없고 영화 속에서는 의도와 동기가 모호한 플롯위에 실종된 '안나'를 찾아가는 여정과 두 남녀의 감정의 흐름, 그리고 그에 따른 불안정하고도 우울한 정서, 그것으로 인한 의사소통의 부재만이 존재했다.
그러나 어쩌면 안토니오니 감독의 관심은 그 스토리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닐는지도 모른다.
나중에 기자들이 안나는 어떻게 됐냐고 묻자 안토니오니는 "나도 모르겠는데요. 누가 그 여자가 자살했다고 그러던데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라고 덤덤하게 대답했다는 일화가 있다.
안토니오니의 관심은 이 사건을 통해서 인간과 인간간의 관계를 현미경 들여다보듯이 재조명해보려는 데 있었던 것일는지도 모른다.
건축가인 산드로와 안나는 권태기에 있는 연인이다.
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시칠리아로 여행을 떠나는데, 한 무인도에서 안나가 갑자기 사라져버린다.
이 기묘한 이야 기속에서 안나는 끝내 나타나지 않고 그녀가 사라진 이유조차 밝혀지지 않는다.
산드로는 안나의 친구 클라우디아와 함께 안나를 찾아 나서지만 남쪽 섬의 불모지를 횡단하는 그들의 여행은 아무 것도 남겨두지 않고 끝난다.
단지 그들의 모험적이고 불안정한 관계만이 남는다.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섬뜩하게 다가오는 것은 중대한 사건인 안나의 실종이 결국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다뤄지고 있으며, 실종에 대한 어떤 해결이나 결과도 보여주지 않으며 그 실종이 친구와 애인에게 던진 정신적 여파에도 별 관심이 없는 것이다
trust me (1959) / 영화 l'avventura (adventure , 情事 ) ost.
by nico fidenco
trust me, join me
you got a nest into my heart
darling come inside
날 믿어요, 나와 합쳐요
당신은 내 마음 속에 둥지를 틀었어요
그대여, 안으로 들어와요
(repeat)
don't you see now you are free
just like a flame
wave in the air, wave in the air.
all is trail for you and me
let's cut the tie and buy a dream
지금 당신은 자유롭다는 걸 모르시나요
한 줄기 타오르는 불꽃처럼
허공에서 남실거려요, 허공에서 너울거려요
모든 것은 당신과 나를 위한 궤적이에요
묶인 끈을 잘라버리고 꿈을 사들여요
꽉 짜인 이야기 구조를 지닌 영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 영화가 칸에서 상영되었을 때 호된 야유를 보낸 관객들처럼 이 영화를 참아낼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의 구차한 삶에는 적용할 만한 부분이 눈곱만큼도 없는, 정말 하릴없는 부유층의 권태와 나른함과 거짓 욕망들을 바라보는 것도 참기 힘든 것이리라.
그러나 보통 영화에서 생략해 내버리는 우리 일상의 진실의 순간들, 인과의 고리가 없이도 생겨나는 무수한 순간들, 너무나 일상적이라 존재하지 않는 듯한 순간들 속의 현대인들을 이 영화처럼 잘 묘사해낸 작품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주진숙/영화평론가
1960년, 이 작품이 깐느 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되었을 때, 냉정한 비평가들은 스크린에다 대고서 '커트!'를 외쳤고 관객들은 야유와 비난을 보냈다. 그러나 안토니오니의 많은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는 '실존적 고뇌'에 관한 것이고, 바로 영화의 느린 리듬은 그런 주제와 유기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무미건조한 인간관계, 부조리와 소외로 가득 찬 유럽 부르조아지들의 삶을 모더니스트의 어법으로 형상화한 60년대 예술 영화의 고전이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는 통칭 '내적인 신사실주의'의 채용자였다. 데시카나 비스콘틴과는 반대로, 극화의 강조를 거부하는 차갑고 차별적인 예술을 실천한다.
그의 감탄은 베르가나 베르디에게 보다는 차라리, 샤르트르와 파브즈에게로 향한다(파브즈와 그는 1955년 <여성들사이에 있는 여성들>이란 제목의 영화를 함께 한다.)
그의 미쟝센의 극도로 느린 템포, 발작적 인물에 대한 기호, 감정의 성찰과 혼란에 대한 취미 등은 그를 문학적이고도 영화적인 흐름 안에 위치시킨다.
이것은 환멸의 미학에서부터 오는 것이다.
안토니오니의 영화속 주인공들은 감정적, 사회적 실패의 망령에 사로잡힌 신경쇠약 환자들이다. 이들 대부분의 인물들에게 있어서 유일한 문제 거리는 자살이다.
우울하거나 무감각한 이런 존재들에 대해서 감독은 조금도 동정을 보이지 않으며, 한 단계 높이 초월하여 곤충학자의 시선을 유지한다.
기술적으로 이것을 카메라가 서서히 끌려 들어가는 회색 풍경 안에 목표 없이 떠도는 것이 된다.
이런 형식은 그의 모든 영화에서, 특히 <정사>, <라오트>와 <일식>으로 구성되는 환멸의 3부 비극의 공간 속, 가까운 이미지에서 반복된 것이다.
알베르토 모라비아는 이렇게 썼다 "안토니오니는 노래할 줄 아는 유일한 음만을 밤낮으로 반복하는 외로운 새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안토아니오니적인 '모험'은 일종의 침울한 무안에서 반동적으로 해소되는 경향이 있다.
이 영화는 그 완강함, 타협의 거부에 의해서 현대 영화의 중요한 한 단계를 구축하고 있다.
- 시네서울, 엠파스 영화
정사.l.avventura.1960
감독 :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주연 : 가브리엘 페제티, 모니카 비티
http://planet.daum.net/mrd0203/ilog/3944812
정사.l.avventura.1960.1080p.bw
https://youtu.be/oettascahl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