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La Strada.1954.BW

길.La Strada.1954.BW Photo-Image
길.La Strada.1954.BW Photo-Image
길.La Strada.1954.BW Photo-Image
영화 '길 - La strada'의 테마곡인 Gelsomina 는 제가 최초로 기억하는 영화음악입니다.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무렵에, 주말의 명화를 보시는 아버지 발치에 앉아 '길'을 보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저는 그때부터 이미 부엉이의 소질이 있었나 봅니다 ^^)

그때는 어려서 영화 내용은 거의 이해하지 못했지만 뭔지는 잘 몰라도 젤소미나가 너무 가엾다는 느낌과 함께 니노 로타의 이 한없이 아름답고 서러운 음악만은 어린 마음에도 깊이 새겨져서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대학 다닐 때쯤 되어서야 펠리니며 데 시카 영화의 매력에 푹 빠지면서 '길'을 다시 보았고, 마치 끓는 물을 삼킨 듯 목이 메고 가슴 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슬픔과 감동을 느꼈더랬습니다.

차력사 잠파노 역의 안소니 퀸도 강렬했지만, 이 영화에서 잊을 수 없는 것은 역시 젤소미나 역의 줄리에타 마시나의 그 가슴 저리도록 절실한 연기였습니다.

줄리에타 마시나는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부인이기도 한데 다른 사람이 젤소미나 역을 연기했어도 '길'이 이처럼 감동적인 불후의 명작이 되었을지는 의문입니다.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본 것도 십여년이 훨씬 넘었지만, 아직도 '길'을 생각하면 선량한 젤소미나의 애처롭고 백치미 어린 얼굴이 떠오르고, 그녀가 어설프게 불곤 하던 트럼펫이 눈물겹게 생각나면서 가슴 속이 뻐근해집니다...

이탤리언 리얼리즘을 인간 내면의 문제로 변모, 승화시키기 시작하여 이탈리아 현대 영화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냈다는 평판을 받는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의 작품으로, 어려서부터 서커스 유랑인의 세계를 동경했던 펠리니가 떠돌이 연예인의 쓸쓸한 부평초같은 생활을 묘사한 명작으로 1954년 베니스 국제영화제 은사자상, 1957년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습니다.

음악을 맡은 니노 로타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여덟 살 때부터 작곡을 시작하여 오페라, 오라토리오 등 각종 음악과 함께 145편의 영화음악을 작곡한 영화음악의 대가입니다.


줄거리

잠파노는 삼륜 트럭을 타고 지방을 떠돌며 공연을 하는 차력사, 조수 역할을 하던 로사가 죽자 다시 로사의 여동생 젤소미나를 그 부모로부터 사들여 조수 일을 시킵니다. 잠파노는 가슴을 묶은 쇠사슬을 끊는 묘기를 하고, 젤소미나는 북을 치고 어릿광대 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떠돌아다니는데, 아기처럼 순수하고 착하지만 지능이 모자라는 젤소미나는 잠파노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학대를 받으면서도 그를 따릅니다.

그러다 잠파노와 젤소미나는 서커스단에 입단하게 되는데, 여기서 젤소미나는 마음씨 따뜻한 광대 일 마토를 만납니다. 그는 젤소미나를 인간적으로 대우하고 친구로서 따뜻하게 대해주고 도움을 주려 합니다. 젤소미나는 그에게서 인간의 정과 온기를 느끼고, 마토는 잠파노에게도 젤소미나를 소중히 여기라고 충고하지만 잠파노는 그를 못마땅하게 여겨 폭행한 끝에 서커스단을 떠나게 됩니다. 젤소미나도 잠파노를 따라 떠나는데, 그녀는 일 마토가 가르쳐 준 노래를 트럼펫으로 불며 그의 따뜻한 마음을 기억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그들은 우연히 일 마토를 만나게 되고 잠파노는 그와 다투다 그만 죽이고 맙니다. 이 사건은 젤소미나에게 크나큰 충격을 주어 그녀는 병이 들고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게 됩니다. 그러자 잠파노는 어느 날 잠든 젤소미나를 버리고 혼자 도망쳐 버립니다. 그녀가 즐겨 불던 트럼펫만 남겨두고...

몇 년 뒤 잠파노는 다시 젤소미나와 함께 다녔던 마을에 들르게 되고, 우연히 귀에 익은 노래를 듣고 놀라 찾아가 보지만 그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낯선 여인이었습니다. 그녀는 잠파노에게 이야기해 줍니다. 그 노래는 기억을 상실한 채 떠돌던 어떤 여자에게 들었다고, 그 여자는 매일 하루종일 트럼펫으로 그 곡조만을 불고 있었다고, 그리고 그 여자는 몇 년 전에 병으로 죽었다고...

그 날 밤 잠파노는 술에 만취해서 바닷가에 엎드려 오열합니다.

강렬한 마지막 장면... 어두운 밤바다 모래밭에서 울부짖는 잠파노의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이 장면을 대부분 뒤늦게 젤소미나에 대한 사랑을 깨달은 잠파노의 죄책감과 통한의 눈물로 해석하는데, 제 경우는 측은하면서도 몹시 씁쓸하게 느껴졌던 장면입니다. 제게는 끝까지 이기적인 자의 자기연민의 눈물로 느껴졌거든요. 젤소미나와 함께하던 시절에는 그녀를 학대했고, 어려운 시절에 자기 옆에 있어 주었음에도 그녀가 정신이 온전치 못하고 몸이 아프게 되자 모질게 버리고 떠났으면서... 정작 그녀가 죽었음을 알게 되자 "나는 외톨이야...나는 외로워"라고 울부짖으며 오열하는 사내에게서, 물론 슬픔이 없지 않겠지만 그녀를 위한 슬픔과 미안함보다는 자기 자신만을 먼저 생각하는 유아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이 보여서... 사실 그게 더 잠파노답기도 하지요. 이처럼 비틀린 애정을 지닌 사람들... 실생활에서도 더러 볼 수 있는 인간형들 아닙니까.

정말 너무나 현실적인 모습이라... 잠파노가 측은하면서도 참 밉살맞았고 젤소미나가 더욱 애처로웠지만 그런 잠파노의 모습을 미화 없이 날것 그대로 그려낸 안소니 퀸의 연기가 대단하다고 느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에서 제가 젤소미나에 대한 잠파노의 정을 느낀 부분이라면, 역설적이게도 잠파노가 병든 젤소미나를 버리고 몰래 도망치는 장면이었습니다. 잠든 젤소미나를 두고 몰래 짐을 챙겨 도망치던 잠파노는 잠시 망설이다 그녀가 즐겨 불던 트럼펫을 그녀 옆에 두고 갑니다. 먹고살기 힘들어 부모가 자식을 팔던 시절, 하룻밤 잠잘 곳과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길거리를 헤매며 짐승처럼 거칠고 자기중심적으로 굳어진 사내, 젤소미나를 자신의 소유물처럼 생각하고 함부로 다루며, 도덕이나 양심과는 거리가 멀고, 이제 병든 젤소미나가 거추장스럽고 혹시 젤소미나로 인해 자신의 살인이 들키기라도 할까봐 그녀를 버리고 떠나버리는 모진 인간이지만, 그 가슴 속에도 작지만 따뜻한 부분이 있음을 애틋하게 여기게 되는 장면이었습니다. 제게는요...

가련한 젤소미나와는 달리 줄리에타 마시나와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결혼생활은 행복했다고 합니다. 50년간 금실 좋은 부부로 함께했으며, 1993년 10월 펠리니 감독이 세상을 떠나자 그 6개월 후 마치 남편의 뒤를 따르듯 줄리에타 마시나도 눈을 감았습니다.

https://m.blog.naver.com/2eternity/10132978823


영화를 보다보면 이쁘거나 잘 생겨서 좋아지는 배우가 있는 반면 얼굴이 좀 우스꽝스럽고 못생겨서 호감이 갈 때도 있습니다. 제 경험상 후자의 경우가 영화의 작품이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만 아무튼 영화는 스토리로 보는 즐거움과 동시에 배우의 다양한 얼굴과 개성, 연기를 보는 재미 또한 크지요.

1954년도 영화 길(La Strada)에서 줄리에타 마시나(Giulietta Masina/ 1921- 1994)의 모습을 본 관객들 중에 그녀를 헐리웃 여배우처럼 이쁘거나 훤칠하다고 느낀 이는 아무도 없을 겁니다. 우스꽝스러운 광대 복장에 바보같은 행동은 일반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타여배우들의 본능과는 전혀 다른 길이였지요.

이태리를 대표하는 감독이자 줄리에타 마시나의 남편인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 1920-1933)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감독 중의 한명입니다. 아무래도 유럽 영화계를 대표하다보니 미국 영화보단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 못본 것도 수두룩 합니다만 마시나와 함께한 영화들은 그래도 몇 편 정도는 기억에 남습니다. 영화 길도 그 중에 하나죠.

펠리니 감독의 스타일은 대체적으로 선과 악의 구도가 극명하게 구분되는 편인데, 뭐 뻔한 스토리대로 권선징악형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항상 선이 승리하고 악이 패배하는 미국식의 영화와는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지요. 아무튼 그가 만들어내는 영화는 소위 착한 사람이 망가질대로 망가지는 극도의 비참함을 느낌과 동시에 못된 놈에 대한 응징이 아닌 내면의 변화를 통해 관객들의 감동을 자아내는 스타일에 가깝다고 볼 수 있죠. 그런 면 때문에 흔한 소재의 영화도 그가 만들어내면 묘한 격분과 동시에 인간적인 감동도 느낄 수 있습니다. 참 독특하죠 ㅎㅎ

아내인 마시니의 연기력은 두말할 것도 없이 완전무결합니다. 바보면 바보, 창녀면 창녀, 멜로면 멜로까지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스크린 속의 그녀의 모습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능숙합니다. 그래도 제 개인적으론 바보의 역할이 가장 아름다웠던 영화 길에서의 젤소미나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답답해서 미쳐버릴 것만 같은 젤소미나의 모습과 감정이라곤 전혀 없어보이는 차력사 잠파노와의 묘한 관계는 영화가 끝나는 순간이 되서야 비로소 알 수 있지요. (터미네이터같은 차력사를 연기한 안소니 퀸 역시 제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인데, 이 양반은 맨날 역할이 이런 식입니다.ㅋㅋ)

대부분이 그러하겠지만 저 또한 아름답고 우아한 배우를 좋아합니다. 그들을 스크린 속에서 보는 것 만으로도 큰 행복을 주지요.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이겠죠. 역시 외면의 아름다움보단 배우는 배우로서의 역할을 잘 소화해 낼 때가 가장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줄리에타 마시나의 연기를 보면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화 길(La Strada)에서 자주 흘러나오는 음악이 하나 있습니다. 아주 유명한 작곡가 니노 로타(Nino Rota)가 영화 음악을 담당했죠. 이 분의 이름은 잘 모르시겠지만 대부,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흘러나오는 유명한 멜로디는 다 아실 듯. 바로 니노 로타가 작곡한 것이랍니다~

*젤소미나와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그녀의 유일한 안식처인 나팔. 참 구슬프고 아련해지는 멜로디로 유명하죠. 바보가 나팔엔 소질이 있었나 봅니다...

https://m.blog.naver.com/jazzycharly/150183516129

제목 : La strada (길)
제작/개봉연도 : 1954 / 1958
감독 : 페데리코 펠리니 (Federico Fellini)
주연 : 줄리에타 마시나 (Giulietta Masina)
      안소니 퀸 (Anthony Quinn)
      리처드 베이스하트 (Richard Basehart)
음악 : 니노 로타 (Nino Lota)
제작 : Ponti-De Laurentiis Cinematografica (Italy)
상영시간: 108분, 흑백

https://youtu.be/CucHyXsxCU8

https://heisme.skymoon.info/article/SuggInfo/324  

觀於海者難爲水(관어해자난위수) 바다를 본 사람은 물을 말하기 어려워 한다 [맹자]
Now
   5,520

Now 길.La Strada.1954.BW :영화

[영화] 하늘 0 5,520
Hot
   5,238

Hot [류시화] 별 :문학

[문학] 하늘 0 5,238
Hot
   5,325

Hot Cruise Ship Ocean View :영상

[영상] 하늘 0 5,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