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의사무라이.The Seven Samurai.1954.BW
때는 전국시대, 끊이지 않는 전란(戰亂)이 만들어낸 '노부시'(野武士: 산적 무리)의 횡포에 백성들이 떨고있던 그때..
주민들은 황폐한 땅에서 어렵게 수확한 식량으로 한해 한해를 넘기는 빈촌에 살고 있다. 이 빈촌엔 보리 수확이 끝날 무렵이면 어김없이 산적들이 찾아와 모든 식량을 모조리 약탈해 간다. 싸워도 애원해도 소용이 없었다.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던 촌장의 결단으로 사무라이들을 모집하는데, 이들은 풍부한 전쟁 경험을 가진 감병위(勘兵衛)를 포함한 7명이었다. 감병위의 지휘하에 마을은 방위태세를 갖추고 전투훈련도 시작한다.
이윽고 산적들의 공격이 시작되어 치열한 사투가 벌어지고 산적들은 전멸한다. 하지만 마을사람들 다수와 7명 중 4명의 사무라이도 목숨을 잃는다. 마을엔 평화가 찾아오고 주민들은 벼농사에 여념이 없다. 노동요를 부르는 백성들을 보면서 감병위는 이렇게 말한다. "또.. 살아남았구나.. 이번도 또, 진 싸움이였구나.. 이긴 것은 저 농부들이다. 우리들이 아니야"
<Review>
어쩌다 보니 가까운 시일 동안 두 개의 사무라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일본이라는 나라를 떠올릴 때, 아마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사무라이가 아닐까 싶다. 1국가 2정부라는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체제로 약 800여년을 종속시켜왔던, 그것의 주축이 되었던 칼잡이 사무라이, 그리고 그들이 지켜야 할 덕목 등 도덕율이 지금 일본의 장인 정신과 국가적 대표정신으로 내세우는 사무라이 정신, 곧 무사도이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된 것인지, 우연히 그런 인식을 가진 것인지는 몰라도, 무사도는 마치 일본을 상징하는 양 되어있다. 그리고 많은 문학 작품에서 그려지는 사무라이들은 그런 무사도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다. 당연히 원래 도덕률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일본이라는 나라의 홍보를 위한 술책이라는 느낌도 지울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아주 매력적인 영화일 수 밖에 없다. 제목에서도 왜색이 강하게 드러나는 '7인의 사무라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오히려 포장된 무사도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또는 마치 돈키호테가 매혹됐었던 중세 기사들의 이야기같은 서사시의 내용이 아니다. 도적에게 침략당하는 한 마을을 지키는 일곱 명의 사무라이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무라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가질 법한 환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물론 인물 중에는 엄청난 칼잡이의 실력을 가지고, 또 과묵한 모습에서 우리가 그리는 사무라이와 비슷한 이미지의 사람도 있으나,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괴상한 걸음걸이를 하며 자기보다 큰 칼을 들고 다니는 기쿠치요도 있고, 수없는 전쟁 경험 속 냉철한 전략가로 전략 지시를 하는 간베이의 모습도, 농민 여성과의 사랑에 빠져 버리는 아직은 어린 사무라이 카츠시로의 모습도 있다. 흔히 '사무라이'로 통칭되는 하나의 이미지로 7인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중반부 이후부터 도적과의 계속되는 전투 장면들은 이 영화가 1954년에 만들어진 것이 맞는가를 의심하게끔 할 정도로 긴박하게 돌아가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치 않은 채 주목을 하게끔 하고 있으며, 소규모 촌락과 그 외부의 도적과의 싸움에서 끊임없이 보이는 전략은 누가 보더라도 쉽게 머릿속에 그것이 그려지게끔 한다. 전투씬의 화면적 구성 뿐 아니라, 사무라이의 죽음에 슬퍼하는 사람들의 모습, 전투가 소강상태에 들어갔을 때 그 기쁨으로 술을 즐기는 모습에서는 인간다움도 그려지고 있다.
'이번에도 우리는 졌네, 이긴 건 저 농민들이지'
민중의 사무라이를 향한 시선은 굉장히 이중적이라고 할 수 있다. 도적으로부터 자기들을 지키기 위해 모셔왔으며, 또 극진히 대접을 하면서도, 혹시나 마을의 여자들이 사무라이들과 눈이 맞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고마우면서도 두려움, 이질감을 느끼는 존재가 그들이다. 이 영화는 사무라이라는 존재를 미화하지 않는다. 그냥 전국시대 속 사무라이들을 그대로 내비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무사도로 포장되지 않은, 다양한 인간군상을 가진 그들, 농민들보다 더 높은 지위로 군림하고 있지만, 간베이의 대사처럼 결국 사무라이라는 존재는 늘 질 수 밖에 없는 존재다.
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54년도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전투씬의 구성과, 맞물려 탄탄한 스토리(전략)로 인해 3시간 가량되는 영화지만 끊임없이 집중력을 유지하며 볼 수 있는 영화이다. 무사도로 미화되버린 오늘날의 사무라이들이 아니라, 전쟁에서 이겼지만, 또한 저야만 했던 실제의 전국시대 속 사무라이를 가감없이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만 하다고 생각한다.
7인의 사무라이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출연 토시로 미푸네, 시무라 다케시
개봉 1954 일본
https://blog.naver.com/granado92/220289754943
https://www.themoviedb.org/movie/346?language=ko-KR
7인의사무라이.The Seven Samurai.1954.1080p.BW
https://youtu.be/wJ1TOratCTo
https://youtu.be/raRRyIK-tCk
주민들은 황폐한 땅에서 어렵게 수확한 식량으로 한해 한해를 넘기는 빈촌에 살고 있다. 이 빈촌엔 보리 수확이 끝날 무렵이면 어김없이 산적들이 찾아와 모든 식량을 모조리 약탈해 간다. 싸워도 애원해도 소용이 없었다.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던 촌장의 결단으로 사무라이들을 모집하는데, 이들은 풍부한 전쟁 경험을 가진 감병위(勘兵衛)를 포함한 7명이었다. 감병위의 지휘하에 마을은 방위태세를 갖추고 전투훈련도 시작한다.
이윽고 산적들의 공격이 시작되어 치열한 사투가 벌어지고 산적들은 전멸한다. 하지만 마을사람들 다수와 7명 중 4명의 사무라이도 목숨을 잃는다. 마을엔 평화가 찾아오고 주민들은 벼농사에 여념이 없다. 노동요를 부르는 백성들을 보면서 감병위는 이렇게 말한다. "또.. 살아남았구나.. 이번도 또, 진 싸움이였구나.. 이긴 것은 저 농부들이다. 우리들이 아니야"
<Review>
어쩌다 보니 가까운 시일 동안 두 개의 사무라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일본이라는 나라를 떠올릴 때, 아마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사무라이가 아닐까 싶다. 1국가 2정부라는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체제로 약 800여년을 종속시켜왔던, 그것의 주축이 되었던 칼잡이 사무라이, 그리고 그들이 지켜야 할 덕목 등 도덕율이 지금 일본의 장인 정신과 국가적 대표정신으로 내세우는 사무라이 정신, 곧 무사도이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된 것인지, 우연히 그런 인식을 가진 것인지는 몰라도, 무사도는 마치 일본을 상징하는 양 되어있다. 그리고 많은 문학 작품에서 그려지는 사무라이들은 그런 무사도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다. 당연히 원래 도덕률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일본이라는 나라의 홍보를 위한 술책이라는 느낌도 지울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아주 매력적인 영화일 수 밖에 없다. 제목에서도 왜색이 강하게 드러나는 '7인의 사무라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오히려 포장된 무사도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또는 마치 돈키호테가 매혹됐었던 중세 기사들의 이야기같은 서사시의 내용이 아니다. 도적에게 침략당하는 한 마을을 지키는 일곱 명의 사무라이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무라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가질 법한 환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물론 인물 중에는 엄청난 칼잡이의 실력을 가지고, 또 과묵한 모습에서 우리가 그리는 사무라이와 비슷한 이미지의 사람도 있으나,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괴상한 걸음걸이를 하며 자기보다 큰 칼을 들고 다니는 기쿠치요도 있고, 수없는 전쟁 경험 속 냉철한 전략가로 전략 지시를 하는 간베이의 모습도, 농민 여성과의 사랑에 빠져 버리는 아직은 어린 사무라이 카츠시로의 모습도 있다. 흔히 '사무라이'로 통칭되는 하나의 이미지로 7인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중반부 이후부터 도적과의 계속되는 전투 장면들은 이 영화가 1954년에 만들어진 것이 맞는가를 의심하게끔 할 정도로 긴박하게 돌아가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치 않은 채 주목을 하게끔 하고 있으며, 소규모 촌락과 그 외부의 도적과의 싸움에서 끊임없이 보이는 전략은 누가 보더라도 쉽게 머릿속에 그것이 그려지게끔 한다. 전투씬의 화면적 구성 뿐 아니라, 사무라이의 죽음에 슬퍼하는 사람들의 모습, 전투가 소강상태에 들어갔을 때 그 기쁨으로 술을 즐기는 모습에서는 인간다움도 그려지고 있다.
'이번에도 우리는 졌네, 이긴 건 저 농민들이지'
민중의 사무라이를 향한 시선은 굉장히 이중적이라고 할 수 있다. 도적으로부터 자기들을 지키기 위해 모셔왔으며, 또 극진히 대접을 하면서도, 혹시나 마을의 여자들이 사무라이들과 눈이 맞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고마우면서도 두려움, 이질감을 느끼는 존재가 그들이다. 이 영화는 사무라이라는 존재를 미화하지 않는다. 그냥 전국시대 속 사무라이들을 그대로 내비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무사도로 포장되지 않은, 다양한 인간군상을 가진 그들, 농민들보다 더 높은 지위로 군림하고 있지만, 간베이의 대사처럼 결국 사무라이라는 존재는 늘 질 수 밖에 없는 존재다.
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54년도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전투씬의 구성과, 맞물려 탄탄한 스토리(전략)로 인해 3시간 가량되는 영화지만 끊임없이 집중력을 유지하며 볼 수 있는 영화이다. 무사도로 미화되버린 오늘날의 사무라이들이 아니라, 전쟁에서 이겼지만, 또한 저야만 했던 실제의 전국시대 속 사무라이를 가감없이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만 하다고 생각한다.
7인의 사무라이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출연 토시로 미푸네, 시무라 다케시
개봉 1954 일본
https://blog.naver.com/granado92/220289754943
https://www.themoviedb.org/movie/346?language=ko-KR
7인의사무라이.The Seven Samurai.1954.1080p.BW
https://youtu.be/wJ1TOratCTo
https://youtu.be/raRRyIK-t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