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브라보.Rio Bravo.1959

리오 브라보 (1959)
Rio Bravo
로맨스/멜로/서부  미국
140분, 15세이상관람가
(감독) 하워드 혹스
(주연) 존 웨인, 딘 마틴

존 T. 챈스는 텍사스 변방 마을의 보안관. 그가 오기전 보안관 대리로 있던 듀드는 계속 술독에 빠져 정신을 못자리고 있는 중이다. 그가 사랑했던 여인이 행실이 나쁜 여자임을 알고 상심했기 때문이다. 자포자기 상태인 듀드는 조롱하며 죠버뎃이 동전을 타구(唾具; Spittoon)에 던져넣는다. 그러자 듀드는 그 돈으로 술을 마시고자 자존심도 버린 채 타구 곁으로 간다. 이 광경을 보다 못한 챈스가 그 타구를 발로 걷어차 버린다. 순간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한 죠는 부하들을 시켜 챈스를 붙잡게 한 후 그를 난폭하게 구타한다. 게다가 말리던 구경꾼 하나를 죽여버린다. 얼마후 챈스는 듀드의 도음으로 간신히 죠를 체포한다. 며칠 내에 '리오 부라보'를 지나는 미연방재판소 집행관에게 죠를 넘길 작정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 죠를 붙잡아 놓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죠의 동생이 돈으로 고용한 3,40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형을 탈출시키려고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죄수의 탈옥을 막고자하는 보안관을 돕겠다고 나선 사람은 단 두 사람뿐. 공직자로서의 자긍심을 잃어버린 지 오래된 듀드와 툭하면 싸움을 벌이지만 챈스와 듀드에게는 무척 공손한 절름발이 노인 스덤피가 그들이다. 그런 와중에 챈스는 도박을 일삼아 평판이 안 좋은 미모의 여인 페더즈가 사실은 성실하게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되고 그녀에게 끌린다. 아무리 부인하려해도 마음 속의 애정은 점점 커지기만 하는 것이다. 한편 버뎃 패거리가 마을에 모여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듀드는 마을로 들어오는 길목에서 말을 탄 사나이들로부터 모조건 총을 거두어 들인다. 하지만 버뎃이 고용한 총잡이들 중 하나가 그를 때려 눕히고 듀드의 옷을 빼앗아 입는다. 듀드인 줄 알고 보기 좋게 속은 챈스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 마을의 명사수인 젊은이 코로라도의 지시대로 패더즈가 창문을 통해 꽃병을 집어던져 악당들의 시선을 끈다. 이틈을 이용해 콜로라도가 챈스에게 총을 던져준다. 마침내 콜로라도 역시 챈스와 함께 하기로 결심하여 바뎃 일당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유럽으로 외유 후 돌아온 거장 하워드 혹스 감독이 만든 최고의 걸작 웨스턴물 <리오 브라보>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이후 약 4여년간의 유럽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하워드 혹스 감독은 대중들의 시선이 TV로 모아진 미국사회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이 시기에 하워드 혹스는 거장 감독답게 자신의 최고의 걸작이자 후세에 두고 두고 회자될 또 한 편의 명작을 내놓게 되는데 이 작품이 바로 <리오 브라보>다. 유럽에서의 많은 도전과 실험, 실패를 맛 본 거장 미국 감독은 본국으로 돌아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장르를 변주하고, 충돌시켜 재탄생 시킨 흥미로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기본적인 웨스턴 장르에 코미디, 뮤지컬, 로맨스가 곁들여지고 존 웨인식 영웅주의도 볼 수 있다. 덧붙여 <리오 브라보>는 프레드 진네만 감독이 <하이 눈>에서 보여준 설정들을 고스란히 따르면서 전혀 다른 견해를 밝히는데 이는 <하이눈>에 비친 보안관, 혹은 전통 웨스턴물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에 대해 거장 하워드 혹스의 재치있고 노골적인 대답이었다 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0248


네 명의 보안관과 한 명의 여자 <리오 브라보 Rio Bravo>

감독 하워드 혹스/ 출연 존 웨인, 딘 마틴/ 제작연도 1959년/ 상영 시간 141분/ 등급 15세/ 출시사 워너/ 화면비 1.78:1 아나몰픽 와이드 스크린/ 오디오 돌비 디지털 5.1 서라운드/ 더빙 영어, 프랑스어/ 자막 영어, 한국어, 프랑스어, 포르투칼어/ 서플먼트 Commentary By John Carpenter And Richard Schickel, Wayne Trailer Gallery, The Men Who Made The Movies : Howard Hawks, Commemoration : Howard Hawks' Rio Bravo, Old Tucson

하워드 혹스 감독은 물론 할리웃의 서부극 장르에 있어서도 길이 회자될 클라식 웨스턴. <리오 브라보>는 하워드 혹스 Howard Hawks (1896년-1977년)감독이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Gentlemen Prefer Blondes>(1953) 이후 약 4년여 간의 유럽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만든 첫 작품이다.


연출 배경

혹스 감독은 미국을 떠나있는 동안, 버라이어티 쇼나 라이브 공연 위주였던 TV가 주요한 이야기 전달 매체로 자리 잡은 현실을 목도하게 된다. 심지어 할리웃이 자랑하는 서부극마저 TV에서 시리즈물로 인기를 끌고 있었던 것. 이에 관심을 갖게 된 혹스 감독은 TV를 보며 캐릭터를 연구했고, 긴박한 상황에서 에두르지 않고 줄거리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 나가는 서부극이 탄생하게 된다.

프레드 진네만의 걸작 웨스턴 <하이 눈 High Noon>(1952)에 대한 불만은 <리오 브라보> 탄생의 두 번째 요인으로 회자된다. 하워드 혹스 감독은 <하이 눈>을 가식적인 겁쟁이 영화라며 싫어했다고 한다. 심지어 “게리 쿠퍼가 머리 잘린 닭처럼 돌아다닌다.”고 했다. 즉 주인공(게리 쿠퍼)이 총을 잘 쏘는 프로페셔널한 연방보안관임에도 불구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구차한 태도를 보이고, 끝내는 결혼을 앞둔 어린 신부(그레이스 켈리)의 도움으로 살아남는 것은 전문가로서 할 짓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불평하지 않는 프로 근성, 조용한 자신감, 정의를 위해 사회 인식에 맞서는 전통적 남성상을 중시했던 모험가 혹스로서는 당연한 지적이었다. 한 동안 서부극을 멀리했던 존 웨인 또한 이에 공감하여, <레드 리버> 이래 하워드 혹스 감독과 함께 한 최고의 서부극 <리오 브라보>를 탄생시켰다. 이는 프레드 진네만 감독과 게리 쿠퍼에의 존경과 호감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하이 눈>의 보안관, 전통 서부극에 대한 부정적 견해에 관한 혹스 감독의 재치 있고 노골적인 답변이라는 평가를 받은 <리오 브라보>를 본 게리 쿠퍼의 반응이 재미있다. “So phony, nobody believes in it."

혹스 감독의 <리오 브라보> 연출에 동기 부여를 한 또 다른 영화로는 델마 데이비스 감독의 <3:10 to Yuma>(1957)가 거론된다. 목장주 벤 헤플렌이 악당 글렌 포드 이송 시 협박을 받고, 주민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을 혹스 감독은 용납할 수 없는 짓이라고 했다 한다.


캐릭터의 매력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텍사스 변방. 알콜중독자 듀드(딘 마틴)가 술집 뒷문으로 들어선다. 악당 조 버뎃(클로드 에킨스)은 초췌한 몰골의 듀드를 비웃으며 타구통에 동전을 던지고, 이를 주우려는 듀드를 보안관 존 T. 챈스(존 웨인)가 막는다. 조는 존과 듀드를 때려눕히고 자신을 말리는 사나이를 보란 듯이 쏴 죽인다. 정신을 차린 존은 듀드의 도움으로 조를 체포해 감옥에 처넣는다.

조의 형인 무법자 두목 나단 버뎃(존 러셀)은 총잡이를 동원하여 마을을 막고, 존에게 위협을 가한다. 연방보안관이 조를 데리러 올 며칠 동안, 존을 도와 감옥과 마을을 지킬 사람은 늙은 부보안관 스텀피(월터 브래넌)와 존이 막 부보안관으로 임명한 듀드 뿐이다.


여기까지의 상황은 <하이 눈>과 다를 바 없다. 도와줄 사람 없는 위기 상황에서 보안관이 어떻게 악당을 물리치고, 마을을 수호할 수 있는가 하는 방법론. <하이 눈>과 <리오 브라보>는 이 지점에서 갈라진다.

호위병을 대동하고 나타난 존의 친구 팻 윌러(워드 본드)는 마을 사람들에게 “왜 존을 돕지 않느냐.”고 말하고 다니며, 존에게 이렇게 제안한다. “늙은이와 주정뱅이만 자넬 돕는군. 왜 새 부관을 요청하지 않나. 내 부하라도 쓰겠나?” 존의 답변은 <하이 눈>에 대한 하워드 혹스와 존 웨인의 직설적 의견 표명이자, 영화의 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아내와 자식 걱정을 해야 하는 아마추어 아닌가. 버뎃의 부하 3-40명은 전문 총잡이들이야. 돈 생각밖에 없는 자들이지. 조는 무고한 이들을 죽게 할 만큼 가치 있는 인간이 아니네.”

물론 존의 편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그들은 누가 보아도 버뎃 일당의 적수가 되지 못하며 수적으로도 열세다.

스텀피는 버뎃 일당이 쳐들어오면 바로 조를 사살하기위해, 조와 함께 감옥 안에서 지낸다. 나단 버뎃에게 땅을 빼앗긴 처지이니 버뎃 형제에 대한 증오심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가 홀랑 빠진 늙은 나이에 목숨을 내걸 이유가 될까. 존과 스텀피가 주고받는 말에는 오랜 우정 이상의 그 무엇, 상대를 내 몸보다 더 아끼고 존경하는 인간적 신뢰가 느껴진다는 것이 이에 대한 답이다.

듀드는 멕시코인들 조차 보라촌, 즉 술주정뱅이라고 부를 만큼 비웃음을 사고 있는 알콜 중독자다. 술을 먹지 않으면 손이 떨려 담뱃불조차 붙일 수 없으니, 사격 솜씨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존은 그런 듀드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듀드는 3년 전만 해도, 내가 본 이 중 총 다루는 게 최고였던 부관이었어. 그러나 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역마차를 타고 온 좋지 않은 여자에 빠져 떠났지. 6개월 후 혼자 돌아왔고 2년 간 술만 퍼마셨네.” 듀드가 쓰던 총을 고이 보관하고 있던 존은 듀드의 재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빠른 총 솜씨로 팻 윌러에게 고용된 콜로라도 라이언(릭키 넬슨)은 주인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주인이 버뎃 일당에게 살해되었을 때도 비아냥거리기만 할 뿐, 불리한 존의 편에 서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젊고 오만한 현실주의자다. 존도 그런 콜로라도에게 노여움 한 번 표하지 않지만, 콜로라도는 존과 버뎃 일당의 대치를 면밀히 관찰하며, 무뚝뚝한 존과 아름다운 여인과의 관계에까지 끼어든다. 존이 콜로라도에 대해 “실력이 좋으니 증명할 필요가 없지.”라고 인정하는 건, 친구 어네스트 헤밍웨이에 대한 혹스 감독의 존경심을 담은 대사라고 한다.


혹스 감독의 여성관

아름다운 여인은 역마차가 고장 나 마을에 머물게 된, 지명 수배 중인 카드 사기꾼 페더즈(앤지 디킨슨)다. 존은 돈을 딴 페더즈를 의심하나, 페더즈는 콜로라도의 도움으로 무죄임이 밝혀진다. 존은 페더즈의 과거 고백(“전 남편이 사기꾼이 된 것은 나에게 옷과 장신구를 사주길 좋아했기 때문이니 모두 내 탓이다. 그는 나에게 피해가 갈까봐 스스로 떠났으며, 나는 남편의 사기 행각을 알지 못하고 참여했을 만큼 철이 없었지만, 여행을 다니며 즐겁게 지낸 지난날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즉 잘못 산 과거를 부정하지 않으며, 자신의 잘못도 충분히 알고 있다는 당당한 고백이다.)을 듣자마자 그녀의 결백을 확신하며 지명 수배 전단을 찢는다. 그리고 존은 “내일 아침 역마차를 타고 이 마을을 떠나라”고 명령한다.

페더즈는 그런 존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존의 안전을 위해 밤을 새워 그의 방문 앞을 지킨다. 영화평론가 리차드 쉬켈은 dvd의 <코멘터리>에서 “정말 특별한 여인만이 마음에 두고 있는 남자가 마을에 긴장이 고조되는 와중에도 잠을 푹 잘 수 있도록 배려하여, 그 남자를 꼼짝 못하게 한다.”고 설명한다. 후에 페더즈는 콜로라도와 함께 위험에 빠진 존을 구하기까지 한다.

이처럼 혹스 영화에서는 홍일점인 여성이 남자들 사이의 우정을 깨뜨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힘을 보태 사건을 해결한다. 어떤 경우라도 남자와 주고받는 대등한 관계를 만들며, 성적 욕구를 먼저 표현하는 여성을 그렸던 혹스 영화 여주인공답게, 페더즈 또한 인습보다 자신의 자유 의지에 따라 일과 사랑의 거래, 성적 유혹을 망설이지 않는다. 물론 여성스러움을 잃지 않으면서.

혹스 감독 영화에선 항상 여자가 먼저 남자를 혼란에 빠뜨리며, 남자는 러브 씬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여자에 빠지느니 아예 죽는 게 낫다.”는 식으로 수동적이며, 냉혹하기까지 한 태도를 보인다. 물론 여자는 남자가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간파하고 있지만, 때때로 남자가 야속해서 먼저 몸이 단 자신을 타박한다. <리오 브라보>에선 검열 때문에 존과 페더즈가 잠자리를 같이 했는지 아닌지를 관객 상상에 맡기지만, 일단 남녀가 맺어지면 야단법석 떨지 않고 쿨한 관계가 되는 것이 혹스 영화의 애정관이다. 즉 혹스 감독은 결혼의 골인보다는 밀고 당기는 낭만적 구애에 관심이 많았다.

혹스 감독은 개성 강하고 강인하고 빈정거리는, 허스키한 보이스의 관능적 여성을 좋아했다는 데, 이는 험프리 보가트와 <소유와 무소유 To Have and Have Not>(1944), <빅 슬립 The Big Sleep>(1946)을 찍는 동안 부부가 되었던 로렌 바콜에게 가장 많이 투영되었다. 존과 페더즈의 관계는 <소유와 무소유>의 남녀 관계와 유사하며, 대사마저 비슷한 대목이 있는 데, 이는 혹스 감독이 과거 영화는 물론 자신의 영화에서 훔치고 인용하는 걸 즐긴 덕분이다. 앤지 디킨슨은 <소유와 무소유>에서 로렌 바콜의 대사를 들으며 “어, 저건 내가 <리오 브라보>에서 한 말 아닌가.”라고 생각했을 정도란다.

혹스 감독은 결코 잘 생겼다고 할 수 없는 데다 늙기까지 한 남자 주연 배우 상대로, 어리고 아름다운 신인 여배우를 택했다. 데뷔작인 <소유와 무소유> 출연 시 로렌 바콜은 20살이었고, 당시 스타였던 험프리 보가트는 45살이었다. <리오 브라보> 촬영 시 앤지 디킨슨은 26살, 존 웨인은 51살이어서 존 웨인은 러브 씬을 찍을 때 신경이 날카로웠다고 한다. 그런데도 험프리 보가트와 존 웨인은 전혀 늙어 보이지 않으며, 로렌 바콜과 앤지 디킨슨은 현대적인 미모에 고혹적인 자태로 상대 배우와 관객을 홀린다. 평론가들은 이 같은 부조화의 조화를 하워드 혹스의 장기라고 추어올린다.

<리오 브라보>에서 속옷만 입은 늘씬한 자태를 자랑했던 앤지 디킨슨은 “하워드 혹스는 잘 생긴 거구에 요구 사항이 많았으며, 예스맨을 아주 싫어했다. 딘 마틴을 치료하는 장면에서의 입술 움직임은 혹스 감독의 제안이었다.”며 남성다움과 창의력을 고루 갖춘 혹스 감독을 칭찬했다.

이상의 캐릭터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 그리고 리차드 쉬켈의 말대로 <리오 브라보>는 “네 사나이와 한 여자 이야기다. 악당 나단 버뎃은 영화를 만들기 위한 들러리일 뿐이다.”

즉 다섯 인물은 한 가정의 구성원 역할을 한다. 자신도 겁나기는 마찬가지며 어떤 대책을 세워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하지만, 버뎃의 위협에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존은 강직하고 성실하며 든든한 홀아비 가장이다. 적은 급료에 청소, 식사, 죄인 감시까지 해야 한다며 구시렁거리는 스텀피는 안 살림을 맡은 아내다. 듀드는 방황하다 돌아와 재기하려고 애쓰는 삼촌이며, 콜로라도는 자신의 실력을 믿고 있는 영리한 아들이다. 페더즈는 존과 함께 새 인생을 개척하려는 당찬 연인이다.


코미디와 뮤지컬, 로맨스 요소

믿음과 우정, 유혹과 사랑에 곁들여진 유머를 빼놓을 수 없다. 리차드 쉬켈도 유쾌하게 지적하고 있듯, 시니컬한 대사를 독점하고 있는 스텀피 역의 월터 브레넌은 단 한 번도 평범한 톤으로 대사를 하지 않는다. 혹스 감독의 지시로 틀니를 빼고 대사를 했다는 데, 정말 파안대소하지 않을 수 없는 구시렁거림이다. 아내에 대한 사랑을 여성 일반으로 확대시키며, 급박한 상황에서도 장황한 설명을 하는 여관 주인 카를로스 로반테(페드로 곤잘레즈 곤잘레즈)는 인종 차별적 인물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간 사랑스럽지 않다.

<리오 브라보>는 존 웨인이 첫 대사를 하기까지의 4분여를 무성영화 스타일로 연출한 도입부, 밤거리 순찰, 팻 윌러를 죽인 총잡이를 찾는 술 집 씬, 버뎃 일당의 마을 잠입 속임수, 카를로스 여관의 인질극, 조와 듀드의 맞교환, 마을 밖의 총격전 등, 긴장과 액션이 빼어난 서부극이다.

그럼에도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서부극으로 먼저 기억되는 것은 유사 가족을 이루는 캐릭터 덕분이다. 어네스트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등 문학하는 친구가 많았고, 적은 대사로 독특한 유머 감각의 이야기 전달에 능했던 하워드 혹스는, B.H. McCampell의 단편을 당대 최고 시나리오 작가 줄스 퍼스맨과 리 브랏켓의 도움을 받아 멋진 장편 서부극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리 브라켓을 처음 보았을 때 혹스 감독은 자그만 여성이어서 놀랐다고 했는데, 혹스 감독의 여성관에 들어맞는 스타일이어서 혹스 감독의 대표작에 참여할 수 있었다. 리는 남편과 함께 오하이오에 살면서 시나리오를 쓸 때만 L.A.로 왔으며, 후에 공상과학 소설가로도 성공했다. 마지막 작품은 리가 65살로 사망한 뒤에 조지 루카스가 제작한 <스타워즈 5; 제국의 역습 Star Wars: Episode V-The Empire Strikes Back>(1980)이었다. 반면에 까다로운 은둔자로 악명 높았던 줄스 퍼스맨은 혹스 감독과 논쟁이 잦았다고 한다.

음악을 맡은 디미트리 디옵킨은 1950년대 재즈를 배경 음악으로 깔기도 했다. 두구에요의 트럼펫 테마곡은 <The Alamo 알라모>(1960)에도 나왔던 것으로 원곡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디옵킨이 손질했다. 딘 마틴과 릭키 넬슨이 'My Rifle, My Pony and Me'와 ‘Cindy'를 노래하는 화목하지만, 5, 60년대의 쓸쓸함이 배어나는 장면이 꽤 긴데, 당시 영화에선 드문 연출이었다. 릭키 넬슨은 당대 인기 가수로 젊은 관객을 모으는 데 보탬이 되었다. <리오 브라보> 광고에서 릭키 넬슨은 딘 마틴과 노래를 하다 카메라를 바라보며 “딘과 릭키의 노래를 감상하세요.”라고 말했을 정도다. 대신 딘 마틴은 주제곡 ’Rio Bravo'를 단독으로 불렀다. 혹스 감독은 <El Dorado>(1966)에서도 로버트 미첨과 존 웨인이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장면을 넣었다.

<리오 브라보>는 1959년 미국 박스 오피스 3위에 랭크되었다. 이는 <리오 브라보>를 바탕으로 한 혹스 감독의 두 편의 리메이크 작-<El Dorado>와 <Rio Lobo>(1970)보다도 앞선 흥행 기록이다.


코멘터리

<리오 브라보 SE>는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되었다. 디스크 1에는 리마스터링 된 영화 본 편과 <Commentary By John Carpenter And Richard Schickel 존 카펜터 감독과 영화평론가 리차드 쉬켈의 코멘터리>(141분), 그리고 <The Big Stampede>(1932), <Haunted Gold>(1932), <Somewhere In Sonora>(1933), <The Man From Monterey>(1933), <Rio Bravo>(1959) 예고편이 들어있는 <Wayne Trailer Gallery 존 웨인의 영화 예고편  모음집>(9분 57초)이 들어 있다.

존 카펜더와 리차드 쉬켈이 따로 녹음한 것으로 짐작되는 <코멘터리>에서, 리차드 쉬켈은 여느 영화 코멘터리와 달리 영화를 즐기는 시간이 많아 그리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다음은 혹스 감독과 <리오 브라보>에 대한 주요 사항을 정리한 것이다.

하워드 혹스 감독은 조종사, 카우보이, 카레이서 등 죽을 위험이 큰 직종에 종사하는 프로들의 위험과 모험을 많이 다루었다. 신과 조국을 위해서가 아니라 프로로서 자기 분야 일을 얼마나 잘 해내는지에 관심이 많았던 것. <리오 브라보>에서 팻 윌러와 존 T. 챈스의 대사 중 “That's all you got?" "That's what I got"은 ”가진 것만으로 어떻게 해보겠다.“는 뜻으로 영화의 주제라 할 수 있다.

혹스 영화의 남자 주인공은 할리웃의 남자 주인공들과는 사뭇 다르다. 대부분의 영웅이 그러하듯 말이 적고, “Good"이 최고 찬사일 정도로 칭찬에 인색하며, 농담마저 심술궂은, 무표정한 인물로, 옷차림과 같은 세세한 부분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리오 브라보>는 인물이 전면에 있고, 후면에 장례식 마차 행렬이 지나가는 등의 움직임 있는 장면을 배치했다. 2시간 30분 동안 좁은 거리에서만 움직이는 Street Western으로 3일간 3-4개의 이야기가 동시에, 느리게 진행된다. 캐릭터들은 먼저 행동하고 그 이유를 나중에 설명한다. 혹스 감독은 인물의 몸짓, 담배나 소품을 주고받는 걸 중시했다.

혹스 감독은 엔지니어 출신이어서인지 솔직하고 직접적인 접근을 좋아했다. 촬영은 대부분 눈높이에서 평범하고 단순하게 기본 서술하는 정도로 찍었는데, 존과 듀드의 밤 정찰 장면의 트레킹이 대표적이다. 촬영지인 아리조나의 올드 투손은 혹스 감독이 좋아해, 여기서 <엘도라도>와 <리오 로보>도 찍었다. 인물이 돋보이도록, 세트는 7-80%로 축소해 지었다.

검소했던 혹스 감독은 <리오 브라보> 또한 예산에 맞춰 찍었으며, 6일을 넘겼을 뿐이다.

혹스 영화의 장점 중에는 오버랩 대사가 있다. 비낭만적이면서 낭만적인 남녀의 말다툼은 코미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러브 스토리와 씨름하는 걸 좋아하게 만든다. 보안관 이름 존 T. 챈스 중 챈스는 1950년대 하워드 혹스 감독의 여자 친구 이름이다

존 웨인이 혹스 감독에게 <리오 브라보>가 어떤 영화냐고 묻자 혹스 감독은 “주요 장면이 6개이며, 섬에서 섬으로 수영하는 것과 같은 영화다. 나머지는 빨리 이동하는 거다. 섬은 좋은 대사와 액션을 말한다.”고 했다.

카레이서, 비행기 조종사를 하다 할리웃에 들어와 메리 빅포드를 위해 감독 일을 시작했던 혹스 감독은 당시 비평적으론 낮은 평가를 받았지만, 자기 일의 가치를 확실히 알고 있던, 자긍심이 대단했던 감독이다. <리오 브라보>는 혹스 감독의 <레드 리버 Red River>(1948)나 존 포드 감독의 <수색자 The Searchers>(1956)처럼 사색적이지는 않지만, 할리웃만이 만들 수 있는 재미있는 서부극으로서, 혹스 감독의 모험가 취향이 잘 드러난 걸작이다.

존 웨인(1907년-1979년)은 스스로 연기를 못한다고 이야기했고, 당대의 연기 평가도 낮았지만, 세익스피어 극에 출연했다면 어떨지 몰라도 보안관으로는 제격이었다. 존 웨인은 “연기는 반응하는 것이다. Acting is more reacting is acting"라는 유명한 말을 했을 만큼, 과장된 연기를 하지 않았다. 스펜서 트레이시, 장 가뱅, 리노 벤추라,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나란히, 자제하는 연기에서 질서와 탁월함을 볼 수 있는 배우다.

<리오 브라보>에서 존 웨인은 라이플을 들고 다니는 데 이 총과의 인연은 존 포드 감독의 <역마차Stagecoach>(1939)에서 시작된 것이다. 존 웨인의 안짱다리 걸음이 여자 같다는 기사도 있었지만, <리오 브라보>에서는 덩치 큰 존 웨인이 라이플을 장난감처럼 다루며 느리고 우아하게 걷는다.

존 웨인은 존 포드 감독의 서부극 <황색 리본 She wore a Yellow Ribbon>(1949)에서 “Never apologize, never explain. It's sign of weakness."라는 유명한 말을 했는데, 존 웨인은 어떤 영화에서도 사과하는 법이 없었다. 하워드 혹스, 존 포드 같은 터프 가이 감독들은 ”존 웨인과 함께 있으면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앤지 디킨슨(1931년- )은 <리오 브라보>로 유명해졌지만, 이 후 크게 성장하지는 못했다. 극 중 이름 페더즈는 조셉 폰 스텐버그 감독의 범죄물 <Underworld>(1927)서 이블린 브렌트가 맡았던 ‘Feathers' McCoy'에서 따왔다.

딘 마틴은 배우와 가수로서 독립하려던 1950년대 후반에서 60년대 초에 <리오 브라보>,  <The Young Lions 젊은 사자들>(1958), <Some came running>(1958)과 같은 진지한 영화를 택해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왜 이를 유지하지 못했는지는 할리웃의 미스테리다.

워드 본드는 4-50년대에 극렬 반공산주의 운동가로 활동했으며, 존 웨인과도 친했던 극우파다. <리오 브라보>는 존 웨인과 워드 본드의 22번째 공연작이자 마지막 공연작이다.

짜증내는 아내 격인 스텀피 역의 월터 브레넌 출연 장면은 시트콤 같은데, 당시 브레넌이 주연을 맡은 TV 시트콤 <리얼 멕코이 The Real McCoys>(1957년-1959년) 영향이 나타난다. 브레넌은 <소유와 무소유>에서는 스텀피보다 더 괴팍한 역을 맡았고, <레드 리버>에서도 존 웨인을 돕는다. 사고로 이빨을 모두 잃은 브레넌은 <리오 브라보> 오디션 때 틀니를 끼고 왔는데, 혹스 감독이 빼고 하라고 해서 독특한 대사 처리가 탄생했다.

페드로 곤잘레즈 곤잘레즈는 존 웨인이 TV를 보고 계약해두었던 성격파 배우다.


두 번째 디스크에는 3개의 다큐멘터리가 들어있다.

라차드 쉬켈 감독이 제작, 연출, 대본을 맡은 54분 분량의 <The Men Who Made The Movies : Howard Hawks 거장 하워드 혹스와 그의 영화세계에 대한 다큐멘터리>(1986년 작)는 생전의 혹스 감독 인터뷰와 시드니 폴락 감독의 나레이션을 통해, 혹스 감독의 전 작품과 일화들을 소개한다. 영화 산업 태동기에 출생해 <영광의 길 The Road To Glory>(1926)로 데뷔하여, 75살까지 일하며 코미디, 드라마, 갱스터, SF, 필름 느와르, 웨스턴 등 다양한 장르에서 48편의 영화를 남긴 하워드 혹스 감독에 대한 존경과 찬사가 넘쳐난다.

33분 분량의 <Commemoration : Howard Hawks' Rio Bravo 영화 <리오 브라보>에 대한 후배 감독들의 헌사 및 다양한 평가와 해석>(2005년 작)에선 월터 힐, 피터 보그다노비치, 앤지 디킨슨 등이 나와 <리오 브라보>에 대한 평가, 제작 일화 등을 전한다.

8분 분량의 <Old Tucson : Where The Legends Walked 미 웨스턴물의 성지이자 상징인 '올드 투손 스튜디오'에 대한 설명>(2007년 작)은 <OK목장의 결투> <윈체스터 73> <리오 로보> <엘도라도>를 촬영한, 아리조나 투손의 소노란 사막 부근에 위치한 유명 서부극 로케지인 올드 투손을 소개한다.

어떤 경우에도 휴머니즘을 잃지 않는, 매력적인 인물들이 펼치는 우정과 사랑과 갈등과 긴장과 액션의 서부극. 고전 영화에의 애정으로 만들어진 완벽한 서플먼트. 화질과 음질까지 좋아 dvd 발명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는 제품이다.

옥선희 영화칼럼니스트

https://blog.naver.com/eastok7/80041412279

리오브라보.Rio Bravo.1959.1080p

https://youtu.be/j0YRiOB_GAA
https://youtu.be/WPO12ZzGS84
리오브라보.Rio Bravo.1959 Photo-Image
리오브라보.Rio Bravo.1959 Photo-Image
리오브라보.Rio Bravo.1959 Photo-Image

https://heisme.skymoon.info/article/SuggInfo/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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