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트루드.Gertrud.1964.BW

게르트루드는 은퇴한 오페라 가수로 변호사 남편인 카닝과 애정 없는 결혼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어느 날 그녀는 결국 그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이 일을 계기로 그녀의 조용하지만 뜨거운 열정이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그녀는 시인, 젊은 피아니스트, 그리고 마지막으로 파리에 사는 작가와의 연애를 통해 열정과 초월을 추구한다. 한정된 공간에도 불구하고 놀랄만한 시각적인 완성도를 자랑하는 이 영화는 드레이어의 영화 스타일이 가장 순화된 지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http://www.cine21.com/movie/info/?movie_id=8388

뿌리가 무성영화였던 감독답게 토키 영화인 이 영화는 많은 부분 무성영화스럽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는 연극스럽기까지 한데 서로에게 시점이 맞춰져있다기보다는 정면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그들의 시선을 쫒다 보면 '무대 앞에 프롬프트가 있나?'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실제 했을 수도 있겠다)

카를 테오도르 드레이어 감독의 최고작은 단연 <잔다르크의 수난>일 것이다. 영화사적 의미의 걸작인 이 작품부터 이미 감독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그'가 아닌 그'녀'의 주체성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바 있다. <게르트루드> 속 여주인공 게르트루드(니나 펜스 로데)는 기혼여성임에도 여러 남자와 얽히고설키며 염문을 뿌려대는데, 그녀는 자신의 삶과 사랑에 주체적이고 예술에 대해 탐닉하는 그 시절 '신여성'이다. 그러니 감독은 그간 영화 속 남정네들의 전유물 같던 주제들을 여성의 입장으로 풀어내고 있다.

<잔다르크의 수난>이 뒤늦게 극찬을 받았던 이유는 다분히 기술적인 카메라 무빙(그중에서도 클로즈업, 트래킹 아웃) 이 '어떻게 영화 속에 감정을 불어넣을 수 있나?'라는 명제에 대한 답을 제시하였기 때문이었는데, 부드러운 카메라의 움직임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의 평화가 일게 할 정도의 안정감을 자랑하기도 하면서, 때론 영화 속 빈 공간을 긴장감으로 채워 넣기도 했다. 그의 마지막 작품인 이 영화에서는 조명과 인물의 배치라는 또 다른 기술적 측면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 젊은 애인과 전 남편 그리고 현재 남편까지. 게르트루드와 그들과의 투 샷엔 언제나 과시적인 조명이 위치하고 있다. 이 불빛은 그녀의 감정 선과 맞닿아 있는데 그녀와 인물들 간의 감정이 공평하게 평행선을 달릴 때는 빛은 어둑해져있다. 반면에 감정이 오롯이 그녀만의 것으로 변주되어 있을 때는 그녀 쪽에 치우쳐져 밝혀진 불빛을 볼 수 있다. 후반부 그녀와 우정을 나누는 교수화의 대화 속 정중앙에서는 화로가 열렬히 타오르고 있었다는 것도 같은 맥락의 방증이다. 영화라는 예술은 본래 기술종속적인데, 말인즉슨 다양한 기술을 이용하여 자신의 세계관을 표현해낸다는 뜻이다. 카메라의 렌즈를 시작으로 조명, 무빙, 의상, 분장 등 한 쇼트 혹은 한 시퀀스를 빼곡히 채워나가는 다양한 방법론들을 사용하여 감독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뜻인데 그런 면에서 필자는 이 영화를 카를 드레이어 감독의 마지막 실험 작이라고 생각하는 바이다.(실제로 그의 유작이기도 하다)

<게르트루드>를 단 한 단어로 설명하라면 '절제' 일 것이다. 2시간 남짓한 이 영화가 단 90개도 안되는 쇼트로 이루어져 있어 상당히 느린 템포를 유지하고 있고 언급했듯 카메라 무빙도 거의 없으며 미장센 또한 최소화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필자는 감독의 마지막 실험에서 '극단적'이라는 정서가 보이기까지 한다.

영화는 책<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에 당당히 랭크되어 있지만, 파리에서 처음 상영되었을 때는 언론과 관객으로부터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적대적 반응을 이끌었다고 한다. 이유는 아마도 실험 작의 부작용이라 할 수 있는 대중성 결여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필자는 개인적으로 '후자'의 입장에 동의한다.

게르트루드
감독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
출연 니나 펜스 로데, 벤트 로테, 에베 로데, 바드 오베
1964 덴마크

https://blog.naver.com/zzyoun/221000963779

게르트루드.Gertrud.1964.BW

https://youtu.be/D7vmXtcQsmA
게르트루드.Gertrud.1964.BW Photo-Image
게르트루드.Gertrud.1964.BW Photo-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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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heisme.skymoon.info/article/SuggInfo/391  

그대가 그의 소망과 요구,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는 사랑이라는 감옥에 갇혀 있는 것입니다 [탁낫한-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