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방비도시.Rome ville ouverte.1945.BW
영화 역사를 바꾼 몇 편의 영화들이 있습니다. 데이비드 워크 그리피스의 <국가의 탄생>,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의 <전함 포템킨>,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 등이 그 리스트에 포함될 것입니다. 이런 작품들은 한 편의 걸작에 머무르지 않고 다음 세대의 영화들이 나아갈 지평을 제시했습니다.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무방비 도시> 또한 그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2차 대전 시기까지 이탈리아 영화는 한심한 수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파시즘을 우상화하거나 고대 로마의 영광을 되살리는 자기 과시형 영화가 하나였고, 다른 하나는 실생활과는 동떨어진 일련의 ‘백색전화 영화’들이었습니다. 주인공들이 현실은 외면한 채 고급스러운 나이트가운을 입고 우아하게 ‘하얀 전화’를 거는 장면이 나오곤 하는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였습니다. 로셀리니는 이런 현상에 하나의 혁명적인 대안을 내놓았습니다. 바로 <무방비 도시>(Rome, Open City / Roma, citta aperta, 1945년)입니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 <무방비 도시>의 제작이 진행되었습니다. 제작 자금이 모자라자 안나 마냐니는 옷까지 팔면서 경제적으로 보탬을 주었다고 합니다. 필름이 모자라서 각각 다른 세 가지 필름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스튜디오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 실제 현장에서 로케이션으로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라 전력 공급이 불규칙해서 조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고생’을 통해서 다른 이탈리아의 감독들에게 영화는 동시대의 현실을 어떤 식으로 다루어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 만든 기념비적인 영화가 탄생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독립영화 개념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유럽 영화의 흐름을 바꾸어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무방비 도시>를 보면 예술가적인 고민과 영화를 만드는 이의 ‘정신’을 느낄 수 있습니다.
로베르토 로셀리니와 함께 페데리코 펠리니가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안나 마냐니 정도를 제외하면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이나 배우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을 캐스팅했습니다. 네오리얼리즘 영화가 나아갈 좌표를 제시한 작품이 바로 <무방비 도시>입니다.
로마, 성 베드로 성당, 도시의 정경이 보입니다. 독일군들이 스페인 광장 앞을 행진하고 있습니다. 독일군들이 들이닥치자 레지스탕스인 만프레디는 옥상으로 도망칩니다. 하숙집 아주머니는 만프레디가 자주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그의 연인 마리나로부터 전화가 옵니다. 게슈타포 소령은 만프레디와 마리나가 스페인 광장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봅니다. 정체가 드러난 이상 체포는 시간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옆방에서는 고문 때문에 고통 받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레지스탕스의 주요 인물인 만프레디는 공산주의자입니다. 그는 동료인 프란체스코를 찾아옵니다. 집에는 프란체스코와 결혼을 앞둔 피냐(안나 마냐니)밖에 없습니다. 피냐의 여동생인 로레타가 노크도 안 하고 들어옵니다. 로레타는 술집 동료인 마리나의 애인 만프레디가 와 있는 것을 목격합니다. 만프레디가 신부님을 불러달라고 하자 피냐의 어린 아들 마르첼로가 교회로 달려갑니다. 만프레디는 얼굴이 알려졌기 때문에 신부 돈 피에트로에게 레지스탕스 자금을 받아서 전달해달라고 부탁합니다. 공산주의와 가톨릭의 제휴. 독일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물과 기름 같은 사상과 종교마저도 결합됩니다.
돈 피에트로는 프란체스코를 만나서 책으로 위장한 자금을 받아서 나옵니다. 피냐는 교회에서 같이 걸어 나옵니다. 순간 독일군이 교회로 들어와서 신부에게 얘기할 게 있다고 말합니다. 긴장되는 순간, 다행히도 독일군 복장을 입은 남자는 탈영병입니다. 신부는 탈영병을 숨겨준 후 레지스탕스 대원을 만나서 무사히 자금을 전달해줍니다.
시내에서 폭음이 들립니다. 포탄이 터진 모양입니다. 마르첼로와 위층에 사는 로물레토를 비롯한 동네 아이들이 달려옵니다. 아이들이 나름의 저항군 활동을 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집에 도착하는 족족 부모들에게 야단을 맞습니다. 마르첼로도 엄마에게 혼이 납니다. 하지만 이제 엄마와 결혼할 프란체스코와는 비밀을 공유합니다. 마르첼로는 비밀이라서 얘기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포탄과 관련된 아이들의 레지스탕스 활동임이 암시됩니다. 술집. 만프레디의 애인 마리나를 찾아서 언니로 불리는 잉그리드가 찾아옵니다. 그녀는 독일군의 첩자입니다.
결혼식 날 아침, 갑자기 독일군들이 들이닥칩니다. 마르첼로는 로물레토가 포탄을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피에트로 신부님은 중환자를 돌보러 온 척 하면서 포탄을 숨깁니다. 만프레디와 프란체스코는 도망칩니다. 그러나 프란체스코만 독일군에게 잡혀서 끌려갑니다. 피냐는 달려가는 트럭을 쫓아갑니다. 달려가는 그녀를 향해 독일군들이 총을 쏩니다. 그녀는 길거리에 쓰러지고 맙니다. 언덕에 잠복하고 있던 레지스탕스들이 총격전을 벌여 독일군에게 잡혀가던 프란체스코를 구출합니다.
탈출에 성공한 프란체스코는 만프레디와 만나 마리나의 집으로 갑니다. 잉그리드로부터 전화가 옵니다. 옆에는 독일군 소령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마리나는 자기 애인인 만프레디를 밀고합니다.
만프레디와 프란체스코는 위조 신분증을 받기 위해 교회로 갑니다. 교회에서 나가던 프란체스코는 마르첼로와 우연히 만납니다. 엄마는 죽었고, 새아버지가 될 뻔한 그를 만난 것입니다. 마르첼로가 ‘아빠’ 하고 부르는 바람에 작별인사가 길어집니다. 프란체스코는 마르첼로를 꼭 안아줍니다. 거리로 신부와 만프레디 그리고 탈영병은 급습한 독일군들에게 잡혀가고 있습니다.
잉그리드는 밀고에 대한 보상으로 마리나에게 코트를 줍니다. 만프레디가 정보를 주면 풀려날 거라고 안심시킵니다. 그렇지만, 입을 열지 않으면? 그런 일을 없을 거라고 안심시킵니다. 영웅에서 겁쟁이가 되는 것은 한순간입니다. 만프레디도 인간입니다. 만프레디는 고문실로 넘겨지고 바로 옆 사무실에서 신부는 고문당하는 광경을 봅니다.
공포에 질린 탈영병은 목을 매달고 자살해버립니다. 소령이 만프레디를 회유하지만 얼굴에 침을 뱉어버립니다. 불로 지지고, 손톱을 뽑습니다. 고문실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끝내 침묵을 지킨 만프레디는 죽임을 당합니다.
신부는 독일군에게 저주를 내립니다. 그리고 묵묵히 말합니다. "육체는 죽어도 정신은 죽일 수 없소." 바에 있던 마리나는 우연히 사무실로 들어왔다가 문이 열려 있는 고문실에서 죽어있는 자기의 애인 만프레디를 봅니다. 그녀는 실신하고 맙니다. 곁에서 지켜보던 잉그리드는 선물로 준 코트를 걷어가 버립니다.
어느 공터. 군인들이 사형 준비를 하고 있고 신부가 끌려나옵니다. 신부는 엄숙하게 말합니다. "죽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오. 바르게 산다는 일이 어려운 것이오." 군인들은 신부를 의자에 묶고 총으로 쏩니다. 아직 죽지 않은 그에게 독일군 장교가 다가와 머리에 한 방 갈깁니다.
철조망 바깥에서는 마르첼로와 로물레토를 비롯한 동네 아이들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가슴에 저항심을 품고 있는 아이들은 죽어가는 신부님의 모습을 보면서 조용히 절규합니다. 그들은 도시를 향해 걸어갑니다. 영화는 성베드로 대성당의 돔에서 패닝하면서 도시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해서, 다시 성베드로 대성당의 돔을 배경으로 아이들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납니다. 로마, 무방비 도시입니다.
영화 역사를 바꾼,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무방비 도시>
Roma citta aperta (Rome Open City (1945))
https://m.blog.naver.com/gozorba/20130257321
무방비도시.Rome ville ouverte.1945.720p.BW
https://youtu.be/ei-b4kl3rU8
2차 대전 시기까지 이탈리아 영화는 한심한 수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파시즘을 우상화하거나 고대 로마의 영광을 되살리는 자기 과시형 영화가 하나였고, 다른 하나는 실생활과는 동떨어진 일련의 ‘백색전화 영화’들이었습니다. 주인공들이 현실은 외면한 채 고급스러운 나이트가운을 입고 우아하게 ‘하얀 전화’를 거는 장면이 나오곤 하는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였습니다. 로셀리니는 이런 현상에 하나의 혁명적인 대안을 내놓았습니다. 바로 <무방비 도시>(Rome, Open City / Roma, citta aperta, 1945년)입니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 <무방비 도시>의 제작이 진행되었습니다. 제작 자금이 모자라자 안나 마냐니는 옷까지 팔면서 경제적으로 보탬을 주었다고 합니다. 필름이 모자라서 각각 다른 세 가지 필름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스튜디오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 실제 현장에서 로케이션으로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라 전력 공급이 불규칙해서 조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고생’을 통해서 다른 이탈리아의 감독들에게 영화는 동시대의 현실을 어떤 식으로 다루어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 만든 기념비적인 영화가 탄생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독립영화 개념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유럽 영화의 흐름을 바꾸어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무방비 도시>를 보면 예술가적인 고민과 영화를 만드는 이의 ‘정신’을 느낄 수 있습니다.
로베르토 로셀리니와 함께 페데리코 펠리니가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안나 마냐니 정도를 제외하면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이나 배우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을 캐스팅했습니다. 네오리얼리즘 영화가 나아갈 좌표를 제시한 작품이 바로 <무방비 도시>입니다.
로마, 성 베드로 성당, 도시의 정경이 보입니다. 독일군들이 스페인 광장 앞을 행진하고 있습니다. 독일군들이 들이닥치자 레지스탕스인 만프레디는 옥상으로 도망칩니다. 하숙집 아주머니는 만프레디가 자주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그의 연인 마리나로부터 전화가 옵니다. 게슈타포 소령은 만프레디와 마리나가 스페인 광장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봅니다. 정체가 드러난 이상 체포는 시간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옆방에서는 고문 때문에 고통 받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레지스탕스의 주요 인물인 만프레디는 공산주의자입니다. 그는 동료인 프란체스코를 찾아옵니다. 집에는 프란체스코와 결혼을 앞둔 피냐(안나 마냐니)밖에 없습니다. 피냐의 여동생인 로레타가 노크도 안 하고 들어옵니다. 로레타는 술집 동료인 마리나의 애인 만프레디가 와 있는 것을 목격합니다. 만프레디가 신부님을 불러달라고 하자 피냐의 어린 아들 마르첼로가 교회로 달려갑니다. 만프레디는 얼굴이 알려졌기 때문에 신부 돈 피에트로에게 레지스탕스 자금을 받아서 전달해달라고 부탁합니다. 공산주의와 가톨릭의 제휴. 독일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물과 기름 같은 사상과 종교마저도 결합됩니다.
돈 피에트로는 프란체스코를 만나서 책으로 위장한 자금을 받아서 나옵니다. 피냐는 교회에서 같이 걸어 나옵니다. 순간 독일군이 교회로 들어와서 신부에게 얘기할 게 있다고 말합니다. 긴장되는 순간, 다행히도 독일군 복장을 입은 남자는 탈영병입니다. 신부는 탈영병을 숨겨준 후 레지스탕스 대원을 만나서 무사히 자금을 전달해줍니다.
시내에서 폭음이 들립니다. 포탄이 터진 모양입니다. 마르첼로와 위층에 사는 로물레토를 비롯한 동네 아이들이 달려옵니다. 아이들이 나름의 저항군 활동을 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집에 도착하는 족족 부모들에게 야단을 맞습니다. 마르첼로도 엄마에게 혼이 납니다. 하지만 이제 엄마와 결혼할 프란체스코와는 비밀을 공유합니다. 마르첼로는 비밀이라서 얘기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포탄과 관련된 아이들의 레지스탕스 활동임이 암시됩니다. 술집. 만프레디의 애인 마리나를 찾아서 언니로 불리는 잉그리드가 찾아옵니다. 그녀는 독일군의 첩자입니다.
결혼식 날 아침, 갑자기 독일군들이 들이닥칩니다. 마르첼로는 로물레토가 포탄을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피에트로 신부님은 중환자를 돌보러 온 척 하면서 포탄을 숨깁니다. 만프레디와 프란체스코는 도망칩니다. 그러나 프란체스코만 독일군에게 잡혀서 끌려갑니다. 피냐는 달려가는 트럭을 쫓아갑니다. 달려가는 그녀를 향해 독일군들이 총을 쏩니다. 그녀는 길거리에 쓰러지고 맙니다. 언덕에 잠복하고 있던 레지스탕스들이 총격전을 벌여 독일군에게 잡혀가던 프란체스코를 구출합니다.
탈출에 성공한 프란체스코는 만프레디와 만나 마리나의 집으로 갑니다. 잉그리드로부터 전화가 옵니다. 옆에는 독일군 소령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마리나는 자기 애인인 만프레디를 밀고합니다.
만프레디와 프란체스코는 위조 신분증을 받기 위해 교회로 갑니다. 교회에서 나가던 프란체스코는 마르첼로와 우연히 만납니다. 엄마는 죽었고, 새아버지가 될 뻔한 그를 만난 것입니다. 마르첼로가 ‘아빠’ 하고 부르는 바람에 작별인사가 길어집니다. 프란체스코는 마르첼로를 꼭 안아줍니다. 거리로 신부와 만프레디 그리고 탈영병은 급습한 독일군들에게 잡혀가고 있습니다.
잉그리드는 밀고에 대한 보상으로 마리나에게 코트를 줍니다. 만프레디가 정보를 주면 풀려날 거라고 안심시킵니다. 그렇지만, 입을 열지 않으면? 그런 일을 없을 거라고 안심시킵니다. 영웅에서 겁쟁이가 되는 것은 한순간입니다. 만프레디도 인간입니다. 만프레디는 고문실로 넘겨지고 바로 옆 사무실에서 신부는 고문당하는 광경을 봅니다.
공포에 질린 탈영병은 목을 매달고 자살해버립니다. 소령이 만프레디를 회유하지만 얼굴에 침을 뱉어버립니다. 불로 지지고, 손톱을 뽑습니다. 고문실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끝내 침묵을 지킨 만프레디는 죽임을 당합니다.
신부는 독일군에게 저주를 내립니다. 그리고 묵묵히 말합니다. "육체는 죽어도 정신은 죽일 수 없소." 바에 있던 마리나는 우연히 사무실로 들어왔다가 문이 열려 있는 고문실에서 죽어있는 자기의 애인 만프레디를 봅니다. 그녀는 실신하고 맙니다. 곁에서 지켜보던 잉그리드는 선물로 준 코트를 걷어가 버립니다.
어느 공터. 군인들이 사형 준비를 하고 있고 신부가 끌려나옵니다. 신부는 엄숙하게 말합니다. "죽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오. 바르게 산다는 일이 어려운 것이오." 군인들은 신부를 의자에 묶고 총으로 쏩니다. 아직 죽지 않은 그에게 독일군 장교가 다가와 머리에 한 방 갈깁니다.
철조망 바깥에서는 마르첼로와 로물레토를 비롯한 동네 아이들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가슴에 저항심을 품고 있는 아이들은 죽어가는 신부님의 모습을 보면서 조용히 절규합니다. 그들은 도시를 향해 걸어갑니다. 영화는 성베드로 대성당의 돔에서 패닝하면서 도시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해서, 다시 성베드로 대성당의 돔을 배경으로 아이들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납니다. 로마, 무방비 도시입니다.
영화 역사를 바꾼,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무방비 도시>
Roma citta aperta (Rome Open City (1945))
https://m.blog.naver.com/gozorba/20130257321
무방비도시.Rome ville ouverte.1945.720p.BW
https://youtu.be/ei-b4kl3rU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